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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메시지를 들어줘. 내 팬이 될테니.

이 컨텐츠는 푸딩캠프가 주최하는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에 연사자로 참여하는 조단원(Chloé)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다루는 컨텐츠입니다. 재밌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연사자의 일면을 부각하여 각색한 것임을 알립니다.

1. 토이 프로젝트가 너를 성장케 하ㄹ

사용자가 있는 토이 프로젝트를 만드세요.

푸딩캠프(이하 푸딩) : 안녕하세요, Chloé님.
Chloé : 안녕하세요. 궁금한 게 있는데 저를 호출할 때마다 Chloé의 e에 액센트를 일일이 올리시는 건가요?
푸딩 : 네. 맥OS에서는 옵션(⌥)키를 누른 상태에서 e를 누른 후 다시 한 번 더 e를 누르면 돼요. 아이폰에서는 e를 꾸욱 누ㄹ...
Chloé : 네네, 오늘 어떤 인터뷰가 될지 긴장되네요.
푸딩 : 하지만 이후 표기는 클로이로 할게요. 푸딩캠프가 갖고 있는 자동화 이미지와 달리 최첨단 수동 시스템으로 표기하는 것이거든요.
푸딩 : 그럼, 클로이님 발표 소재가 많아서 고민하셨잖아요.
클로이 : 네네.
푸딩 : 이 발표 주제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발표 제목이 “사이드 프로젝트가 너를 성장케 하리라
——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클로이 : 고민이 끊어지지 않은 채 방황하고 있는데, 한날님이 불쑥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청자가 학습과 성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면 된다고요. 그래서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분들이 경험하는 결과와 실제로 겪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걸 떠올렸어요. 원하는 것은 성장인데, 실제로 프로젝트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어긋나있달까요.
푸딩 : 어느 부분에서 어긋나있나요?
클로이 : 많은 주니어가 토이 프로젝트를 하잖아요. 근데 주니어와 시니어가 토이 프로젝트를 하는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시니어는 토이 프로젝트를 그냥 재밌어서, 부수입 도구로 생각하고 진행하는 경우를 많이 보여요.
클로이 : 그에 반해 주니어는 토이 프로젝트를 하며 하드 스킬이 성장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하드 스킬을 성장시켜줄 기술 복잡도는 사용자가 있어야 생기거든요. 사용자가 없는 토이 프로젝트는 아무리 경험해도 토이에 그친다고 생각해요. 토이 프로젝트가 갖는 한계로 대두되는 거죠. 꼭 하드 스킬 뿐만 아니라 소프트 스킬 성장도 있고, 기술 그 자체를 다루는 성장을 이룰텐데, 정작 토이 프로젝트를 해도 그러한 성장을 얻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 거예요.
푸딩 : 제가 조금 놀라고 있는데, 토이 프로젝트에서 얻을 부분이 없을까요?
클로이 : 있죠. 처음부터 개발하고 배포하여 출시까지. 다시 말해, 개발 체계와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배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경험은 토이 프로젝트에서도 얻는 경험이고 성장이라 생각해요. 대개 이미 구성된 프로젝트가 있는 팀에 들어가고, 그 팀에서 일정 부분 구현하여 기여를 하지만, 프로젝트 전체를 구성해본 경험은 의외로 적고, 거기에 더해 배포하고 도메인을 연결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어렵다고 여기는 분이 무척 많아요. 토이 프로젝트라서 그런 걸 하기에 적격인데 말이예요.
푸딩 : 배포하고 출시하는 건 특히 신입이나 연차가 짧은 주니어에게 드문 경험이죠.
클로이 : 토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프로젝트 자체를 운영해보는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현업에서 일을 해본 적 없는 주니어에겐 완결된 기능을 만들어보는 건 귀중하고 필요한 경험이죠.
푸딩 : 푸딩캠프에서 운영하는 토이 프로젝트 만들기 프로그램인 토이스토리에서는 실제로 출시하고 운영하여 고객을 만나고, 그로부터 얻은 경험과 고객 피드백으로 더 발전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푸딩캠프 뉴스레터에서 소식을 받아보세요!
푸딩 : 감사합니다. 계속 하시죠.

토이 프로젝트가 너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성장케 하ㄹ

클로이 : 저기, 소제목에 오타가 있는데요?
푸딩 : 의도된 표기입니다. 글자가 아니라 글자를 활용한 그림으로 미완을 ㄸ
클로이 : 아~ 예예. 아무튼! 그건 말이죠!
푸딩 : 어처구니가 없어서 제게 발끈하시는 거 아니죠? 제가 좀 예민해서요.
클로이 : 이런 경험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는 기본이라 생각해요. 사용자에게서 다양한 사용 사례를 접하여 고민하고, 다양한 웹 브라우저나 기기에 대응하고. 항상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대응하는 게 주니어가 자주 접하지 못하는 경험예요. 백엔드 엔지니어링 같은 경우 사람이 많이 몰려 대용량 트래픽에 대응하는 구현을 해보거나 대응하는 인프라를 구축해본 경험을 하고 싶어하잖아요.
푸딩 : 매우 그렇죠. 주니어든 시니어든.
클로이 : 이런 건 사용자가 있어야 계발되는 성장이라고 봐요.
푸딩 : 토이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을텐데, 그들에게도 같은 얘기를 해주셨나요? 토이 프로젝트에 갖는 로망을 깨는 걸지도 모르잖아요.
클로이 : 물론이죠. 토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능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어도 사용자가 없으면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해요.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길라잡이가 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복잡한 기능보다 운영 도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줘요.
푸딩 : 토이 프로젝트인데 굳이 운영 도구까지 고려해야 하나요?
클로이 :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컨텐츠를 기획하고, 그 기획을 따라 펼쳐지는 흐름이 있어요. 운영 도구가 없이 기능만 구현해서는 그런 흐름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요. 다시 말해 사용자가 없어 막연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복잡도를 높이려고 해도 가치가 스민 복잡도를 구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맥락 없이 높이 쌓인 탑이 되어 버려요.
푸딩 : 그래도 이제 갓 입문하거나 기술 이해도가 낮다면 기술 역량은 성장하잖아요.
클로이 : 있다 없다라기 보다는 한계선이 어디에 그어지는지가 문제예요. 우리가 만드는 대부분 토이 프로젝트는 구현하는 데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요. 숙련도가 낮아 난이도가 높을지 몰라도요. 게다가 토이 프로젝트는 대개 역량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잖아요. 그러면 코드 리뷰를 해도 팀이 갖고 있는 역량의 한계선을 넘긴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기술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건 맞지만 종합적인 하드 스킬 역량을 키우긴 어렵다고 하는 거예요. 이걸 발표에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생각했어요.
푸딩 : 그렇게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비수같은 일침을 가하다니. 완전 좋네요. 그런데 우리 어떤 질문을 이야기, 아! 발표 제목 선정 이유였구나. 계속 하시죠.
클로이 :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토이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기술적인 성장만을 1차원적으로 좇을 때 얘기예요. 우리가 다른 이와 협업하며 여러 경우에 대응하면서 분명 배우는 게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어떤 기술이나 라이브러리를 선택하고 구현하는 과정에 내게서, 나라서 하는 고민을 녹여낸다든가, 컴포넌트를 정의하고 다루면서 내가 생각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으로 코드를 구성하는 과정이 있잖아요.
푸딩 : 내가 투영된 작업과 성장 과정.
클로이 : 네네. 거기에 더해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의 협업 방식과 소통 과정, 의사 결정의 순간 순간에서 나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이 자신에게 가치로 온다고 봐요. 그래서 막연히 기술적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좋은 코드를 쓰고 고난이도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요, 라는 태도를 보인다면 오히려 취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요. 성장을 이룰 토이 프로젝트를 만들려면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어 빠르게 배포하고 일찍 사용자를 만나야 해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제목을 “사이드 프로젝트가 너를 성장케 하리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로 선정했어요.
푸딩 : 제목 유래를 물어보려 했는데 여기까지 한 번에 왔군요. 이런 예상치 못한 진행, 완전 좋아. 토이스토리에 모셔와서 특강해달라고 요청드리든, 운영진으로 합류하자고 꼬시든 해야겠다. 왜냐하면 저도 토이스토리 팀에 같은 얘기를 하거든요. 근데 그런 분이 계세요. 참신하고 매력있는 기획을 해서 기술적으로 도전할만한 프로젝트에 집착하세요. 프로젝트에 애착을 갖게 한다는 점에선 그 개인에겐 좋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팀원으로서 불필요한 감성이라 봐요.
클로이 : 왜요?
푸딩 : 토이스토리에서 첫 프로젝트는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결성한 팀이예요. 하드 스킬로 일정 견적 내면 희한할 정도로 다소 짧은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무조건 출시해서 고객을 만나야 하는 게 목표예요. 무조건 출시에 목표를 맞추면 프로젝트가 너무 단순하거나 시시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걸 못견뎌하는 분이 계세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이 안 움직이는 거예요.
클로이 : 알 것 같아요.
푸딩 : 클로이님은 이런 생각을 언제부터 하신 거예요?
클로이 : 이런 생각? 아, 그날 밤이요. 밤새며 발표 제목과 소개 문구 짜던 그 날.
푸딩 : 4년 동안 토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켜켜이 쌓인 고민에서 만개한 생각이 아니라 제가 안내한 제출 마감을 훌쩍 넘긴 2024년 8월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그날 밤이라고요? 역시 창의성과 천재성은 독촉에서 나옵니다! 당신은 천재입니까?
클로이 : 지나치게 자세한 이유가 무엇이고, 외국어처럼 어색하게 뒷따르는 문장은 또 뭔가요?
푸딩 : 근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날 그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그 생각은 대체 어느 생각에서 기인한 거예요? 밑도 끝도 없이 나올리는 없을텐데.
클로이 : 음. 그러니까 오늘 입사 제안을 받았는데요. 그 이후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제안해주신 분이나 그 분이 다니는 회사에 대한 호불호를 저울질 하는 게 아니예요. 내가 좋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인지 고민을 하는 거란 말이죠.
푸딩 : 주니어 중에 자기 자신의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을 종종 만나요.
클로이 : 제가 너무 너무 그런 사람이란 말이죠. 그날 반쯤 졸면서 발표 컨텐츠를 고민하는 바로 그때, 한날님이 제게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 거예요.
푸딩 : 이번엔 또 뭐라고 하던가요? 밤에 하는 제 얘긴 70%는 컴퓨터 냉각팬 소리 취급하세요.
클로이 : 성장하는 사람.
출처 : tital-cd
푸딩 : 냉각팬 소리는 아니군요.
클로이 : 근데 저는 진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내가 성장을 했나? 그걸 잘 모르겠더라고요. 잘 모르겠다... 너 산타파이브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성장했니? 물론 성장했죠. 어쨌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작성하는 코드가 늘었고, 그러면서 성장을 했겠죠. 그리고 프로젝트 하나를 내 마음대로 만져보고 컴포넌트를 뜯어보는 경험을 하면 성장을 하는 게 마땅할 거예요. 그런데도 잘 모르겠어요. 클로이, 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나, 성장은 했어”
“아, 그럼 너 뭘 배웠어?”
“뭐, 나는 기술적으로 배운 건 아니고, 기술 외적인 모든 것을 배웠어”
클로이 : 이 생각이 드니까 토이 프로젝트가 나를 성장시킨 건 맞는데, 그게 과연 내가 원하는 방향일까,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성장시킨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게 가치가 없나? 아니지, 엄청 귀중한 경험이야. 그런 생각을 했어요.
푸딩 : 냉각팬 소리가 될 것 같아 맥락을 설명드리면,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이루신 성장은 판단할 수 없어요. 코드를 본 적도 없고 함께 협업한 적도 없죠. 실무 전형에서 클로이님이 담긴 좋은 코드를 본 게 유일해요. 그런데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고 진행하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를 보여주셨잖아요. 그걸 보며 “이 분은 제품 제작자, 또는 프로젝트 빌더다”라 생각했어요. . 그런 측면에서 성장하셨다는 맥락으로 한 말이예요. 참고로 격찬입니다?!
클로이 : 그렇군요. 여튼 그날 밤에 갑자기 “어? 뭐지? 나 성장했나? 하긴 했네?” 그런 느낌이었어요.

2. 트리를 심고 키우고 꾸미다

프로미스 오류를 찾아낸 천재, 적인 인턴 직원

푸딩 : 그럼 토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상태에서 토이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이만큼 성장할까? 그런 생각은 해보셨어요? 아니면 성장을 목표로 토이 프로젝트를 해볼까? 이런 생각을 했다든지.
클로이 : 정말 솔직히 안 했어요. 그냥 재미로? 한 거죠. TMI(Too Much Information. 상대방이 알려달라고 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계속해서 쏟아내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뜻한다. 예를 들면.) 해도 되나요?
푸딩 : 재미 없으면 편집하니까 부담없이 하세요.
클로이 : 재미 없으면 편집한다는데 부담없이 하라고요?
푸딩 : 자, 부담없이 하세요!
클로이 : 제가 한 채소 가게에서 프론트엔드 인턴을 할 때였거든요. 한 Sㅐ기업 청년 아카데미에 다니던 그 전엔 프론트엔드에 관한 모든 개념이 머릿속에 하나도 없었어요. 친구가 useState()를 쓰면 그걸 복사해 붙여넣은 다음 약간 바꾸는 정도였고, 그 마저도 제가 뭘 하는지 몰랐어요. 그렇게 간 채소 가게는 프론트엔드 인턴 한 명, 백엔드 인턴 한 명, 디자이너 인턴 한 명, 이렇게 셋을 붙여놓고 미니 앱을 만들어야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멘토님한테 너무 자신이 없다고, 나는 내 손으로 기능을 구현해본 적이 없는데, 이 프로젝트에서 나 혼자 구현을 다룰 자신이 없다고 말하며 괴로워했어요.
푸딩 : 멘토님이 한숨 쉬셨겠는데요? 역량보다도 태도가...
클로이 : 멘토님은 네가 아무리 복잡하게 만들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만약 네 실력으로 감당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그때 백엔드 인턴이 원래는 Node.js를 썼던 친구라 제게 JavaScript랑 TypeScript를 강의해줬어요. 그 정도로 준비가 안 되어있었죠. 그 친구도 속으로 엄청 “으잉? 아놔, 큰일났네. 이런 애들 데리고 우리가 프로젝트를 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푸딩 : 누군가의 천재성이 보이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요. 더 들려줄 다른 사례는 없어요?
클로이 : 재밌으시다니 뿌듯...하네요. 채소 가게엔 내부에서 사용하는 스택플로우(StackFlow)라는 게 있어요. 채소 가게 앱은 웹뷰를 많이 쓰는데 앱은 스크린을 이동하면 스택이 넘어가잖아요. 웹뷰에서는 앱처럼 동작하지 않고요. 바로 이게 웹뷰에서도 앱처럼 넘어가도록 하는 웹뷰 프레임워크예요. 그걸 스택플로우라는 이름으로 오픈소스화한 거죠. 이 프레임워크를 쓰려면 가이드를 봐야 하는데, 여기에선 리턴 프로미스(Promise) 하세요라고 써있었어요.
푸딩 : 웹에서 봤어요. 오픈소스라니 멋져. 근데 프로미스가 무엇인가요?
클로이 : 뭔가요. 마치 제4의 벽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위한 그 질문은?
푸딩 : 죄송.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Promise - JavaScript | MDN. 계속 하시죠.
클로이 : 저는 그 당시에 프로미스가 뭔지 몰라서 열심히 코드에서 찾아봤는데 프로미스라는 게 없는 거예요. 굉장히 신난 저는,
푸딩 : 히히히
클로이 : “여러분! 이 라이브러리에 있는 오류를 제가 찾았습니다. 프로미스가 정의되어 있지 않아요!”
클로이 : 이러는 순간 멘토님들이 저희 층을 올라오셔서 심각한 표정으로 프로미스가 뭔지 앞다퉈 설명해주셨어요. 제가 그 정도였어요.
푸딩 : 으쓱, 안 하십니까? 머쓱인가?
클로이 : 농담이 아니라, 그때 멋쩍거나 머쓱하지 않고 진짜 너무 너무 궁지에 몰린 기분이었어요. 근데 몰라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수치심 때문이 아니예요. 제가 못해서 인턴이 안 되는 건 상관 없어요. 근데 제가 팀을 망칠까봐, 너무 무서웠단 말이예요. 그때부터 새벽 두 시까지 사무실에 있고, 철야하며 카펫 깔고 자고 그랬어요. 라운지에서도 자고. 근데 아시잖아요. 그런다고 효율과 학습력이 올라가지 않아요. 집에 가서 자고 아침에 오는 게 훨씬 낫죠. 단지 숨막히는, 그런 절박한 기분에 짓눌려 몸부림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그렇게 프로젝트를 해냈어요. 해낸 거예요. 갑자기 자신감이 차올랐어요. 어? 되네? 그럼 내가 힘들게 배운 이 기술로 내 인사이트를 적용해볼까? 응, 해볼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토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였어요.
푸딩 : 그 캐릭터가 나왔군요.
클로이 : 어떤 캐릭터요?
푸딩 : 어쨌든 어떡해서든 흘러가면 된다.
클로이 : 아, 맞아 맞아, 맞아.
푸딩 : 나는 되지 않을까? 될 거야.
클로이 : 맞아요. 예차니 뭔가 만드는데 프론트엔드를 여덟 시간 걸려서 만들었나 그랬어요. 어? 8시간? 그럼 나는 한 두 배쯤 잡을까? 아니, 30시간이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일주이면 되지 않을까? 저런 견적의 근거는 자신감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했어요. 엄청난 뭔가를 만들거나 성장할 거라는 기대는 사실 안 했어요.
푸딩 : 그렇게 시작한 거라면 시야가 넓어지기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나아갔겠네요.
클로이 : 맞아요, 맞아요. 잠시만요. 물 좀 따ㄹㅏ오ㄹ ㄱ ..ㅔ ...ㅇ .... ㅛ
클로이 : 저 왔어요. 말씀하세요.

내 트리를 꾸며줘, 그런데 며칠 안에.

푸딩 : 얘기를 곱씹고 있었어요. 그럼 내 트리를 꾸며줘를 만들 때 의도적으로 단순한 형태로 기획한 거예요? 아니면 버전 10.0쯤 되면 이따만한 걸 만들겠지만 지금은 요만한 것부터 시작하자고 결정한 거예요?
클로이 : 그런 생각과 무관하게, 시간이 없었어요.
푸딩 : 4주 밖에 없어서?
클로이 : 아뇨. 그게. 아, 음. 고백하는 시간을 가져야 되는데.
푸딩 : 개인 얘기 정말 좋아요. 얼른 계속하세요.
클로이 : 그 당시에 프론트엔드가 두 명이었거든요? 한 명이 메시지 작성하는 부분을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이 그 메시지를 읽는 부분을 만들기로 했어요. 근데 메시지를 읽는 부분을 만들기로 한 친구에게 핑(ping)이 안 가는 거예요.
푸딩 : 팀으로 만드는 토이 프로젝트에서 종종 있는 경우죠. 그래도 마감 기한이 뻔히 있는데 그 친구 좀 너무하네요. 오프 더 레코드로 누군지 알려주세요. 어차피 까먹겠지만.
클로이 : 그게 바로 저예요.
푸딩 : ...
푸딩 : 만화책에 나올 법한 순진무구한 표정짓는 방법을 아시는군요.
클로이 : 그때 코로나에 걸렸는데 걸린 줄 몰랐어요. 한 3일간 몸살을 앓아서 회사를 못 갔는데, 너무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 없었어요. 겨우 움직일 때쯤 임시 선별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하니 “너는 이미 걸렸다가 낫는 중이란다”라고 하더라고요. 원래 기획 의도는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잘만들고 싶었는데, 목표 일정은 크리스마스 4일 전이었고, 저는 그로부터 며칠 전에 몸을 일으켜 달력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아? 안 되겠다. 그럼 우리 일단 내자. 그래도 쓸 수는 있잖아?” 그랬어요.
푸딩 : 기억나요. 출시하고도 계속 기능이 조금씩 야금야금 추가되거나 변경되었죠. 딱 핵심만 구현해서 출시한 거였군요.
클로이 : 맞아요. 의도한 MVP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의도했던 거랑 사람들이 쓰는 방식이 명확하게 달랐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기능이 여럿 필요하다는 걸 깨달으며 하나 둘 업데이트한 거예요.
푸딩 : 그러다 장애가 터졌잖아요. 제 기억이 맞다면 장애가 나던 시기에도 아주 작은 업데이트가 있었단 말이죠. 그래서 뭐지? 의도된 건가? 장애를 의도할 순 없지만, 장애를 감안한 기능을 의도한 건가? 생각했어요.
클로이 : 아, 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노, 모두가 비상이었어요. 오히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출시할 때 단순하게 나왔기 때문에 대응하고 업데이트 하는 대응 복잡도가 낮았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우리가 만든 프로젝트에 기대가 없었어서 단순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게 가능했어요.
푸딩 : 너희는 앞으로 3,500만 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며칠 안에 이것도 구현하고 저것도 구현하고 그것도 구현하고, 아무튼 구현해야 해!
클로이 : 그럼 절대 절대 못했을 거예요. 저희는 진짜 욕심없이 50명이 사용하는 걸 목표로 했어요. 팀원이 총 다섯 명이니까 한 사람 당 친구 열 명한테 메시지를 뿌리자. 그래서 가능했던 프로젝트 규모와 구조였죠.
푸딩 : 계획하지 않은 계획이군요. 그런데 아무리 일정이 촉박해도 처음에 기획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간소해진 상태를 보면, 출시하고 싶지 않은 거부감 같은 게 없었나요? 조금만 더 하면 안 되나? 이런 의견이 나올 법도 한데.
클로이 : 팀에서요? 없었어요. 왜냐하면 진짜 내 친구한테 보낼 거니까. 50명한테 보낼 거니까. 처음엔 회원 가입도 닉네임, 아이디, 비밀번호가 전부였어요. 비밀번호 찾기 기능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건 그냥 친구한테 보내줄 거니까.
푸딩 : 그렇죠. 여차하면 내가 고쳐주고 알려주면 되니까.
클로이 : 그러니까요. 그런 압박이 없었고 크리스마스까지 4일 남았는데, 그걸 업데이트하고 사람들한테 퍼뜨릴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그때는 토이 프로젝트로 포트폴리오를 누구나 선택하던 분위기는 아니었을 거예요. 지금이야 토이 프로젝트의 수준이 디자인이든 완성도든 기획이든 상향평준화 됐지만, 그 당시엔 그렇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어요.

대형 장애도 너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성장케 하리라

푸딩 : 50명을 예상한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터지기 시작한 거예요?
클로이 : 자고 일어났더니, 자고 일어났더니, 자고 있어났더니. 하루만이었을 거예요. 밤 10시에 출시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폭풍성장 흐름을 타기 시작했어요. 251만 명 구분된 사용자(Unique User)였던 것 같아요.
푸딩 : 장애나면 계속 새로고침할 테니까 서버가 감당하는 트래픽은 실제 사용자 수보다 많았겠네요.
클로이 : 그쵸 그쵸. 백엔드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장애를 일으켰던 기술적 원인은 명확히 접속량이 엄청 많아서였어요. 스케일아웃(서버를 늘려서 횡적으로 인프라를 확장하는 방식)을 고려한 인프라가 아니어서.
푸딩 : 그냥 서버 한 대였겠죠.
클로이 : 네네. 캐쉬도 따로 구성 안 했던 걸로 기억해요. 장애가 나서 서버 구조를 새 구조로 이전한 걸로 알아요. 그 과정에서 계정 생성이 중복으로 일어났어요. 이전 전 서버에, 그리고 이전할 대상 서버에.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자기 아이디 못 찾고, 자기 트리 못찾아서 나중에 다 수동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했어요.
푸딩 : 그런 상황에서 운영 도구를 만들 시간은 없었을텐데, 그럼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직접 SQL Query 날리고 그랬던 거예요?
클로이 : 백엔드 두 명만 그런 작업을 처리할 수밖에 없어서 고객 지원을 백엔드가 했어요. 저희는 아이디 확인을 해주겠냐는 E-mail을 보냈죠. 저희가 고객 지원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푸딩 : 트위터에서 메시지 몇 개 본 것 같아요. 그때에도 공식 계정이 있었던가? 공지 메시지를 보면 데이터베이스에서 값 바꿔서 고객 문제 처리해주고서 알리는 것 아닐까 예상했어요.
클로이 : 맞아요. 그런 식이었어요.
푸딩 : 운영 도구가 없었구나.
클로이 : 그 당시 저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토이 프로젝트 만들 때 운영 도구 절대 만드시면 안 됩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토이 프로젝트에서 운영하며 배우는 게 많긴 하지만, 운영 자동화를 미리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봐요. 어드민 만들 필요 없죠.
푸딩 : 저는 조금 다르게 말하는데,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쿼리 날리는 행위를 하지 않을 정도로 운영할 어드민은 필요하다. 그런 도구조차 없이 만들 정도라면 분명 백업 시스템도 없을 것이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실수로 로우 다 날리고.
클로이 : 아... 그러면 안 되죠. 소프트 딜리트(soft delete) 해야죠.
푸딩 : 그렇다면 조건절 없이 모든 로우(row)의 특정 컬럼(column)의 값을 1로 변경하는 사고는 어떨까! 받아랏!
클로이 : 느악...
푸딩 : 하긴,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런 사고를 쳐봐야 운영 도구를 어느 정도로 마련해야 하는지 감을 잡겠네요.
클로이 : 그렇죠.
푸딩 : 푸딩캠프의 토이스토리도 1차 프로젝트에서 운영도구 만들라고 안 해요. 1차 프로젝트에서는 일단 출시, 무조건 출시.
클로이 : 아무튼 예전이라면 그렇다고요. 지금이야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운영 도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푸딩 : 서비스 장애 상황에서 말이예요. 잘했든 못했든, 힘들었든 기뻤든 어떤 형태, 어떤 감정이든 기억에 남는 의사 결정이나 판단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클로이 : 쉬고 오라고 한 거요.
푸딩 : 쉬고 오라고 한 거?
클로이 : 저희가 21일에 배포한 이후 3일 동안 거의 밤을 샜어요. 그 당시엔 다섯 명이었고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았죠. 개발은 정해진 자기 업무를 보면 되는데, 광고는 누가 해요? 마케팅은 누가 하죠? 그러다보니 팀원들이 오히려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기싸움하는 일이 없었어요. 그냥 서로 알아서 나눠서 일했죠. “이거 서버에 올릴게요”, “네”, “이거 올리면 어떨까?” 이렇게 알아서 했어요. 광고든 마케팅이든 기부든 후원이든 손 닿는대로 했었죠.
푸딩 : 잘 돌아가는 것과 별개로 힘들면 예민해지잖아요. 그런 일 없었어요?
클로이 : 있었죠. 지금은 왜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사소한 일이었는데, 그 사소한 일이 원인이 되어 싸웠어요. 예를 들면, 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 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팀원은 제 의견은 신경쓸 필요도 없나요? 그러면서 신경이 곤두서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어요.
푸딩 : 와, 정말요? 엄청 예민한 상태였군요. 산타파이브 팀 정도 결속력을 가진 팀도 그렇군요.
클로이 : 아니, 그러니까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죠. 어떤 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아무튼 이런 충돌이 일어나면 당연히 기분이 엄청 상하잖아요. 당하는 쪽도 기분이 상하고, 미안해하는 쪽도 기분이 상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가 엄청 과감하고 명확하게 말했어요. 지금 디스코드 끄고 쉬고 와. 오늘 밤에 밤새면서 일 더 안 해도 돼. 그냥 가서 충분히 쉬고 잠자고 내일 와. 지금하는 그거는 너 없어도 괜찮아, 내가 대응해놓을게. 다른 친구한테 맡길게. 가서 쉬고 와.
푸딩 : 팀 깨질 뻔한 걸 막았네요. 팀을 지켰어요.
클로이 : 우리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팀원이 더 중요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서비스 잘 된 것 너무 고맙고 사용자를 존중하고 위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지만 팀원이 더 중요해. 우리 서비스 망해도 괜찮아. 가서 쉬고 와.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푸딩 : 저도 푸딩캠프가 주최하는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운영진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재밌게 일하고 즐겁게 일하고, 여러분의 건강을 해칠만큼 중요한 일은 없으니 그런 고민이 필요하면 저를 부르라고요.
클로이 : 정말 틈만 나면...

3. 우리와 팬, 하나의 메시지

메시지는 한 길로 흐른다

푸딩 : 그나저나,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었는데, 그렇게 스트레스 지수가 다들 높던 상황에서 표절 프로젝트가 나왔잖아요.
클로이 : 언제요?
푸딩 : 표절 프로젝트가 두 번인가 세 번 있지 않았어요?
클로이 : 표절 논란은 매년 있었어요. 대부분은 공식적으로 대응하진 않았어요.
푸딩 : 공식 계정으로도 언급될 정도로 분위기 안좋은 건도 있지 않았어요? 최근 거였던 것 같은데.
클로이 : 아, 맞아. 최근 거는 그랬죠.
푸딩 : 안 그래도 피곤해서 팀이 예민한 상태에서 팀이 분노에 휩싸이거나 하진 않았어요?
클로이 : 그렇진 않았지만 공식대응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요인은 있었어요. 그때 여론은 저희를 지지했기에 소셜 매체에 공론화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산타파이브 공식 계정으로 메시지를 내보내 공론화하는 건 위험하다 판단했어요. 브랜드가 무너질 우려가 있었죠. 그래서 어느 정도 인플루언서 성격을 띤 제 계정을 활용하자고 결론이 났어요.
푸딩 : 음. 메시지...
클로이 : 그때 예차니 해줬던 얘기가 되게 좋았거든요. 이 상황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클로이한테 믿고 맡기자. 라고 얘기를 해줬었어요. 차니가.
푸딩 : 오오.
클로이 : 프로젝트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같이 논의해왔지만, 그땐 그러기 어려웠어요. 프로젝트는 우리보다 크게 훌쩍 컸고, 정신 없는 상황에서 일관된 방향으로 빠르게 의사 결정하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관점에 따라서는 함정같은 질문도 있고, 뉘앙스를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죠. 그럴 때마다 늘 해오던 것처럼 하나 하나 논의할 순 없었어요. 그런 대응을 담당자인 저를 믿고 맡기자고 한 거예요. 혹시나 제가 잘못된 발언을 하거나 선택을 하여 산타파이브가 욕을 먹거나 브랜드가 무너지더라도 괜찮다, 믿고 함께 가자고 해준 거예요.
푸딩 : 어떻게 보면 팀을 지켜온 프로토콜을 덮고 새로운 프로토콜을 사용한 셈이네요.
클로이 : 그렇죠.
푸딩 : 프로젝트 특성 상 시기를 타잖아요. 그 시기가 하루 하루 줄어들어 안절부절 못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참고 지지하면서 기다렸다는 게 참 대단해요. 서로를 지키려는 마음, 그러면서 동시에 믿는 마음이 느껴진달까요.
클로이 : 맞아요. 그 당시에 프로젝트가 잘 되면서 뿌듯하고 무척 자부심이 생겼어요. 산타파이브 클로이, 산타파이브 예차니 이렇게 이름표를 붙였죠. 그러다 떼기로 했어요.
푸딩 : 기억나요. 귀여운 친구들이네, 라고 생각했는데 곧 떼길래 의아해했거든요. 회사 단체복 입었는데 벗은 임직원을 보는 느낌이랄까?
클로이 :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본질적인 이유는 팀원을 지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친구는 회사의 겸업 금지 조항에 불안해했죠. 그래서 개인을 덜 드러내는 결정에 모두가 동참했어요.
푸딩 : 이런 건 이 경험을 해봐야 할 수 있는 판단인 것 같아요. 대개는 유명해져서 내가 널리 알려지길 바라잖아요. 근데 이 팀은 이런 느낌이예요. 시즌이 오면 소리 소문도 없이 만들고는 스르륵 나타나더니 시즌이 끝나면 닫고. 서비스 대중 인지도에 비해 개발팀은 별로 노출되어 있지 않고. 아는 사람이나 알지.
푸딩 : 근데 아무리 컨셉이자 고유함이라고는 해도 프로젝트가 잘 되면 서비스 운영 기한을 더 길게 가져갈 법도 한데, 그건 팀원 간 이견은 없었어요?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LED 조명 두르고 한 여름에도 반짝 반짝 켜놓을 수 있잖아요. 어떤 연예인이 그런다고 들었는데.
클로이 : 그건 다같이 논의하고 결정한 사항이예요. 저희는 명확하게 기획을 다같이 해요. 기획 방향은 엄청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다같이 논의해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제품이니까.
푸딩 : 의견 합치가 잘 돼요?
클로이 : 잘 될 때도 있고 난상토론이 될 때도 있고. 그래서 매년 팀 목표를 따로 정해요.
푸딩 : 이를테면요?
클로이 : 이건 발표 내용 중에 있는데.
푸딩 : 그럼 여기까지 하시죠.
클로이 : 그럼요 그럼요. 그래도 한 가지는 말씀드리자면, 개인 목표를 서로에게 공유할 때 진짜 솔직해져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생각이더라도 욕망은 솔직하게 털어놓아요.
푸딩 : 좋네요. 동의해요. 저도 푸딩캠프 토이스토리 팀들에 멘토링과 코칭할 때 틈틈히 하는 얘기가 그런 거예요. 우리 중 누군가 다른 이를 위해 이타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안 된다. 각자가 이기적으로 행동하여 나온 과정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협업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해요. 토이스토리에 한해서요.
클로이 : 어떤 맥락인지, 의도인지 알겠어요. 그래서 토이 프로젝트죠.
푸딩 : 맞아요. 그런 팀의 소통 프로토콜은 언제부터 맞춰진 거예요? 난상토론을 거치며 가다듬어진 거겠죠?
클로이 : 어어어...
클로이 : 사실 이건 처음부터 잡힌 프로토콜이에요.
클로이 : 누가 제안했냐면 바로 저고요.
푸딩 : 3컷 이미지는 새롭군요. 표정에서 자부심이 먼저 피어오른 이유가 있었어... 게다가 실제 대사와 표정이라니...
클로이 : 옛날에 축제 기획할 때 이런 거 많이 했어요.
푸딩 : 3컷 이미지요?
클로이 : ... 그래요.
클로이 : 처음으로 모인 회의에서 40여 명쯤 되는 팀원들 다 모아놓고, 우리가 이 축제를 왜 해야 되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싹 적게 해요. 그런 뒤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단으로 만들어요. 이게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려요.
푸딩 : 오래 걸리죠. 엉뚱하게 이해해서 시간 더 달라는 사람도 꼭 있고.
클로이 : 예를 들어, 따뜻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따뜻함이 다 달라요.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하는 것도 소외된다는 게 접근성에 대한 것인지 코린이 같은 표현을 쓰며 어린이를 배제하는 것에 관한 것인지 다르죠. 이렇듯 각자가 가진, 경험한 아픔에서 떠올리는 욕구가 있잖아요. 내 트리를 꾸며줘로 예를 들면, 트리를 만들었는데 메시지가 두 개밖에 안 달리는 게 너무 속상해하는데, 이걸 소외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푸딩 : 저 두 번째 해에 만든 트리에 메시지 하나도 안 달렸어요. 그래서 그 다음 해인가 다다음 해인가에 트리를 안 만들었어요. 서버 자원 아껴야죠.
클로이 : 어유우우우우우우
푸딩 : 그 탄식은 첫 번째 문장을 향한 건가요, 두 번째 문장을 향한 건가요?
클로이 : 저희가 그걸 개선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긴 하는데.
푸딩 : 괜찮아요. 위로 안 해도 괜찮아요. 마음 안 써요. 근데 왜 기억에 남은 거지? 희한하네.
클로이 : 그런 게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첫 번째 해에 압도적으로 많이 사람들이 사용했어요. 사람들이 두 번째 해부터 안 쓰기 시작했죠. 한날님만 그런 게 아니라 저도 똑같았어요. 메시지 수가 뚝뚝 떨어졌어요. 그래서 비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야 해요. 안 그러면 한참 뒤에 가서 이거하고 싶었다, 했어야 했다는 말이 꼭 나오죠.
클로이 : 축제 기획할 때 40여 명 모아서 세네 시간 걸려도 좁혀가는 과정을 가진 이유예요. 잘 되어도, 잘 안 되어도 서로 다른 말이 나오죠. 이걸 누구한테 배우거나 책보고 학습한 건 아니고, 직관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푸딩 : 지금 또 표정 이미지 나올 뻔 한 거 아시죠?
푸딩 : 제가 토이스토리 팀에 하는 얘기 중에 비슷한 얘기가 있어요. 1차 프로젝트 기간은 4주 밖에 안 되는데, 서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거든요. 밥 한 번 같이 먹어본 적 없이 온라인에서만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프로토콜을 맞추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려요. 마지막 주에 QA하고 배포 준비하다보면 개발에 집중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죠. 그래서 프로토콜을 빨리 맞추는 게 좋을 거라는 얘기를 해요. 하지만 프로토콜을 효율적으로 맞추는 방법에 대해서는 실은 저도 갸우뚱해요. 얼굴 맞대고 밥 먹는 건 여러 차례 실험하고 관찰한 바에 따르면 좋다는 걸 확인했어요. 그 외 방법은 사실 아리송해요.
클로이 : 제가 토이스토리에 참가한다면 4주 중 2주는 프로토콜을 맞추는 데 써도 된다 생각해요. 산타파이브도 네트워크 개발하는 데 일주일 걸렸는데, 요즘 분들은 실력이 엄청 상향평준화 되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CRUD(Create, Read, Update, Delete) 수준으로 충분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프로토콜 맞추는 데 시간을 많이 써도 된다고 생각해요.
푸딩 : 맞아요. 그래서 공식 개발 기간 앞에 기획 기간과 라포(Rapport) 형성을 위한 1주를 더 배정해요.
클로이 : 좋네요. 어차피 프로토콜 맞추는 과정은 팀의 규칙을 정하고 협업하는 방식을 논의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에 대해서 논의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른 부분을 맞춰가며 뾰족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이잖아요. 이게 잘 맞추지 않아 명확하지 않으면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봐요.
푸딩 : 근데 질문하려다 만 게 있는데, 아무래도 해야겠어요.
클로이 : 뭔가요?
푸딩 : 산타파이브 공식 계정으로 메시지를 내보내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 얘기 들으니 든 질문인데요. 내 트리를 꾸며줘를 보면 되게 예쁘고 행복을 주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그보다 더 강하게 든 생각이 있어요. 뭐냐면,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는 거예요. 그래서 산타파이브 공식 계정에서 표절과 법적 대응 같은 메시지가 나가면 프로젝트가 내보내는 메시지는 박살나고 표절과 법적 대응 같은 메시지만 남게 될테고, 그렇게 되면 산타파이브와 내 트리를 꾸며줘 모두 고유함과 정체성이 약해지는 위험이 생기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클로이 : 아하하하하하하하,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아하하하하
푸딩 : ?
푸딩 : 그런 의도, 아니면 은연 중에 그런 걸 의식해서 만든다든지 그런 건가요?
클로이 : 맞아요.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프로젝트를 계속 업데이트 하고 있었고, 공식 계정으로 업데이트 공지를 했었죠.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이 공식 계정의 메시지에서 표절 이슈로 넘어가 팝콘각을 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 공식 계정에서 표절 대응 얘기를 한 건 딱 한 번이예요.
출처 : 네이버 웹툰, 질풍기획
클로이 : 그걸 제외하면 공식 계정에서 나가는 메시지는 모두 걱정하신 분들께 죄송하고, 업데이트가 늦어진 것도 죄송하다는 거였죠. 최선을 다해 고객 지원과 대응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거였죠. 표절 당해서 억울해요, 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사용자 중심, 브랜드 중심으로 메시지를 내는 의도를 유지했어요.
푸딩 : 그것 말고도 더 있어요. 제가 필요 이상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제게 보여주셨던 프로젝트들에 의도된, 그러니까 주제가 있는 메시지가 느껴졌거든요. 말로는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한다고 하셨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뚜렷하고 명확한 메시지가 읽혀졌어요. 기획할 때 그런 걸 의도하고 녹여내세요? 대개는 그런 시도는 결과가 안좋은데. 조금만 삐끗해도 세련되지 않고 엉성하기 일쑤거든요. 물론 세련되게 잘하면 되게 수준 높은 프로젝트가 나오지만.
클로이 : 맞아요. 그게 어렵죠. 그건 실은 제작자로서 잘못된 예술혼이거든요. 예전에 드라마PD 준비할 때에 대해 말씀드린 거 기억하세요? 드라마를 가지고 자꾸 사람들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어했다고. 마찬가지예요. 제품을 이용해서 메시지를 보내며 사람들을 가르치면 안 돼요. 그러면 자칫 재미없는 제품이 돼요. 진짜 위험하죠. 그래서 안 하려고 하거든요. 근데 어쩔 수 없이 새죠. 새요. 안 샐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안 하려고 노력은 많이 해요.
푸딩 : 저는 게임을 만들었잖아요. 게임쪽에도 그런 얘기가 있어요. 작품하냐. 사람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야지, 네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데 작품을 이용하지 마라. 더욱이 세련되지 못하게 하는 건 절대 하지 마라. 온라인 게임은 덜한데, 패키지 게임처럼 엔딩이 있는 게임에선 어떡해서든 메시지를 넣고 싶어해요. 시나리오 작가나 디렉터들이요. 그래도 안 들어갈 수가 없어요. 넣고 싶어하는데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없다는 것 자체가 메시지이자 주제 의식이기도 하고요.
클로이 : 그렇구나. 재밌네요.

팬과 함께 한 길을 걷는다

푸딩 : 내 트리를 꾸며줘에 제가 가진 또 다른 인상 중 하나는 일관성이예요. 프로젝트가 조금씩 바뀌긴 하는데, 비주얼이 엽서 느낌을 일관되게 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 의도한 게 엽서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아트 일관성이 유지되어서 아트 디렉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팀 구성을 보니 아트 디렉터가 딱히 보이진 않더라고요.
클로이 : 네, 맞아요.
푸딩 : 아트 디렉팅을 하시는 분이 있거나 팀이 함께 한 건가요?
클로이 : 디렉팅을 따로 한 건 아니고요. 초기 팀원인 디자이너가 있는데요. 이 디자이너는 인스타 바이브(느낌, 분위기, 취향)이고, 나머지는 모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트위터 바이브예요. 저희 개발진은 트위터에서 각자 계정으로 프로젝트를 띄울 생각을 했는데, 디자이너 친구가 이런 건 인스타그램에 뜨도록 해야 한다는 진짜 좋은 판단을 했어요. 캡쳐했을 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가기 좋은 규격 안에 버튼이랑 트리가 다 들어가도록 디자인했죠.
푸딩 : 맞아요. 제가 제 트리에 메시지 남겨달라고 은근히 요구하듯이 캡쳐해서 스토리에 올리니 딱 들어오더라고요.
클로이 : 맞아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통해서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파되면서 대중적인 프로젝트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그 이후로도 그 친구가 꾸준히 조금씩 바꾸었는데, 많이 고민한 부분이 우리의 고유한 이미지나 인상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였어요. 왜냐하면 두 번째 해에 내 트리를 꾸며줘와 비슷한 프로젝트가 나왔는데, 그걸 보고 내 트리를 꾸며줘 프로젝트로 오인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디자이너 친구는 매년 디자인을 바꾸고 싶어했어요. 그래픽은 매해의 분위기를 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디자이너 친구들이 시도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봤을 때 바로 “이건 산타파이브 프로젝트네”라고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분위기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클로이 : 처음 두 해엔 그런 상징성을 획득하기 어려웠어요. 아트가 쉽다 어렵다, 라는 것보다는 표절 등을 겪으며 아직 충분히 자리잡지 못한 것 같아요. 세 번째 해쯤부터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건 내 트리를 꾸며줘와 다르네, 내 트리를 꾸며줘가 갖고 있는 상징적인 느낌이 있네, 하는 걸 알 수 있게 된 거죠. UX 라이팅을 비롯해 트리 등에서 산타파이브의 정체성을 많이 고민했어요.
푸딩 : 팀도 그렇고 프로젝트도 그렇고, 토이 프로젝트로 정의되는 무엇, 영어로 치면 관사 에이(a)가 아니라 관사 더(the)가 붙는 시기가 온 거군요. 기술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정서와 문화로 형성된 걸 획득한 것이고, 프로젝트 자체가 그로부터 스스로 성장하기 시작한 거죠.
클로이 : 생각이 많아져요. 내 트리를 꾸며줘는 분명 좋은 프로젝트예요. 토이 프로젝트로써 성공적이고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아이콘이 되었다 생각해요. 예를 들면, 토이 프로젝트로 발생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실천하는 모습은 명확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사례라 보거든요. 게다가 본업에 충실하면서 몇 년에 걸쳐 소셜 매체에서 명절 분위기를 물씬 이끌어내는, 그런 문화를 향유하는 밈이 형성되는 것도 굉장히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클로이 : 한편으로는 저희가 첫 해의 영광을 두고두고 우려먹고 있지 않나, 그런 고민도 해요. 첫 해에 운이 좋았던 부분이 있었지만, 그 다음 해에는 첫 해에 들어온 트래픽이 다 일어나지 않았어요. 첫 해엔 이 프로젝트 형식 자체가 독특했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비슷한 롤링페이퍼류 서비스가 많이 나오니 더이상 신선하거나 신기하지도 않죠.
클로이 : 여전히 새로이 유입된 사람도 있지만, 저희 내부에선 한국에서 더이상 예전같은 화제성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젠 하는 사람만 하는, 앞으로도 쭉 하는 사람들이 할 거예요.
푸딩 : 팬이군요.
클로이 : 네. 더이상 저희가 팬이 아닌 사람으로 하여금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들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들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이유가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양적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을 공략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이것도 만만하지 않은 게 글로벌 대응이 안 된 상태이고 글로벌 광고를 운영하기도 힘들어요.
클로이 : 예를 들어, 작년에 베트남에서 10대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며 110만 명이 들어올 정도로 터졌거든요. 올해는 베트남 현지 업체가 지역화해서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겠죠. 그렇다고 저희가 베트남 업체에 접촉하고 영업해서 광고를 가져와 운영하기도 어려워요. 다른 지역에서 베트남처럼 터진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래서 글로벌을 공략하며 들이는 투자 대비 성과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요. 겉보기엔 다들 산타파이브 정말 대단하다, 되게 좋다, 대단히 잘한다, 이런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고민도 많고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아요. 한날님도 내 트리를 꾸며줘에 대한 이야기는 뇌리에 강하게 남은 2021년 기억을 기반하잖아요.
푸딩 : 어? 그렇네요. 작년 시즌이라면 최근 기억이라 기억에 남은 거라고 변명이라도 할텐데 첫 해 충격을 이 프로젝트의 전부인 것처럼 기억하고 있네요.
클로이 : 그런 2021년 영광이 얼마나 이어질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 후광을 계속 등에 업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요. 해낸 게 없다는 의미는 아니예요. 해냈죠. 성공을 거뒀어요. 그래, 맞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더(The) 프로젝트이고,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시즌 이벤트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해서 대중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지 살펴보면 확신없이 고민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너무 도취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푸딩 : 14년쯤 프로젝트를 운영한 프로듀서처럼 말씀하시네요. 본 적은 없지만.
푸딩 : 푸딩캠프 토이스토리 팀들이 1차 프로젝트 2주차를 마쳐가고 있어요. 곧 3주차에 접어드는데, 이들에게 토이 프로젝트의 성공 기준을 제시해주시겠어요? 3주차엔 프로젝트의 핵심 기능을 구현해야 최소 사양으로라도 출시해서 고객에게 선보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클로이 : 당신은 당신의 프로젝트의 진성 고객이 되고 싶나요?
클로이 : 내가 만든 프로젝트라서 오히려 안 쓰는 친구들 많거든요.
푸딩 : 많죠. 개밥먹기(dogfooding) 안 하는 사람 많아요. 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푸딩캠프 써요. 어드민(admin)으로 충분히 상황 파악이 되는데도 말이죠. 그렇게 해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보완할 부분을 발견하죠.
클로이 : 맞아요. 자신의 프로젝트를 안 쓰는 건,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목적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제 애인이 채소 가게에서 인턴 직원을 뽑을 때, 단 한 명이라도 실 사용자가 있는 프로젝트를 개발해본 사람을 채용 기준으로 잡았대요. 토이 프로젝트가 대박을 터뜨릴 필요는 없고, 제품의 핵심 가치를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사용하는 진정 사용자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거예요. 사실, 한 명이나 세 명이나, 열 명이나 다르지 않아요. 꼭 백 명, 천 명 아니어도 돼요. 내 친구에게 내가 만들었으니까 써봐, 라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토이 프로젝트의 성공 기준이에요. 내가 재밌어야 해요.
푸딩 : 친구 데리고 와서 같이 재밌게 쓰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니 성공 기준으로 충분하네요.
클로이 : 그렇죠, 그렇죠. 솔직히 말해봐, 내가 만든 이거, 정말 좋니? 재미있어?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밌고, 프로젝트에 애정을 느끼니? 라고 자신에게 다양하게 물으면 당신이 만든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되고 싶나요? 로 수렴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성공이에요. 아, 그리고 내가 잘 쓰려면 프로젝트에 완결성이 있어야 해요.
푸딩 : 좋네요. 아이고, 지나치게 공감을 해서 저도 모르게 좋다고 평가하는 말을 해버렸네요. 이거 말버릇이에요.
클로이 : 네네
푸딩 : 더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더 들어가다가는 발표 내용까지 다 나와버릴 것 같아요. 게다가 이 또랑 또랑한 모습보니 앞으로 몇 시간은 더 이야기 들려주실 기세. 얼른 마무리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푸딩 : 클로이님의 발표를 다 들은 청중이 어떤 질문을 할 것 같으세요?
클로이 : 뜨으으으으으으으아
푸딩 : 또는, 청중이 어떤 질문을 하면 클로이님이 기분 좋을 것 같으세요?
클로이 : 므으으으으으으으아
클로이 : 이거 진짜 어렵다. 당해보니 진짜 어렵다.
클로이 : 엄... 너무 제 느낌인데 얘기해도 돼요?
푸딩 : 연사자 느낌이 묻어날수록 좋지요!
클로이 : 좋은 가치를 믿고 밀고나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라고 질문하실 것 같아요.
푸딩 :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뭐예요? 청중은 왜 그런 생각을 할까? 나의 발표에서 어떤 메시지를 이 사람들이 들었길래 이런 얘기를 할까? 그런 맥락으로 질문 드립니다.
클로이 : 저는 결국, 좋은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근본적으로 결이 맞는 팀원들과 결이 맞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거든요. “내가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하는데” 혹은 “내가 이걸 만들고 싶은데 백엔드를 못해, 그래서 누군가 필요하네” 이런 건 서로를 도구처럼 여기는 거잖아요. 나쁘다거나 문제있다는 게 아니라, 그러면 프로젝트는 사실 재미가 없고 서로를 대할 때도 되게 조심스러워져서 팀이 깨지기 십상인 것 같아요. 토이 프로젝트는 토이니까 가능한 건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되고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야지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해요. 그래야 분업이 아닌 협업을 하죠.
클로이 : 그렇게 같은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고, 혹은 그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같은 프로토콜을 정하는 게 필요해요. 그걸 바탕으로 서로 신뢰하고 같은 메시지를 갖는 게 중요하죠. 산타파이브는 다행스럽게도 그 결이 명확하게 사회적인 영향력이나 책임감, 또는 좋은 가치, 이를테면 따뜻함이었어요. 여기에 팀 친구들이 공감했고, 그래서 이 가치를 놓고 의사결정하는 순간에 흔들리지 않았어요. 저희는 저희 프로젝트에 욕심이 없었고 기대가 없었거든요. 이 프로젝트로 돈을 벌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서 별로 욕심을 안 냈고 운이 좋았다고 여기는 측면도 있었죠. 산타파이브의 가장 큰 자산은 팬이에요. 격랑에 휘말린 상황에서 프로젝트 업데이트 공지로 내보내는 메시지 하나 하나를 알아봐주고 반응해준 것도 팬이죠.
클로이 : 그게 아니었으면 산타파이브의 브랜드 생명력과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워요. 그럼 팬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그건 저희에게 공략하는 전략이 있던 게 아니예요.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꾸준히 지키려 노력했을 뿐이에요. 서툴러도 계속 그 모습과 노력을 봐주신 거예요. 앞으로 저희 팀이 홍수에 휩쓸려도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팀 그 자체가 아니라 팀이 갖고 있는 팬덤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믿기에 팬이 계신 거라 생각해요.
푸딩 : 팀은 팀의 가치로 결속되어 지키고, 그런 팀을 팬이 돔을 이루어 지지한다라. 팬덤이 형성되려면 일관되고 핵심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계속 나와야 하죠. 사람들은 처음엔 좋은 말하네, 하고 흘려듣다가 계속 반복되는 메시지에 하나 둘 저게 저 사람들의 핵심인가봐, 가치관인가봐, 나도 저 가치에 동의해, 동참할래, 그러면서 사람이 모이고, 결속되어, 함께 같은 메시지를 내는 거죠.
푸딩 : 산타파이브의 핵심 메시지의 핵심은 따뜻함이잖아요. 낯간지러워서 다른 단어를 고민했는데, 도저히 따뜻함을 대체할 단어를 못찾겠네요. 산타파이브가 내는 메시지에서 저 역시 따뜻함을 느꼈고, 이 프로젝트에서 받은 느낌도 따뜻함이에요. 그래서 무의식 중에 따뜻함을 키워드로 떠올렸나봐요. 둔감한 제가 말이죠.
클로이 : 한날님, 지금 울컥하셨죠? 목이 잠긴 것 같은데. 울지마 울지마.
푸딩 : 아니예요. 습관이예요. 좋아요, 라는 말버릇처럼.
클로이 : 습관성으로 운다고요?
푸딩 : 이제는 울컥할 것 같군요.
푸딩 : 그래서. 시작은 팀에서 시작 했겠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되먹임하면서 성장하고 프로젝트도 함께 성장했을 것 같아요. 흔한 표현으로 자식같은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갓 태어난 아기가 조금만 자라도 자아가 생기고 취향이 생기거든요. 프로젝트도 처음엔 팀이 만들어낸 산출물이었겠지만, 자라면서 메시지를 내고 그 메시지에 하나 둘 사람이 모여 우쭈쭈 돌보고 함께 하여 이제는 프로젝트 자체가 독립된 자아를 가진 무엇이 되고 있는 단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클로이 : 한 마디만 덧붙이면, 그래서 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저는 운이 좋았다 생각해요. 도움을 많이 받았고 운이 좋았고, 사람들이 모여서 도와줬기 때문에 완성한 프로젝트라 생각해요. 그게 힘이 되는 거죠. 프로젝트 자체가 필연적인 성공 공식을 갖진 않는 것 같아요. 저희 프로젝트 정도 되는 잘 만든 프로젝트 정말 많거든요. 더 뛰어난 것도 많고 더 뛰어난 사람으로 구성된 팀도 많을 거예요. 저희처럼 따뜻함을 가치로 하는 팀이나 프로젝트도 있을 거고요. 근데 왜 하필 우리인가? 정말 운이 좋아서다. 우리에게 운이 따라 사람들이 우리 프로젝트를 발견했을 때, 운좋게 우리가 갖고 있던 것이 그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서 얻어낸 것도 우리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푸딩 : 잠깐, 결론이 운이 좋았다, 로 끝나면...좀... 나가리인데?
클로이 :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딩 : 저...저기요?
출처 : 산타파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p.s : 결국 재미 없어서 편집된 부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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