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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인 당신은 팀에게 존중받는 돼지인가요?

낱글, 컨퍼런스
2024. 11. 13. PM 2:44:25
이 컨텐츠는 푸딩캠프가 주최하는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에 연사자로 참여하는 정성영(폴)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다루는 컨텐츠입니다. 재밌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연사자의 일면을 부각하여 각색한 것임을 알립니다.

1장. 경험하고 배우고 공유하고보니

좋아합니다. 배운 거 정리하고 공유하고 설명하는 거요.

푸딩캠프(이하 푸딩) : 안녕하세요, 폴. 사진이 인상적이네요. 누끼 따고 배경 합성 안 한 것 같아요.
정성영(이하 폴) : 요요, 한날.
푸딩 : 이번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가 1회이긴 하지만, 이번 연사진은 희한할 정도로 연락이 잘 안 돼요. 요즘 뭐하시길래 그렇게 바쁘십니까?
: 제 삶이 대감집 머슴이라 대감님들이 부르시면 부리나케 찾아뵙느라 바쁘죠.
푸딩 : 요즘같은 불경기에 대감님들이 부르는 거면 굉장히 잘 나가시는 거잖아요.
: 그렇죠. 불러주시는 대감님도 없으면 참 슬픈 인생이 되겠죠. 감사한 일입니다.
푸딩 : 폴이 대외 활동을 잘 안 하시잖아요. 아닌가? 최근에도 하나 나가셨고. 열심히 나가시나?
: 아니요. 제가 진짜 대외 활동을 잘 안 하죠. 요즘엔 여러 이유로 몇 개 나가긴 했지만, 평소엔 잘 안 합니다.
푸딩 : 바빠서 그래요?
: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샤이(Shy) 관종이라. 낄낄낄낄낄낄
푸딩 : 키키킷큭큭큭큭큭큭
출처 : 어도어
: 샤이한 관종은 어느 정도 관심이나 소환으로 게이지가 임계치에 이르면 뒤로 숨어요.
푸딩 : 부끄렁-저항치가 바닥났군요.
: 바닥났죠. 요즘엔 쿨타임(cooltime) 채우고 있습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자리에 서나. 훨씬 잘하시는 분이 많을텐데. 라면서 숨는 게 샤이 관종이죠. 그렇다고 아무도 안 찾아주면 또 막 나가요.
푸딩 : 그러니 관종이고.
: 최근 6 -7년은 제 임계치보다는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곳에만 나갔어요. 두 번째는 제가 배운 거 정리하고 공유하고 사람들한테 설명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그 활동해야 하는 욕구가 길드 내에서 다 해결이 되기 때문에 굳이 모르는 사람 앞에 나갈 필요를 못느끼기도 했고요.
푸딩 : 길드라 함은 폴이 대표이사인 마켓핏랩 그룹을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 이히히히히히 대표이사, 아놔. 낄낄낄낏낄힛. 정말!
푸딩 : 쿨타임도 다 안 차고 바쁜 분이 어인 일로 발표 제안을 수락하신 겁니까?
: 한날이 이런 거 자주 안 하시잖아요. 제가 봤을 때 한날, 이거 한 번 하시고 안 하실 것 같은데. 낄낄낄낄
푸딩 : 아닌데? 전혀 아닌데? 막 100번 할 건데?
: 140대 중반 나이로 학습과 성장을 주제로 하는 컨퍼런스를 여는 장면을 상상하니 기대되네요.
푸딩 : 행사 자체는 계속 하죠. 행사는 하는데 이번처럼 앞에 나서지는 않죠. 그리고 근접한 숫자로 나이 공개하지 맙시다?
: 그러니까요.
푸딩 : 가만보자.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게임 디자인 워크샵 때잖아요. 2007년인가, 2008년인가.
: 그러네요. 맞아요.
푸딩 : 그때 저 되게 신기해했던 게 게임 디자인 워크샵 같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들여올 생각을 하는지였어요.
: 제 기억으로는, 제가 난생 처음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 갔을 때였어요.
푸딩 : 부럽다...
: GDC가 이틀인가 하는데 행사일보다 일찍 오면 워크샵을 신청할 수가 있었어요. 워크샵 중에 게임 디자인 워크샵이 있었고 종일 워크샵이었죠.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성인 교육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어요.
출처 : 한날. 3개 회사가 함께 한 게임 디자인 워크샵 (2011)
: 그래서 재직자의 역량을 개발하는 교육이란 게 회사 내에서 알아서 하는 정도였죠. 삼성에서 만든 멀티캠퍼스가 있을까 말까 였고, 휴넷도 이제 막 만들어지는 상황. 재직자들이 주도적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교육시키고, 학습이 이뤄지는 체계나 프로그램이 진짜 없었어요. 게임 업계는 더 없었죠.
푸딩 : 적어도 컨퍼런스처럼 공개적으로 모여서 다함께 하는 형식은 한국게임개발자협회였나? 협회에서 2000년 초반에 열리던 것 제외하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땐 뭐 다들 야생이라 알아서 성장하는 시대였잖아요. 어깨 너머로 배우고.
: 진짜 완전 다 야생 아니면 도제식이었죠. 그럴 때에 저는 되게 감사하게도 좋은 학습 공동체를 일찍 만납니다. AC2(AC제곱, AC Square)같은 곳이 대표적인 예죠. 그러면서 왜 사람들이 이렇게 재밌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지 않지? 이런 아쉬움이 있던 차에 GDC를 간 거예요. 게임 개발자 1만명이 모이는 컨퍼런스. 저는 태어나서 그렇게 게임 개발자가 많이 모인 광경은 처음 봤어요.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이 도제식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배움을 공유하여 나누고, 현업으로 돌아가 적용하고, 적용하여 얻은 교훈을 그 다음 해에 참가하여 다시 나누는, 그런 열린 문화를 목격하며 충격을 받았어요.
푸딩 : 듣기만 해도 두근거리네요.
: 그런 문화와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도 가져와서 뭔가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 Again GDC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자신이 들은 강의 세션을 번역하고 정리하여 공유했는데, 그게 무척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는 GDC에서 게임 디자인 워크샵을 참석했는데, 이 워크샵이 정말 좋아서 한국어로 번역한 후 사람들이 참여하는 워크샵 형태로 만들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거였죠. 당시에 저는 엔트리브라는 회사에 다녔는데, 퇴근하고나서 회사 사람 몇 명과 해보니 다들 무척 재밌어하고 좋아했어요.
푸딩 : 2007년인가 2008년에 진행자(모더레이터)를 모집했잖아요. 그때 저도 참여하면서 폴을 만나게 된 거고. 모집한 이유가 워크샵이 엔트리브 바깥에서도 진행되어서 그랬던 건가요?
: 넥슨에서 매년 여는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 이 프로그램을 들고 참가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그래서 넥슨 인사팀에서 신입사원 정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해왔죠. 당시에 넥슨엔 계열사가 많았는데 인사팀에서는 공통된 게임 디자인 경험을 주고 싶었나봐요.
푸딩 : 당시 넥슨 인사팀이 참 열심히 했죠. 도영님 보고 싶네요. 여튼 그 워크샵은 잘 됐었죠?
: 아주 좋았죠. 그 이후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정규 편성되어 계속 참가했어요.
푸딩 : 저는 그 당시에 참 부럽고 신기했던 게, GDC에 참가하는 게임 개발자들이 체계적으로 어떻게 일하고, 게임을 만들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그걸 공유하려고 컨퍼런스를 여는 거였어요. 1999년에 제가 속한 기획팀의 전석환 팀장님이 제 사수로서 그런 걸 제게 이야기 들려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제가 무척 존경하는데, 존경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때는 그게 소중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죠.
푸딩 : 두 번째로 신기하고 좋았던 건, 그렇게 배운 걸 폴과 기웅님이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방법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장을 마련하고 교류할 수 있구나. 서로가 서로를 코칭하는 모습이랄까요. 겉으로 보이는 형식만 보면 되게 엉성하고 어딘가 궁핍했는데, 내용은 알차고 촘촘하고 살아있었어요.
: 무엇이든 학습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진지했어요. 그래서 고민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실험도 했죠. 회사에서 제게 주신 기회 중 하나가, 사내에 전반적인 프로젝트들에 참여하는 분들의 전략이나 그분들의 학습 지도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고, 그때 많은 시도를 해봤어요. 이런 걸 생각해보면 진짜 혜안있는 리더들이 팀원에게 뭔가를 해보도록 지원해주는 게 무척 중요하지요.
푸딩 : 제가 학습이나 지식 정보 체계화에 관심을 갖던 것을 넘어서 행동하게 된 계기가 그때 경험이라 생각해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우고 성장하고

푸딩 : 그때가 마지막 게임 업계 커리어였나요?
: 맞아요. 엔트리브 퇴사 이후 점점 비게임쪽 접점이 늘었어요. 학습, 그 다음은 소셜, 그 다음은 테크. 이렇게 비게임쪽 인맥이나 자리가 많이 생기던 와중에 새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초대를 받았고, 그때 코파운더로 같이 스타트업을 창업했죠. 그게 지금의 채널톡이죠.
푸딩 : 처음부터 그 회사의 아이템이 채널톡이 아니라 피봇을 한 거였죠?
: 맞아요. 애드바이미로 시작해서 몇 차례 피봇을 한 끝에 지금의 채널톡을 만들었어요.
푸딩 : 근데 어쩌다 창업에 참여하신 거예요?
: 나쁜 친구들을 만났죠. 히힛힛힛힛힛힛힛힛힛
푸딩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그때가 첫 창업도 아니었어요. 대학생 때도 창업했는데, 그때도 나쁜 친구들을 만나서였죠. 힛힛힛힛낄낄낄
푸딩 : 어힛핫힛하하하하하
출처 : 영점프 코믹스
푸딩 : 차암 나쁜 친구들이야. 창업하자고 꼬시다니.
: 여러분, 친구들을 잘 만나야 합니다. 창업한다고 꼬시는 친구를 만나면 안 됩니다.
푸딩 : 참 나쁜 친구지만 좋은 친구들.
: 고생 많이, 같이 많이 했죠. 인생에서 진짜 전우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공동 창업자들 같아요.
푸딩 : 아무리 나쁜 친구들이라고 해도 사업성이든 뭐든 끌리던 건 있었을텐데. 혹시,
  • 나쁜친구 : 너 한다, 나랑 창업
  • : 너 한다? 나 한다.
이런 거였나요?
: 1번 요인은 사람이었고요. 2번 요인은 지금 되게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사업 아이템.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쓸 것 같은 아이템이었어요.
푸딩 : 그때 어떤 역할을 하셨어요? 물론 스타트업은 여러 역할을 복합적으로 맡고 수행하지만, 주 역할은 뭐였어요?
: 전략이사(CSO)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에 CSO가 뭔 필요인가 싶어요. 그때로 돌아가면 CEO 한 명 놔두고 나머지 모두는 열심히 일하는 멤버로 조직 구조를 짰을 것 같아요. 뭐, 그 당시엔 타이틀을 갖고 싶었나봐요. 회사에서도 주고 싶어했고.
: 그 당시에는 CSO 직함을 갖고 있었고 전략 기획을 짜기도 했지만, 대부분 프로덕트 관련된 일을 함께 했어요. 프로덕트 매니징이나 프로젝트 매니징. 그리고 조직 문화나 학습이 제 관심사다보니까 관련 일도 많이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거 하지말고 영업에 집중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며 후회감이 들긴 하는데, 그때에 뭘 알고 했겠어요.
푸딩 : 그때가 십 몇 년 전이잖아요. 에너지 넘치는 걸 감당 못하던 때죠.

2장. 그로스 해커가 육성하는 PM

1호 그로스 해커

푸딩 : 그나저나 폴을 잘아는 우리 운영진 중 한 분이 저를 말린 표현 중에 하나가 “한국 그로스의 조상님”이라는 표현이거든요.
: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푸딩 : 네, 대표이사님. 국내에 그로스를 일찍 소개하고 실무에 적용하셨단 말이에요. 2000년대 후반에 징가(Zynga) 등이 그로스 해킹을 잘하면서 점차 국내에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생소했는데 말이에요.
: 생소했죠.
푸딩 : 그러던 시기에 어떻게 이미 그로스를 알고 활용하셨어요? 특히 눔(Noom)에서 그로스로 이루신 업적으로 눔을 살리셨잖아요.
: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푸딩 : 네, 대표이사님.
: 지금은 그로스 해킹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그 당시만 해도 프로덕트 매니저, 한국식으로는 서비스 기획자 또는 서비스 기획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과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커리어가 겹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한 10년 전까지는. 지금은 꽤 있거든요. 퍼포먼스 마케팅 개념은 나올까 말까 한 상황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데이터를 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예산 집행을 하는 상황에서,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개발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사람이 그로스 해커로서 좋은 자질로 부각된 거예요.
푸딩 : 그럼 눔은 폴 합류 시점에 그로스 조직을 만든 건가요?
: 제가 눔에 있던 당시에 눔은 B2B에서 B2C로 피봇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그러던 상황에서 창업자 두 분이 제게 엄청 지원해줄 수는 없지만 B2C 기회가 있는지 PMF(제품의 시장 적합성, Product Market Fit)를 시험해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그런 실험하는 걸 아주 재밌어하니까 신사업이라 생각하고 해보겠다고 했죠.
푸딩 : 일은 초반부터 잘 풀렸나요?
: 막 엄청 좋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성과는 보였어요. 두 창업자분은 되게 기뻐하면서 우리가 컨슈머 시장으로 피봇할 수 있는 근거로써 성과를 쓰면 좋겠다고 하셨고, 그렇게 회사의 1호 그로스 해커 직함을 얻게 됐어요. 그때부터 열심히 퍼포먼스 마케팅 배우고, 데이터는 원래 보던 거고, 프로덕트는 원래 저희가 만들던 거였고, 고객 획득(acquisition)쪽에서 전환율 최적화 하는 일을 했죠. B2C쪽 매출이 올라오면서 PM에서 그로스로 커리어가 완전히 넘어오게 된 것 같아요.
: 그 당시에 눔 대표님이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발품 팔아가며 뛰어난 컨설턴트를 많이 소개해주셨는데, 그때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이 션 엘리스(Sean Ellis)예요.
푸딩 : 헐...
: 그 외에도 다양한 분이 회사에 조언을 해주시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고, CSO 역할을 하던 회사 공동 창업자 중 한 분이 저와 함께 그로스 분야 파줬어요. 저 혼자 공부했으면 그렇게 깊고 빠르게 그로스를 파기 어려웠을 거예요. 둘이서 매주 그로스를 공부하고, 실험한 걸 서로 공유했는데, 그때 정말 많이 배웠죠.
: 그런 맥락으로 커리어 여정 차원에서 굉장히 좋았던 건, 단순히 서비스 기획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개발을 이해하는, 데이터를 볼 줄 아는, 예산만 주어지면 고객을 획득할 수 있는, 그래서 매출을 만들어내는, 그런 서비스 기획자로 합쳐졌고, 이걸 그로스 해커라고 부른다는 말에 그로스 해커를 인지한 거예요. 그렇게 제 R&R(역할과 책임, Roles & Responsibilities)을 정리해갔죠.
푸딩 : 말씀 중에 작은 성과라도 기뻐해주셨다는 부분이 참 기분 좋게 들리네요.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는 것인지 요즘엔 이런 게 좋더라.
: 말씀하신 그런 좋은 기억이 제 머릿 속에 많이 남아있어요. 물론 고생도 했죠.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그로스 하시는 분은 다 공감하실텐데, 매출 안 오르면 엄청 스트레스에 시달려요. 남이 뭐라고 하든 안 하든 시장의 반응과 결과를 매일 보다보니 성과 지표가 안 오르면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아요. 하지만 긍정적인 작은 변화라도 되게 좋아해주시고, “우리 조직에서 그로스의 가장 중요한 건 인사이트다. 매출이 오른다, 회원 가입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모두 후행 지표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고객에 대해서 준비를 갖추고 행동을 실행할 인사이트가 늘어나는 것이다” 라고 하셨거든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맥락이에요.
푸딩 : 정말 중요한 이해와 인식을 하셨군요. 인식하셨다면 고생을 아셨을텐데, 소고기 사먹으라고 법인 카드라도 주지 않으셨어요?
: 한 번은 고객과 인터뷰하고 거기에서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서비스에 적용하고, 광고에 적용해서 지표가 오르고, 매출이 오른 스프린트 결과를 딱 보여드렸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눔 창업자였던 정세주 대표님이 갑자기! 이히히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기다. 갑자기 지갑에서.
푸딩 : 아아, 알겠다. 이히히히. 벌써 재밌어.
: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서 주는 거예요. 아니, 장면을 상상해봐요. 상황이 너무 웃기잖아요. 정세주 대표님은 저를 항상 존중하는 마음으로 정성영 선생님이라고 부르셨거든요. “정성영 선생님, 오늘 제가 정말 감동받았고, 우리 회사가 성장을 하는 데 있어서 되게 큰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팀원들과 함께 그로스를 만들어 주십시오”하시더니 “이건 제 개인적으로 드리는 선물이니까 팀원들과 소고기라도 사드십시오”라면서 지갑에서 현금 뭉치를 꺼내더니 현금을 세지도 않고 주는 거예요.
푸딩 : 하하하하, 와아, 낭만있다. 컨퍼런스 홀 같은 데에서 업무 결과 발표하는데 금일봉이라니.
: 그러니까요. 히히히히. 이런 낭만이 그 당시에 있었어요. 지금이야 연 5천억, 6천억씩 잘하는 회사지만, 그 당시 그 규모에서 봄직한 낭만이죠.
푸딩 : 잘 정제된 피드백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인 것 같아요. 약간 거칠지만 인간미 느껴지죠.
: 그렇죠.

시대정신과 문화 속에서 싹트고 자라는 그로스 해킹

푸딩 : 그런데 여전히 궁금한 건, 그로스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로스 자체를 해오던 분이 아니잖아요.
: 저는 절대 아니었죠.
푸딩 : 그런데 어떻게 그로스 해킹과 관련된 절차, 문서 형식, 템플릿 등을 만들어 내신 거예요? 초반엔 스킬이 정립되지도 않았겠고, 그 마저도 파편화되어 있어서 그로스가 맹지처럼 주류에 연결된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그런 스킬과 자료, 절차, 체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쌓아올리신 건가요?
: 애초에 계획하고 그 지식들을 만들고 쌓은 건 아니지만, 전 무척 감사하게도 그로스 해킹에 필요한 기반 지식을 제 커리어 초반에 다 쌓았어요. 놀랍게도 제 학부 전공은 광고고요. 두 번째 스타트업인 애드바이미(현 채널톡)에서 광고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덕트 매니저였어요. 애드바이미 이후엔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이사직을 수행했고요. 데이터를 보거나 데이터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역량을 이 회사에서 많이 쌓았던 것 같아요. 눔에서는 이미 사용자 잔존율이 좋은 앱을 이미 만들어 놨는데, B2B로만 사업을 하던 상황에서 B2C로 전환할 수 있을지 내부 비판이 있던 상황이었어요. 그냥 디지털 광고 배워서 하면 되고, 데이터는 보면 되니까, 그리고 애초에 제품 자체는 이미 좋으니까 제가 이거 해봐야겠다고 했을 때 감사하게도 적절하게 등 떠밀어주신 분들이 있었던 거고요.
푸딩 : 직소 퍼즐 맞추듯이 착착 그로스라는 커리어 그림을 그려갔네요.
: 제 생각에는 그런 스킬들이 없으면 좀 어려울 수 있어요. 근데 회사 내에서, 조직 내에서 누군가 총대를 메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자주 보여주면, 또 그런 시도가 유의미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결국 중요한 건 리더십과 문화인 것 같아요. 그 당시 눔은 되게 특이한 상황이 있었는데, 모든 직원들에게 절실함이 있었어요. 진짜 절실해. 근데 이 절실함이 있는 상황에서 창업자들이 새로운 신사업을, 또는 PMF를 해보자고 했을 때 그걸 해내는 데 필요한 적절한 스킬셋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시도를 해본 거예요. 대단한 성과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어? 이거 뭔가 될 것 같은데? 이 정도 수준이었고, 그걸 발견하면 계속 지지하고 지원해줬어요. “야, 지금 네가 뭘 알아?!”라고 무안주는 게 아니라 “야! 뭐라도 지금 나오는 것 같으니 너무 좋다. 더 열심히 해봐!” 이런 식으로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문화 속에서 변화가 움트고 만개했다고 생각해요.
푸딩 :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팀 분위기와 문화네요. 팀 색깔과 분위기, 문화는 창업자 또는 대표의 캐릭터에 동기화되던데, 눔 창업자분들이 훌륭한 분 같아요. 제 친구의 친구가 정세주 대표님인데, 이 친구가 정세주 대표님 칭찬을 자주 해서 어떤 분인지 더 궁금하네요. 나도 친구 시켜달라고 할까?
푸딩 : 아, 맞다. 예전에 폴이 한 얘기 중에 인상에 남은 말이, “그로스를 하려면 개발 본부 아래에 그로스팀, 또는 마케팅 본부 아래에 있는 그로스팀이 아니라 CEO 직속 조직이 되어야 하고, CEO는 스폰서가 되어야 한다”라는 거였어요. 그 통찰도 눔 경험에서 나온 건가요? 아니면 원래 그로스쪽에 이런 말이 있는 건가요?
: 눔에서 경험한 것이기도 하고, 그로스에서 굉장히 강조하는 성공 방정식이기도 해요. 저는 그로스 해킹이 시대 정신을 따라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푸딩 : 시대 정신?
: 똑똑하게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시대 정신에 맞는 방법론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크로스 펑셔널 팀도(교차 기능 팀, Cross Functional Team) 시대 정신에 맞는 접근법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로스 해킹은 애자일과 린(Lean) 스타트업이 묘하게 섞일 때 나오는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되게 운 좋게 우리나라에 애자일이 처음 들어올 때 좋은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서 일찍부터 애자일을 연습하고 현업에 시도할 수 있었는데, 애자일에서 굉장히 강조하는 게 크로스 펑셔널 팀이에요.
푸딩 : 공교롭게 크로스핏(CrossFit)이 모습을 드러내고 인기를 끈 시점과 성장 과정이 비슷한 것 같아서 정말 크로스 펑셔널이 그 당시 시대 정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도, 체조 등 여러 가지를 조합한 게 크로스핏이거든요. 거기에 그룹 운동으로 풀고 지표로 경쟁 요소를 살려 몰입을 일으켜요. 근데 단점이 부상이에요. 각 종목만 해도 수 년에 걸쳐 연습하며 숙련도를 높이는데, 몇 주에서 몇 달 연습해서 그런 종목들을 조합해 운동, 그것도 기록 경쟁을 유도하니 아무래도 부상 빈도가 높은 것 같아요. 이게 대표적인 크로스핏 비판 지점인데요. 그로스 해킹엔 그런 비판이 없나요?
: 엄청 많았죠. 가장 대표적인 두세 가지 정도가 떠오르는데, 첫 번째는 그로스 해킹은 기믹(gimmick)이라는 거예요. 예를 들면, 원래 노란색인 버튼을 핑크색으로 바꿨더니 사람들이 더 많이 클릭했고, B안에 이겼으니 핑크색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죠. 이런 것들이 초창기에 사람들한테 매우 후킹한 메시지를 던졌는데, 조금만 고민하고 공부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본질적이지 않은 요소거든요.
: 두 번째는, 그로스 해킹은 마케팅이다. 정확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거죠. 그로스 해킹은 퍼포먼스 마케팅하는 거 아냐? 퍼포먼스 마케팅 요즘에 잘 안 된다며? 우리 회사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니까 그게 그로스야?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그로스 해킹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들 혹은 남들이 성공했다는 것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스 해킹이 어떤 시대 정신으로 태어났고, 어떤 사람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보는 게 의미가 있어요.
: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그로스 해킹을 명확하게 의견을 보여주는 사람이 두 명이에요. 앤드류 첸(Andrew Chen)과 션 엘리스(Sean Ellis). 둘 다 그로스 해킹을, 그로스 마케팅 혹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정의하지 않아요. 결국에는 진짜 팬을 늘려서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하는, 그것도 급성장하는 것을 얘기하죠. 특히 션 엘리스는 마켓핏을 정말 강조하고요.
: 애초에 사람들이 환장하게끔 좋은 제품을 만들지 않은 채 그로스를 하지 마라. 그러면서 그로스 해킹이라는 건 결국 매력있는 가치를 어떻게 싸고 빨리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 그리고 그 사람들로 하여금 경험하게 하는 행위에 가깝다는 거예요. 당신이 불편했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이 드디어 나왔어요! 환호! 이걸 되게 강조하거든요.
출처 : 심슨
푸딩 : 정말, 드디어, 마침내! 이런 벅찬 감정이 드는 제품엔 기꺼이 돈이든 열성적인 사용이든 하죠.
: 그 두 가지가 그로스 해킹이 여태까지 겪어온 오해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션 엘리스는 본인이 책을 쓸 때 그로스 해킹을 책 이름으로 안 쓰려고 했어요. 그로스 해킹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해킹에 너무 매몰되니까요. 그래서 결국 해킹 그로스, 즉 성장을 해킹하는 게 핵심이며, 해킹이 주가 아니라고 한 거예요.
: 최근 몇 년 사이엔 그로스 해킹이라는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게 아니라서 많은 회사가 실행하고 있고, 그 개념이 너무 당연해졌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그로스 해커나 그로스 해킹이라는 표현도 거의 사라졌고, 이젠 그로스만 살아남았죠. 어쨌든 사람들이 원하는 건 비즈니스의 성장이니까요.
푸딩 : 요즘엔 그로스 해킹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좀 그런 게, 나쁜 해킹에 꽂혀가지고 가짜문 테스트(Fake Door, Pretotyping) 같은 게 나와서 그래요.
: 네, 맞아요.
푸딩 : 고객의 경험을 해치는 것을 해킹이라고 하니까 이미지가 안 좋은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을 갖고 노는 건데.
: 최근에 국내에서도 가짜문 테스트를 극단적으로 활용하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논란이 있는 거라 생각해요. 가짜문 테스트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배경 자체는 전 인정해요.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행위가 고객 경험을 해친다거나 브랜드의 신뢰와 가치를 깎어먹게 되는 걸 내버려두면 그런 현상이 업계에 새로운 표준(norm)으로 동작하면서 업계 전체가 피해를 봐요.
푸딩 : 그렇죠.
: 따라서 다들 잘 처신하면 좋겠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푸딩 : 다른 질문으로 전환해보죠. 그로스 해커로 참여하신 프로젝트 중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뭔가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기억에 남는 거요.
: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많죠. 근데 대부분 비밀유지계약(NDA)으로 묶여 있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눔 밖에 없지 않을까요?
푸딩 : 아, 대감님들 프로젝트. 그럼 하지 맙시다. NDA 걸리면 컨텐츠가 재미 없어요.
: 맞아요. 히히힉힛히히히힛
푸딩 : 여러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데이터까지 보다보면 자체 제품 만들고 싶은 생각이 클 것 같아요. 실제로 제작자로도 일을 하셨고.
: 많죠. 그래서 대감집 머슴 일을 하면서 한 푼 한 푼씩 아껴서 SaaS도 만들어보고 있죠. 우리 길드 내에서만 네 개를 만들었죠. 한날이 참여한 Concierge도 여전히 돌아가고 있고.
푸딩 : 장수하는 프로젝트네요. 루틴 프로젝트를 만들긴 해야 하는데.
: 자체 제작한 SaaS를 길드 안에서 개밥먹기(dogfooding)하며 키워가고 있어요. 당연히 고객의 문제가 있으니까 “네가 문제 좀 푼다며? 어디, 여와서 내 문제 좀 풀어봐”라며 찾아오는 고객을 많이 만나고, 거기에서 사업의 기회, 공통적인 문제가 보이고, 내부 SaaS 제품을 여러 사람의 문제를 풀어주는 범용 소프트웨어로 만든다면,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밥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푸딩 : 어떤 건 엔지니어링 난이도 측면에선 토이 프로젝트에 가까운데, 계속해서 고객의 가치를 찾고 키워가는 모습이 무척 멋집니다. 전 안 되겠어요. 돈 버는 코딩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코딩에 더 반응하잖아요. 여튼, 차기 제품으로 고민하는 게 있다면 방향 정도로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 LLM쪽 인공지능 제품을 내부에서 계속 키워가고 있고요. 내부에서 쓰고 있는 HRM(인적 자원 관리) 도구는 아마 올해 하반기에 베타 출시할 거예요. 저희같은 회사나 에이전시 운영하시는 분들이 내부 직원들의 기여 측정, 기여 평가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도구 등이 있죠.
푸딩 : 각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동기나 계기는 뭔가요? 어떤 걸 주안점으로 두시나요?
: 첫 번째, 그거 만들면 돈 내겠다는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안 만들고요. 두 번째는 제가 일일이 세부 서비스 계획을 챙길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꽂혀있고 제품화 의지를 갖고 있는 내부 PM이 있으면 “한 번 해보자”고 판단해요.

PMcess Maker

출처 : 가이낙스
푸딩 : 마켓핏랩을 한 발짝 떨어져서 봤을 때 바로 그런 점이 PM조직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땐 주니어PM이었는데 몇 달 지나면 그 분위기가 싹 사라지거든요. 대체 얼마나 하드코어하게 일을 하길래 그렇게 성장하는지 궁금합니다. PM을 성장시키는 폴 나름의 기준이나 체계는 무엇인가요?
: 교육도 하고, 업무 템플릿도 있고, 대면상담(1on1)도 하는데, 다른 것보다도 성장할 준비가 된 것 같다면 빡빡하게 육성하죠. 하드하게. 허허허.
푸딩 : 여기도 . 허허허?
: “몇 천 만 원, 몇 억짜리 프로젝트인데, 네가 이 팀의 IC(해결사, Individual Contributor, 자신의 전문 역량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Problem Solving)하는 사람)들을 잘 이끌고 가서 성과를 내야 한다”라고 말하며 야생에 많이 던져놓죠. 히히히힛힛힉힛히
푸딩 : 여럿 울렸을 것 같은데?
: 많이 울렸죠.
푸딩 : 폴이?
: 일이. 이힛힛히힛힉
푸딩 : 울고 포기하는 경우가 모두에게 가장 안좋은 결과인데, 어떤 식으로 이 분들이 버티게, 견디게 불을 지펴주나요? 이들이 버티고 성장할 수 있게 현실왜곡장을 펼치는 건 아닐테고.
: 그건 제가 말하기 보다는 울었던 PM들이 말하는 게 정확한데, 제 관점에선 먼저 PM을 하고 싶은 친구들을 시킨다.
푸딩 : 아아, 이미 동기 부여와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군요.
: 네네, 그쪽 방향으로 커리어 방향을 잡고 있는 분을 일단 후보로 삼고요. 그리고 최소한 중심으로 후보로 삼아요. 저희는 신입을 안 뽑아요. 특히 PM은 더더욱 신입을 안 뽑죠. 저희는 PM을 APM(Associate PM)과 메인 PM으로 쪼개는데, 메인 PM은 소통 능력과 보고 능력, 그리고 IT프로젝트를 굴려가면서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본 경험이 최소 3~4년 쌓여있는 분들에게 맡기는데, 들이 많아요. 작게라도 창업해본 친구들이요. 저희 길드에서 메인 PM하는 친구들은 창업을 거의 다 해봤을 걸요?
푸딩 : 제품의 CEO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분들이군요.
: 그렇죠. 그렇죠. 그런 분들에게 “그로스PM 혹은 컨설팅 PM이라는 건 이런 것이다”라고 해서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여 이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게 전부인 것 같네요.
푸딩 : 신입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누구를 채용하시나요?
: 그동안 저희가 길드를 운영해온 걸 가까이 봐오셔서 아시겠지만, 저희는 기본적으로 같이 일해보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거의 80~90% 지인 추천으로 채용이 시작돼요. “지인 추천이면 사기는 안 치겠지” 그런 마음. 흥힛힛. 그리고 레쥬메 보면 대략 어디서 뛰었다 온 사람인지 다 아니까.
푸딩 : 그렇긴 하죠.
: 그래서 같이 한 번 프로젝트 해봅시다, 그렇게 한두 달 같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후보자의 장점과 단점이 보이죠.
푸딩 : 프로젝트를 마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동료에게 리뷰를 요청해서 피드백을 받잖아요. 그것도 인상적입니다. 자발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는 모습이라니. 폴이 평가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그런 피드백을 리뷰하실 때 어떤 걸 장점으로 보세요?
: 일단 APM은 리서치 능력과 문서화 능력을 되게 중요시하고요. 메인PM, 흔히 말하는 컨설팅PM이나 그로스PM은 그로스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 혹은 팀이 원하는 것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장악력. 이 두 가지를 되게 중요한 장점으로 보죠. 그 다음에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그로스의 개념을 이해하고, 왜 Randomize Control(무작위 대조군)이 필요한가, 이런 것들에 대한 이론, 경험이 어느 정도로 훈련되어 있는지를 보죠.
: 데이터를 보고 실험하는 것들이 업계의 표준(norm)처럼 돼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한 번도 안 해봤거나 못하는 사람이 저희 길드에 지원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고요. 그러다보니까 저희가 더 중요시 여기는 건 프로젝트를 움직이는 능력과 고객사의 문제를 파악하고 실제로 좋은 가설을 세워 협업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봐요.

3장. 동료에게 존중받는 PM의 프레임워크, PSR

푸딩 : 이번에 PSR(Problem, Solution, Result)이 발표의 키워드인데, PM이라면 PSR을 꼭 훈련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영업해주세요.
: PM은 기본적인 하드스킬이 기획서를 쓰는 거예요. 기획서를 한 번이라도 써보면 알 거예요. 한날도 알잖아요.
푸딩 : 마지막으로 기획서 쓴 게 10년 전이긴 한데, 그때에도 글이나 시각화 성격이 있는 산출물에 대해 눈 달린 사람은 누구나 말을 쉽게 얹죠. 손대는 데 거리낌 없고. 그래서 아주 중요한 하드스킬이죠.
: 그렇죠. 왜 이거는 없냐, 이것의 근거가 뭐냐, 라고 누구나 쉽게 던질 수 있는 질문들 앞에서 내 기획서가 초라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탈탈 털리죠. 이것의 근거가 뭐예요? 라는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PM은 근거 기반의 기획서를 쓰는 것에 많은 필요성을 느낄 거예요. 이 필요성이 없는 PM은 제 발표를 들을 필요가 없어요.
푸딩 : 같은 시각, 다른 홀에서는 서지연(치즈)님의 개발자, 개발 리더, 그리고 프로덕트 오너로! 발표가 진행됩니다.
: 아니, 그게 아니라. 낄힛힛
푸딩 : 큭큭큭큭
: 필요성을 가진 분이 많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실제로 저희 길드 내에서 이 발표를 했었을 때, 그리고 몇몇 대기업에서 자기네 서비스 기획자나 프로덕트팀 대상으로 발표해달라고 해서 발표하면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푸딩 : 대기업에서 교육하고 극찬과 호응을 받은 그런 발표를, 무려 푸딩캠프의 컨퍼런스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 한날, 방금 대사에 웬지 후광이 나는 것 같습니다.
푸딩 : 녜? 하던 말씀 계속 해주세요.
: 저는 관심과 흥미를 끄는 발제를 잘 집었다고 생각하고요. 근거 기반의 실험 기획서나 제품 기획서를 잘 쓰는 방법. 이 주제로 길드의 PM들을 가르친 게 작년 초부터 거든요. 근데 최근에 인공지능 기반 유명 솔루션들이 나오고 있죠. WriteMyPrd나 ChatPRD. 이런 툴들이 상향평준화를 이끌어내고 있어요. 제가 프레임워크와 이론, 잘된 사례를 소개하긴 하지만, 결국엔 툴 쓰면 기본은 간다. 푸힛. 힛히히히히.
: 그래서 3분의 1정도 시간은 GenAI를 써서 PRD 잘 쓰는 걸 소개하고, 그게 왜 좋은 PRD인지, 그리고 이런 도구의 작동 원리, 그리고 이런 것을 채워넣어야 하는 배경들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써야 하잖아요. 그런 이유로 이론이 필요한 거고.
푸딩 : 아하, 그래서 PSR이?!
: 맞아요. 이론 중에 PSR이 되게 좋은 이론이라 생각해요. 제가 올 초에 무신사 그로스팀하고 워크샵을 한 번 했는데,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체계적으로 기획서를 써야 되는지, 쓸 수 있는지 잘 몰랐다고 하는 거예요.
푸딩 : 근데 PSR이 뭔가요? Pudding Smoothness Rating?
: PSR은 Problem, Solution, Result를 줄인 말인데, 이 세 가지를 조금 더 풀면.
  • Problem : Definition, Validation
  • Solution : Description, Rational
  • Result : Metrics, Experimental Result
마지막 Experimental Result는 대조군에 비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Implication(영향력) 같은 것들 보게 되는데, 그게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채우면 굉장히 설득되고 좋아하는지.
푸딩 : PM의 기획서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게 이를테면 어떤 걸까요?
: 좋은 PM의 덕목 1번은 팀이 고생한 결과물을 갖고 돈을 벌어야 해요.
푸딩 : 맞아요.
: 2번은, 음. 간혹 가다가 진짜 “이건 PM 잘못은 아니다. 이건 워낙 위험한 시장이었고, 진입하기엔 너무 이른 시장이었다”고 할 만한 경우가 있거든요. 그럼 돈 못 벌어도 되니까 누구나 PM을 할 수 있는 거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에요. 그런 맥락에서 중요한 건 동료들의 존중을 받아야 해요. 그게 2번.
: “네가 갖고 온 기획을 기반으로 디자인하느라 난 일주일 밤 샜어. 쟤는 코딩하느라고 이주일 밤 샜어. 근데 너는 냅킨 같은 데다가 서너 줄 써오고는 말로 때우려고 해?” 훗힝힛힛히히. 만약 팀으로부터 충분히 존중을 받는다면 그럴 수 있어요.
푸딩 : 충분히 존중받고 합도 잘 맞고.
: 네네. 근데 그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PM은 누구보다도 기능에 대해 고민을 해와야해요.
푸딩 : 그렇죠. 가장 잘 알아야죠. 그걸 못하ㅁ
: 그걸 못하면 신뢰받지 못해요. 개발자가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요?”하는데 어버버 당황하면 신뢰는 바로 까이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좋은 프레임워크를 사용해서 나 스스로 “아, 맞다, 이런 내용을 채워놔야겠다”고 하며 작성한 PSR 기반의 PRD나 ERD를 본 팀원들이 뭐라고 하냐면 “이 친구 고민 좀 했네” 이 느낌을 당연히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실제로 되게 재밌는 게 뭐냐면, 스크럼에서 닭과 돼지(chicken and pig)라는 게 있어요. 치킨하고 피그가 브런치 까페를 동업으로 열기로 하는데, 갑자기 돼지가 치킨한테 “야, 이거 불공정거래야. 내 지분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아. 왜냐하면 나는 살을 내놓지만, 너는 알만 내놓잖아” 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스크럼에서 중요시하는 게 돼지가 누구냐는 거예요. 스크럼에서 팀이나 역할 기준으로 세 개로 쪼개요. 하나가 우리가 잘 아는 스크럼 마스터, 그 다음은 팀. 이 팀 안에 메이커가 다 들어가요. 세 번째가 프로덕트 오너예요. 스크럼에서는 가장 큰 피그가 프로덕트 오너가 되는 거예요. 이게 되게 웃기지 않아요? 왜냐하면 프로덕트 오너들은 미팅에도 별로 안 오고 실무도 많이 안 해요.
푸딩 : 그럼 프로덕트 오너는 무임승차하나요? 투자자처럼 돈이라도 걸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돼지지.
: 발음이 오묘한데 기분탓 같고.히히힛. 그래서 프로덕트 오너는 뭘 거냐면 자신의 커리어를 걸어요.
푸딩 : 오너로서 책임을 지는군요.
: 개발자를 예로 들게요. 자신이 만든 제품이 사업 성과를 못 냈다고 했을 때, 이 사람한테 기회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기회는 계속 주어져요. 프로젝트 과정에서 뛰어난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여줬다면 오히려 더 좋은 연봉을 받고 다른 데 갈 거예요.
푸딩 : 그렇죠. 실패 경험을 가치로 쳐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 하지만 프로덕트 오너는 그렇지 않아요. 흣힛히히히. “미안한 말이지만, 나 쟤랑 일했을 때 결국엔 돈 못 벌더라고. 열심히는 하는데 돈을 못 벌어”, “쟤랑 일했을 때 난 솔직히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자신없었어” 이렇게 돼요. 실패는 실패의 어머니가 되기 일쑤예요. 근데 그걸 많은 주니어PM들이 경험하지 못하거나 경험이 없어서 잘 못해요.
: 근.데.
: 제가 봤을 때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도
푸딩 : 조금이라면 어느 정도 시간이예요?
: 2시간 미만.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팀원들이 “와! 바빠죽을 지경일텐데 언제 이렇게 세부적인 고민들을 하셨고, 기획서로 써오셨어요?” 라는 수준은 만들어낼 수 있어요.
푸딩 : 도...돈 드리겠습니다.
: 적절한 프레임워크와 인공지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푸딩 : 간편 결제 비밀번호 입력할 뻔 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20년차였던 때에 변화한 모습이 뭐냐면, 합류할 팀과 제품을 선택하는 데 조심스러워졌다는 거예요. 예전엔 재밌어보이면 했다면, 이제 커리어 선택하는 데 기회도 얼마 없을 것 같은데, 기왕 선택한다면 내가 열심히 코딩한 걸로 돈 벌어다주는 사람하고 일하고 싶단 말이에요. 비개발 직군이 좋은 개발자 만나서 빨리 멋지게 만들고 싶은 것처럼 개발자도 마찬가지예요.
: 내가 프로덕트 오너인데 미친듯이 승진을 안 하고 있다고 한다면 스스로를 다시 돌이켜봐야 해요. 왜냐하면 이 업계에 잘하는 PM이 정말 소수예요. 잘하는 PM은 미친듯이 회사에서 밀어줘요. 이 PM한테 회사 자원을 줬더니 돈을 벌어오는 거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오래 쓰는 제품을 만들어 오는거야. 이런 일을 하는 직군을 경영진이 너무 원하죠.
: 그런데 어쩌다보니 Hype(과대, 과장)은 또 생겨가지고 PO가 겁나 많아. 하지만 제대로 PO로써 성장하고 스킬을 갖춰야 해요. 제가 주니어PM들 대상으로 강의하잖아요. 그럼 아마 1년 차에서 3, 4년 차 미만인분들일텐데, 그분들이 10년 뒤에 CPO가 되어있거나 미친듯이 성장한 회사에서 연봉 한 2억씩 받으면서 잘나가는 PM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걸 이루려면 두 가지, 돈 잘 버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동료들한테 존중받는 PM이 돼야 한다는 거예요. 돈 잘버는 건 내 실력 외에도 변수가 너무나도 많으니 일단 차치하고, 동료들한테 존중받는 기획서를 만들어내는 건 우리 실력과 노력으로 이뤄낼 수 있어요. 그걸 2시간 안에 만들게 해주겠다. 잇히히히히히힛힛힛힝힛.
푸딩 : “야, 이거 내가 빨리 만들어줄게. 쓰고 있는 기획서 좀 얼른 넘겨”
: 그쵸. 그거 진짜 한날이 좋은 표현을 쓰셨는데, 좋은 PSR을 딱 보잖아요? 그럼 팀이 다 분위기가 좋아져요.
푸딩 : 만들면 뭔가 될 것 같거든.
: 이거 만들면 될 것 같으니까, “어?, 이거 만들면 될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도 알아서 열심히 하고, 개발자들도 알아서 열심히 해요.
푸딩 : 심지어 당장은 세부 기획이 필요 없어요. 각 전문가들이 집중해서 빈 세부 영역을 채워가니까요.
: 맞아요. 힛히히히히힝힛잇힛
푸딩 : 아, 말만 들어도 설렌다. 근데 발표 소개를 보면 PSR과 함께 등장하는 주요한 표현에서 제 눈길을 끈 표현이 있는데요.
: 네네네
푸딩 :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고 하는데, 제게 있어서 의사결정은 여전히 암묵지가 크게 작용하는 행위거든요. 의사결정에 대해 나중에 물어보면 사후인식하고 논리 구조를 만들어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요. 간단히 말해 자기도 왜 그런 의사 결정을, 또 어떻게 그런 의사 결정을 했는지 모를 가능성이 큰데, 이를 어떻게 설명하실지 궁금해요. 설명이 된다면 훈련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해되어서요.
: 이건 조직 문화에 따라서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문화가 충분히 열려있고, 충분히 신뢰 자본을 쌓은 조직이라는 걸 전제로 할게요. 사실 이와 관련해 우선순위 프레임워크가 꽤 있어요. 이 업계에서 많이 알려져있는 RICE 프레임워크(Reach, Impact, Confidence, Effort)라든지. 이런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팀이 알아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움 받고요.
: 신뢰 자본이 없거나 문화가 다소 폐쇄적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소통으로 풀어야죠. 이해관계자들과 얘기를 할 때엔 “VIP가 이거 하자고 했다” 힉힛힛힝힛힛힛. 그리고 VIP도 설득해야죠.
: 그런데 저는 이번 발표에서 전자를 많이 다룰 거예요. 그래서 PM들 자신이 생각해도 이게 가장 좋은 아이디어인지, 혹은 아이디어 일곱 개를 가져왔는데 어떤 우선순위로 순위를 매겨야 될지 모를 때 프레임워크를 쓰게 되거든요. 그리고 Gen AI의 굉장히 좋은 기능이 말 만들어 내는 거잖아요. 이런 말 만들어 내는 걸 시킬 때 Counter Rational을 많이 써요. 카운터 래셔널이 뭐냐면, 반대로 “이 아이디어가 별로인 걸 나한테 논리를 펼쳐줘”라고 쓰게 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가 깨부시다보면 자신감이 생겨요. 그게 왜 좋은 기획안인지.
푸딩 : 반대의 논리를 들면서 관점을, 나의 인식을 확장해 메타인지하는 느낌이네요.
: 그렇죠.
푸딩 : 아~ 재밌었다. 원래 폴이 되게 장난스럽게 낄낄 거리듯 웃는 건데, 약간 딱딱하고 무거운 이야기에서 웃음을 글로 표현하려니 폴이 약간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지 염려되네요. “야, 너도 그렇지 않냐? 낄낄” 이런 느낌인데. 마지막 질문 하나를 앞두고 살짝 새는 얘기 하나 해보죠.
: 좋아요.
푸딩 : 마켓핏랩을 내부에선 길드라고 부르잖아요. 길드라는 것 자체에 커뮤니티 속성이 있는데, 실제로 마켓핏랩이라는 길드에선 그런 활동이 종종 일어나죠. 뜬금없이 사무실에서 고기 굽고, 와인 마시고, 길드 하우스라고 해서 사무실에서 벗어나 곳에서 놀기와 일하기가 양립하는 이상한 축제도 계절마다 하시고. 더 확장되어 길드 투어라고 국외에 나가서 여권 압수한 뒤 일도 시키시는 덕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발리에도 가보고. 팀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거나 냉각되면 먹을거리 보급해주고. ROI 계산이야 그 분께서 하시겠지만, 어쨌든 폴은 ROI 계산 안 하는 듯한 모습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놀려고 길드를 운영하는 것 같아요. 흥미로운 점은 그런 면이 폴을 믿게 만들고, 실력을 보며 신뢰하게 되고요. 날이 갈수록 폴은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한날, 얼른 오셔서 닭고기에 맥주 한 잔 하시죠.
푸딩 : 소고기에 맥주 한 잔하기 전에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폴의 강연을 듣고 나서 청중들이 폴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 같나요? 또는 어떤 질문을 하면 기분이 좋으실 것 같은가요?
: 저는 회개하는 PM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부끄럽고 창피하다, 내가 여태까지 이 정도로 탄탄한 기획서를 동료들에게 들고가지 못해서 창피하다, 라는 고백이죠. 왜냐하면 그게 제 마음이거든요. 저도 항상 그래요.
푸딩 : 기획서는 어떻게 써도 늘 만족스럽지 않지 않나요?
: 완벽한 기획서가 아니라 내 동료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기획서를 들고 가야 합니다.
푸딩 : 그래서 PSR이 좋은 프레임워크이자 방법이 된다고 제시하시는 거군요.
: 그렇습니다.
푸딩 : 시간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폴.
: 요요, 얼마든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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