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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성장 컨퍼런스에 대한 그의 소감
푸딩캠프(이하 푸딩) : 오랜만이에요, 탐정토끼님.
김태희(이하 탐정토끼) : 안녕하세요. 오늘 자리는 무슨 자리인가요?
푸딩: 어렵게 모신 연사자분들을 최대한 뽑아먹...는 게 아니라, 지난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에서 연사자분들이 어떻게 느끼셨는지, 그리고 청중과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건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자리에요.
탐정토끼: 저는 빠르게 수락하지 않았었나요? 그럼 무엇을 이루시나요?
푸딩: 연사자분들의 발표에 질문을 남기시길 원하죠.
탐정토끼: 어떤 내용으로 인터뷰 해요?
푸딩: 사전 인터뷰 이후 부쩍 저를 경계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 질문을 준비했어요. 다섯 가지이긴 한데, 지난 사전 인터뷰때와 마찬가지로 인터뷰 하면서 주제를 바꿀 수도 있어요.
탐정토끼: 경계라기보다는, 음음. 알겠습니다. AI로 뭔가 합성하거나 가공하시진 않는 거죠?
푸딩: 아유, 물론이요, 그럼요, 그럼요. 그럼, 행사 때 유익한 시간을 좀 보내셨어요?
탐정토끼: ? 이 토끼 이미지는 뭔가요?
푸딩: 양자역학 토끼로 검색했는데 귀여워서 넣었습니다. 제 4의 벽에서 콘텐츠를 관찰하시는 건 여전하시군요. 넘나들지 마~세요!
생각 연료통에 불을 지피며 시동거는 방화토끼
탐정토끼: 행사 때 좋은 시간을 보내서 뒤늦게 다른 연사자분들 사전 인터뷰 콘텐츠도 보고, 회사 동료분들에게 소개도 하였고, 그렇게 유익하고 제게도 알찬 콘텐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나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제게 질문을 해주시거나 이야기를 나눈 분도 여럿 계셨고, 네트워킹 할 때에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발표 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 정도 얘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질문하시는 걸 들어보니 더 얘기할 것도 많이 있었을 것 같고,
푸딩: 잠깐, 잠깐만요. 지금 또 5분짜리 문장을 말씀하려 시동 걸고 계십니다! 멈춰!
탐정토끼: 어차피 녹화하고 계시고 정리하는 건 한날 선생님이 하실 일이라 생각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탐정토끼: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 인터뷰에서 제가 기대했던 질문을 뛰어넘는 질문들도 있고, 제가 더 얘기해야 할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사 이후에 질문들에 대해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그랬어요. 그런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제게 소감 여쭤보실 때 그런 비슷한 얘기도 했지요.
푸딩: 좋은 시간을 보내셨다니 기쁩니다. 탐정토끼님의 발표 주제를 보고 대체로 주니어분들이 많이 듣거나 질문을 많이 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질문자 중에서 주니어보다는 더 연차가 있어보이는 분이 계셨나요?
탐정토끼: 그런 분도 계셨어요.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시니어 팀장인 분이 계셨거든요. 보통은 시니어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내게 도움을 줄 자격이 있나 라고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그 분 말씀이 자신에게 연차가 있는데 갑자기 팀장을 맡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푸딩: 아, 동료나 주니어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별 인식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되면 혼란스럽죠. 어제의 나와 다른 게 없는데 하루 아침에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받게 될테니.
탐정토끼: 네, 그 분이 제 발표 내용 관련해서 도움이 되고 공감하셨다고 얘기해주셨던 것도 기억이 나고 그렇습니다. 저는 제 발표가 주니어한테 도움이 되고 시니어한테 도움이 되고, 그런 생각보다는 평등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다양하여 평등한 관계
푸딩: 평등이요? 예상 못한 키워드가 나와서 불쑥 끼어들고 말았네요.
탐정토끼: 시니어와 주니어로 나눠서 시니어는 능력이 있고 주니어는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의지와 우연에 따라 어떤 사람은 이런 걸 더 잘할 수도 있고, 더 모를 수도 있고, 자기가 잘 몰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거든요. 도움 능력이 없어서 도움을 주길 꺼리는 주니어 뿐만 아니라 자기는 능력이 없고 도움 줄 여유가 없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시니어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평등을 생각했습니다.
푸딩: 아아, 그렇네요. 시니어 중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도 상당히 많거든요. 사람마다 각기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선 다양성 측면의 평등이 있겠군요.
탐정토끼: 그렇죠. 근데 가면 증후군이 실제로 능력이 있는데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능력이 없을 수도 있죠. 이게 연차에 비해서 능력이 없다기보다는 기술 변화를 좇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같은 거죠. 저 같은 경우, 작년까지 CSS를 잘 못했거든요. 프론트엔드 공부한 지 몇 년 동안 CSS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구나, 하고 자격지심이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주니어인데 저보다 훨씬 잘하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능력이라는 게 복합적이라서, 시니어는 모든 면에서 주니어를 가르칠 수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르침을 받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함께 배워갈 수 있는 관계, 평등이라는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푸딩: 생각하신다면 추천해주실 책이 있을 것 같군요.
탐정토끼: 제가 요즘 “무지한 스승”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추천 도서로 이 콘텐츠에 넣어주세요.
푸딩: 무지한 스승. 제목부터 호기심을 끌어요.
탐정토끼: 네델란드어를 모르는 사람이 네델란드 학생들한테 프랑스어를 가르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내가 가르칠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가르칠 수 있나, 그런 재밌는 책이에요.
푸딩: 재밌겠어요. 이 주제로 발표 하나 하실만큼 충분한 이야기거리와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보이세요.
탐정토끼: 이런 주제에 관해 많은 생각이 생겼고, 행사 때 여러 분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중에 한 분이 계속 여러 질문을 하셔서 많은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남을 돕는 게 자신한테 사회적 자본으로 돌아오고 회복 탄력성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는 것도 말씀드렸죠.
탐정토끼: 삶을 어떤 태도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이건 저도 마음 속 정리가 된 건 아니긴 하지만, 제가 이렇게 사람들을 돕는 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 안에서 사회적 자본이 되고, 누군가 연결이 되며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에 관한 이론, 그러니까 네트워크 이론같은 연구들이 있다는 걸 말씀드렸어요.
남을 도우며 성장하는 이타적으로 이기적인 탐정토끼
푸딩: 직접 겪으신 예시가 있을까요?
탐정토끼: 제가 남들을 돕는 과정에서 생긴 인연이 첫 직장과 현 직장에 취직하는 데 영향을 미쳤어요. 예를 들어,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저는 스터디 같은 활동을 많이 하고, 다른 이를 돕다보니 제게 관심을 가진 분이 생기고, 제가 코칭하고 남을 돕는다는 걸 잘한다는 얘길 듣고 제게 같이 함수형 강의를 만들자는 분도 있었고, 함수형 프로그래밍 컨퍼런스에서 발표도 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현 직장을 소개 받아 이직 했어요. 제가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기술로 사용하는 회사에 이직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런 활동을 한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좋은 일을, 좋은 업무를 하는 것이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좋은 시스템에서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어요.
푸딩: 남을 도우며 성장한다는 게 개인의 성장이기도 하지만, 그런 활동 자체가 안전하게 이뤄지는 개인이 속한 환경도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탐정토끼: 오픈소스 활동을 보면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돕잖아요. 저는 오픈소스가 성공한 공산적인 모델이라고 보는데, 이게 엄청 재밌는 거잖아요. 저희 회사가 클로저라는 마이너 언어를 사용하는데, 클로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돕고 이것 저것 알려주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커뮤니티가 전보다 엄청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만들고 활동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클로저를 쓰는 다른 회사 개발자분들도 관심을 가지셔서 저희 커뮤니티도 계속 살아나고 있는데, 이게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 서로 돕다보면 커뮤니티 자체가 성장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어요.
푸딩: 이타적으로 하는 행동이 예상치 못한 이기심을 채워주는 것.
탐정토끼: 그렇죠.
푸딩: 탐정토끼님과 같은 말을 하는 거지만 시작과 끝을 저는 반대로 하잖아요. 저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인의 이기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모여 팀에 기여하는 시너지를 내라고 하죠. 근데 탐정토끼님 버전이 더 간결하고 쉽네요.
탐정토끼: 한날 선생님하고 제 주제나 의견이 비슷하더라도 관점이 서로 다른 편이죠. 그리고 요즘도 계속 코칭하다 보니까 그때 발표했던 주제에서 연장된 얘기가 있어요. 뭔가 기여를 하려면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대부분 갖고 있지 않나요? 그게 단순히 스터디를 하거나 코칭을 하거나 그런 것뿐만 아니라, 오픈소스를 하는 것도 사람들이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거꾸로 말하면 난 대단한 능력이 없으니까 자잘한 기여밖에 못한다고 생각하잖아요. 번역 약간 하고, 비개발적인 기여밖에 안 했는데, 개발적인 기여는 엄청 대단한 사람들이 만들 수 있고 그런 생각이요.
푸딩: 흔히 보죠. 진심으로 구현 잘 한 사람에게 오픈 소스에 기여해보시라고 하면 당황해하면서 손사레를 치죠.
각양각색 능력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
탐정토끼: 코칭하며 만난 사람 중에는 오픈소스 같은 활동에 관심 갖는 분이 계세요. 그에 반해 그런 활동에 자신감이 없는 분도 있죠. 그런 것들을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고, 배우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어렵잖아요. 이해도 안 되고. 그런데 다들 딱 이해가 안 될 때 “난 재능이 없어”, “난 멍청해서 이걸 이해할 수 없어”, “이건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어, 나는 이런 것에 관심을 갖고 좀 더 공부를 해야지”, “이런 걸 이해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자신의 재능 문제로 생각하느냐, 나의 의지 문제로 생각하느냐, 그렇게 받아들이는 자세와 의지에 차이가 있어요.
푸딩: 나의 재능은 고정되어 있고 그래서 변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는 거죠.
탐정토끼: 심리학에서 고정형 사고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오픈소스의 경우로 돌아가서, 큰 기여라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도 많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오픈소스에 기여할 땐 번역을 주로 하고 코드로 기여한 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클로저 생태계에 들어와서 이런 저런 코드로 만들고 있거든요. 까보면 그렇게 심오하거나 엄청 대단한 게 없어요. 코드가 100줄, 1,000줄 이런 게 아니라 50여 줄 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그 50줄 밖에 안 되는 것도 다른 사례들 찾아 가지고 “아, 이렇게 기존에 했었는데, 그럼 이건 이렇게 구현하면 되지 않을까?”해서 기여한 것이죠. 작년까지는 제가 그런 기여를 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고, 구현체의 내부를 뜯어보지 않고 쓸 생각만 하며 살았는데, 회사에서 마이너한 기술을 쓰다 보니까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하게 되고, 결국 할 수 있게 된 거에요.
푸딩: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도 비슷해요. 컨퍼런스를 연 적 없는 제가 어떻게 개최한 거냐면, 시작은 장소를 대관하면서 일시도 함께 결정되고, 그렇게 상황에 떠밀리며 해야 해서 해낸 측면이 분명히 있거든요.
탐정토끼: 그래서 우리가 도움을 주고 받는 것, 우리 능력이 미칠 수 있는 것들을 넓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넓게 보면 우리가 정말 다들 기여할 수 있는 게 많이 있고, 세상에 한 명의 천재만 필요한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가 푸딩 컨퍼런스에 가서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고 봅니다.
푸딩: 평소에 자주 허기지실 것 같아요...
그가 글을 쓰는 동기, 추상과 구체
푸딩: 발표에 담았던 내용을 간략하게 해서 빨리 넘어가고, 그 대신 더 담고 싶었던 내용이나 소재가 혹시 있었나요?
탐정토끼: 발표 준비하고 발표할 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별로 안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평소 제가 하던 생각을 온전히 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여태껏 말씀드린 건 발표 현장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생각하게 된 것이에요. 그러면서 내가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라는 걸 발견했달까요. 그래서 발표에서 이야기한 것은 “나 스스로도 너무 표면적이었다”, “내가 그 정도까지만 생각을 했는데, 그 이상을 생각하자”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게 오히려 많이 생겼어요.
탐정토끼: 그래서 저는 오히려 글을 좀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동안 기술 관련된 글을 써왔는데, 코칭이란 일을 하면서도 교육, 코칭, 학습, 성장에 도움을 주는 글은 많이 안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날 테스트에 대한, 함수형에 대한 그런 글만 써오고. 그래서 저는 요즘 제 인생 2막이라고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개발자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았다면, 요즘엔 다시 철학 책을 읽거나 교육 책을 읽으면서 이런 쪽 글을 더 많이 써야겠다는 전환하게 된 계기가 푸딩캠프 컨퍼런스가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푸딩: 음. 제가 큼직한 컨퍼런스에 발표자 신청에서 모두 탈락해서 시작했다는 시시한 계기여서,
탐정토끼: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런 건 의미ㅇ
푸딩: 서로 대비되어 무척 재밌네요!
탐정토끼: ...
푸딩: 근데 내공도 깊고 연차가 20년씩 쌓인 시니어들 보면 생각보다 기술 얘기는 구체적으로 잘 안 하고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얘기를 자주 하잖아요. 지금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비가 뚜렷해 더욱 더 재밌네요.
탐정토끼: 근데 코칭과 교육쪽 책을 보다보면 추상적인, 말놀이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푸딩: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얘기 같은 거요?
탐정토끼: 네, 예를 들어, 권위주의는 나쁜데 권위는 나쁜 게 아니다. 이렇게 있어 보이게 말하면 맥락에 담긴 디테일이 다 달라져요.
푸딩: 남을 돕는 게 나에게 득이 된다는 말씀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탐정토끼: 이 말도 사실 추상적인 얘기예요. 그래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려 하고 있어요. 남을 도우면 저절로 내게 득이 된다는 게 아니라 남을 돕는 게 어떤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좋은 흐름이 될 수 있고, 이런 좋은 점들을 나는 경험했다는 말을 하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지”, “나를 잃지 않으면서 많은 좋은 배움과 성장 기회들을 많이 얻어갈 수 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글을 쓰거나 얘기를 할 때도 구체적인 얘기,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싶어요.
탐정토끼: 이번에 콴 선생님 발표가 너무 좋았지만, 좀 아쉬웠던 부분이 구체적으로 PRD(Product Requirements Document)를 어떻게 쓰는 건지, 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저는 그런 것들을 잘 모르니까 콴 선생님의 글을 다 읽었거든요. 거기에서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주시는 순간 순간들에서 저는 깨닫는 것들이 있었어요. 정말 좋은 말인데, 그럼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지? 저런 경우엔 어떡하지? 하는 그런 의문들이 마음 속에 계속 피어오르는 거예요.
탐정토끼: 그런데 구체적인 얘기를 보다보니까 이 분이 얘기하는 PRD는 기계적인 문서가 아니라 제품을 형상화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는 걸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럼 만약에 제가 푸딩캠프 컨퍼런스 2회에 참여하여 얘기를 한다면, 어떻게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야 될지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아마 콴 선생님도 끝나고 나서 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졌다, 라고 하신 게 그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푸딩: 제가 초성 한 글자만 발음해도 관련 얘기가 풍성하게 나오군요. 다들 자꾸 이러시면 내년에 정말 2회 엽니다? 제가 컨퍼런스를 열면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배움이 뭐냐면, 연사자분들이 “이런 발표를 할 거야”, 라고 하실 땐 “이런 내용일 거야”라고 예상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해보면 발표 주제에 대해 연사자분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얘기해주는 데에서 배우는 게 많아요.
생활 속의 코칭
푸딩: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소주제가 구체성인데요. 그럼 혹시 남을 도우며 성장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에 대한 계획이나 고민이 있을까요?
탐정토끼: 제가 코치 커뮤니티 같은 걸 만들려 해요. 제 지인 중에 코치를 하는 분이 있고, 원래 코치를 하시던 게 아니라 돌봄 노동같은 걸 연구하시는 연구자분이 계시거든요. 그 분도 여성단체 같은 데서 일하시다가 코칭을 하시기로 해서 코칭 업계에서 하는 일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런데 코치라는 직업이 있고, 기존 협회에도 가입하며 전직으로 코칭해야 돼,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희는 다들 본업이 있고, 코치를 병행한다는 점이에요. 저희의 기본 전제지요.
탐정토끼: 저는 어떤 의미에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코칭 전문가가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푸딩: 약은 약사에게, 코칭은 전문 코치에게.
탐정토끼: 네, 네. 그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아쉽다고 느끼는 게 뭐냐하면 우리는 개개의 다양한 삶을 살고, 거기에서만 얻는 경험이 있어요.
푸딩: 맞아요, 전문 코치라고 모든 삶을 대신 사는 건 아니죠.
탐정토끼: 예를 들어, 제가 코칭을 하다보면 상담사를 찾아가지 않거나 전업 코치를 찾아가지 않고 저를 찾는 경우가 있어요. 코딩 주제라면 코딩 과외를 해주시는 시니어분들도 많은데 저를 찾아와요. 그 이유는, 코딩 과외를 받으러 갔더니 이런 건 상담을 받는 게 좋겠다는 얘기 들어서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그분들은 코딩 업계에 대해서 모르니까 마음에 관한 좋은 얘기만 해주시는 거예요. 개발을 하면서 겪는 마음의 어려움, 그러면서도 성장하고 싶은 마음, 이런 걸 총체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어서 저를 찾아왔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탐정토끼: 꼭 개발자 직업이 아니더라도 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으니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을테고, 그런 점에서 남을 돕는 행위에 있어서 사람들의 직업은 다양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남을 도우려면 개발자 그만두고 상담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 없잖아요. 한날 선생님이 코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처럼, 시니어가 되면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게 보통이고, 그러면서 코치 역할을 해야 될 때도 생기죠. 주니어 고민 상담을 해준다든지.
푸딩: 코치가 있든 없든 코칭이라는 역할은 생활 속에 흔히 나타나죠.
탐정토끼: 저는 그런 전문가나 자격증 같은 권위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각자의 직업에서 하는 일에서 남들 돕는 코치들의 커뮤니티, 코치들의 연대를 만들고 막 작당모의 하고 있어요. 코치라는 두 번째 직업을 갖는다고 생각할 것도 없다고 봐요. 투잡이라기 보다는 코칭이라는 일이 추가 되는 거죠.
푸딩: 제가 CTO를 하면서 코치라는 직업을 병행하는 게 아니라 코칭이라는 역할을 더하는 것처럼요.
탐정토끼: 사실 평생 내가 하나의 전공을 가지고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서, 저는 물리학과를 나왔는데 컴퓨터를 하고 있잖아요. 내가 평생을 전공한 직업으로 사는 게 아니라 컴퓨터 를 하고 있고, 또 그러면서 저는 커리어를 코칭 쪽으로 시작을 한 것만 봐도 그렇죠. 예전에 저는 심리 상담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고민을 많이 했고 책도 많이 읽고 했어요.
탐정토끼: 제가 아까 제 인생 2막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제 인생이 앞으로 길게 남았을 거 아니에요. 이제 막 서른 살이거든요. 옛날에는 몇 십 년 동안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엔 누구도 그런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잖아요. 그럼 자연스레 사람들은 다양한 일을 거쳐갈테고, 그런 다양한 일 중에서 제겐 현재 개발의 비중이 더 많은 것이고, 나중에는 개발의 비중이 줄고 코칭을 할 수도, 갑자기 노무사를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직업으로 정의되지 않은 뭔가를 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 잠깐.
푸딩: 잠깐?
탐정토끼: 여기서 책 추천을 하나 들어가면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이 있거든요. 이건 제가 채팅창에 쓸게요.
푸딩: 제가 녹취 제대로 못할까봐 꼼꼼히 챙기실 정도로 마음에 들어하는 책인가 보군요.
탐정토끼: 이 책이 딱 저처럼 이것저것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다양한 유형으로 이야기하는 좋은 책이에요. 말을 계속 이어가자면, 나의 직업을 나랑 동일시 할 필요가 없이 나는 다양한 어떤... 어떤. 음. 동사형이라고 해야 될까. 여기서 잠깐.
푸딩: 설마 또?
탐정토끼: 동사형 꿈이라는 책도 있어요. 책을 열어 본 것도 아니지만 제목을 보고 좋다고 생각을 했어요.
푸딩: ...
탐정토끼: 아무튼 중요한 건 내가 뭘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푸딩: 책 홍보하셨죠. 그 중 한 권은 절판된 책이고.
생활 속 코칭을 향한 생활 학습
탐정토끼: 네, 네. 그러면 학위라고 하는 건 제 삶이라는 긴 시계열로 봤을 때 한 과정이지 않을까. 제가 지금까지 30년 인생을 살았으니 지금부터 학위를 따도 50대까지 6개는 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할 게 다양하고 수도 많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니어라는 것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푸딩: 그렇죠.
탐정토끼: 요즘엔 시니어라고 하면 5년차도 시니어라고 하기도 하잖아요. 예전처럼 10년, 20년차여야만 시니어라고 하진 않죠.
푸딩: 그...렇죠?
탐정토끼: 왜요?
푸딩: 실은 얼마 전에 “개발자 역량 지수”를 평가해 했는데, 시니어 개발자급에 못미쳤거든요.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제게 취약한 보안에서 점수가 낮았는데, 여전히 취약해서 시니어급이 아니라고 나왔으니까요.
출처 : 개발자 역량 지수
탐정토끼: 약간 기만같기도 하고, 진심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푸딩: 흑흑, 계속 하시죠.
탐정토끼: 새로운 배움, 학습 대상은 우리를 괴롭히려고 나온 게 아니잖아요. 새로이 시야를 열어주고 이떤 기술이나 생각으로 풀지 못한 문제를 풀어주려고 계속 나오는 거잖아요. 예전엔 힘들게 했던 것을 이제는 엄청 쉽게 하는 게 많죠. 고전부터 새로운 것까지,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더 많은 사람이 풍요로워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배움을 너무 고통스럽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젠 학교를 다니던 때랑 다르잖아요.
푸딩: 그런 점에서 저는 공부가 쉬워요. 재밌고.
탐정토끼: 그건 좀 선을 넘는, 그 뭐랄까. 재수 없는?
푸딩: 재수가 없을 때 없더라도 제게 공부는 쉽고 재밌어요. 근데 잘하진 못하죠. 공부라는 행위 자체가 쉽고 재밌는 거죠. 그런 점에서 방금 우리가 현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는 말씀을 제가 실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그리고 다시 평등, 그리고 코칭
푸딩: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탐정토끼: 네, 네.
푸딩: 이 컨텐츠 목적이 청중들이 탐정토끼님한테 질문하라고 독려하고 꼬시기 위함인데, 질문이 아니라 청중이 탐정토끼님을 인터뷰 해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정말 가능하다면, 청중이 탐정토끼님을 인터뷰해야겠다고 생각이 들게 만들고자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탐정토끼: 제가 약을 잘 파는 사람이 아니기도 하고 좋아하지 않기도 한데.
푸딩: 어그로를 끈다기 보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서 사람들이 그 일관된 메시지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탐정토끼: 그렇다면 키워드로는 평등도 있고, 자율성도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죠.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푸딩: 탐정토끼님은 평등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탐정토끼: 우리가 다 똑같기 때문에 평등하다는 게 아니라 다 다르기 때문에 평등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죠. 시니어랑 주니어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당연히 시니어가 더 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요. 근데 다양한 기준의 잣대가 있잖아요.
푸딩: 아까부터 일관되게 말씀하신 내용이군요. 근데, 지금 의도적으로 추상적인 키워드를 풀어헤치는 것 같네요.
탐정토끼: 네, 저는 요즘 요약을 불신하거든요. 세상은 복잡해요. 세상을 단순하게 퉁치려고 하는 데서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고 생각해요. 메타인지, 의도적 수련, 시간 간격 학습 등. 다 좋은 말인데, 이걸 다르게 오인하게 만드는 요약은 문제죠. 제가 유튜브에서 뭘 봤냐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책을 읽으신 분이 영상을 만들었는데, 남들보다 299,792,458배 빠르게 공부하는 방법, 이런 식으로 제목을 썼더라고요.
푸딩: 좀 그렇네요.
탐정토끼: 아니? 저는 299,792,458배라고 하지 않았는데요?
푸딩: 실제 제목을 직접 저격하기 좀 그래서요. 헤헤.
탐정토끼: 저건 제가 하고 싶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출 효과를 높이기 위해 플래시 카드를 쓰는 건 좋지만, 플래시 카드를 써서 인출 훈련하는 것과 직접 온갖 시행착오 겪어가며 코드를 쳐보는 인출은 다르거든요. 직접 코딩하며 겪는 시행착오로 얻는 지식은 플래시카드로 인출할 수 없는 종류예요. 그런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요약을 써서 마치 플래시카드가 다 해결해주는 것처럼 얘기를 하고, 거기에 추상적인 말로 단언하고. 그래서 저는 자꾸 예시를 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라는 말을 엄청 많이 써요. 그 다음으로 많이 쓰는 말이 구체적으로, 고요.
푸딩: 엄청 많죠.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느낌을 줄 정도여서 제가 편집으로 쳐낼 정도로... 근데 하나 빼먹으셨는데요, 선생님.
탐정토끼: 한편.
푸딩: 그렇죠. 결국, 청중을 유혹하는 카피는 얻지 못했지만, 탐정토끼님이 들려주실 이야기가 엄청 많다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청중들이 질문으로 쪽쪽 이야기를 뽑아내면 좋겠네요. 오늘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탐정토끼: 네, 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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