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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기능하는 방식과 학습 원리

뇌가 기능하는 방식

뇌는 평생 변화와 고정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이다

뇌는 매우 거대한 네트워크입니다. 1,280억 개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정 조직마다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장기와 달리 뇌는 네트워크로써 활성화되어 기능합니다. 네트워크를 하나의 단위로 본다면, 뇌 부위는 마치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뇌의 특별한 또다른 능력은 신경가소성입니다. 뇌가 성장하고 재조힉하며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입니다. 신경세포가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 받으면 연결이 생기면서 새로운 신경 네트워크, 즉 새로운 신경망이 생성됩니다. 반복과 연습을 하면 신경 연결이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연결이 약화됩니다. 포기하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여서 어려움을 느끼며 반복과 연습을 하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이런 변화는 평생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는 나이 들어서도 새로운 걸 학습하고 버릇을 고치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일 수 있습니다.

기억은 읽어오는 것이 아닌 조합해내는 것이다

컴퓨터는 데이터를 주기억장치나 보조기억장치에 저장할 때, 빈 영역에 데이터를 채워넣습니다.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하면 곳곳에 있는 데이터 조각을 차례대로 모아 조합합니다. 데이터 그대로를 넣고 뺍니다.
기억은 이런 방식으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으로 들어온 정보는 조각 조각 나뉘고, 이 조각은 화학과 전기적 대체물로 변환되어 뇌의 여러 부위에 새겨집니다. 정보 조각은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1,280억 개 신경세포가 이루는 거대한 네트워크에서 조합될 수 있는 패턴은 사실상 무한하며, 그래서 뇌에 저장하는 정보는 사실상 무한하다고 합니다.
기억한 것을 떠올리는 것, 즉, 기억하는 건 거대한 네트워크의 여러 구역으로부터 화학물질과 전기를 사용해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컴퓨터처럼 특정 위치에 기록한 데이터를 그대로 읽어오는 게 아니라, 기억한 것을 떠올릴 때마다 패턴 조각들을 조합해 구성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며 항상 똑같은 것을 떠올리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같은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유사하게 떠올릴 뿐입니다. 그 대신 자꾸 떠올리려 하면 신경 연결이 강화되어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기억하게 됩니다. 이런 특성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뇌 신경세포가 더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룰수록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거든요.

정보처리모델

정보처리모델(Information Processing Model)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를 거치며 심리학자들이 구체화했습니다. 이 모델은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설명하기에 좋습니다. 앞서 뇌가 기능하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모델링하여 설명하거든요. 정보처리모델을 알아보겠습니다.

부호화 (Encoding)

뇌 안에서는 지각한 것들이 화학과 전기적 대체물로 변환된 후, 우리가 관찰한 패턴에 대한 심적 표상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생겨난 새로운 표상을 기억 흔적이라고 하는데, 감각으로 들어온 정보에 의미를 부여한 조각입니다. 이런 기억 흔적은 단기 기억에 짧게 머무릅니다. 의도적으로 부호화하여 장기기억에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데, 계층적으로 의미적으로 조직화하거나 정보들을 의미가 생기도록 연결하거나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입니다.

통합 (Consolidation)

뇌는 기억 흔적을 재조직하고 안정시키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걸 재생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고, 빈 곳을 채우거나 장기 기억에 저장된 과거의 지식과 연결합니다. 학습에 기존 지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 기억을 활용하는 거죠.
단기 기억에 장기 보관된 기억 흔적은 불안정합니다. 기존 기억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의미가 완전히 형성된 게 아니기 때문이죠. 불안정한 기억 흔적은 새로운 연결이 생성되거나 기존의 다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쉽게 대체되어 잊혀집니다. 무언가를 학습하는 과정이 혼란스럽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데, 뇌가 기억을 통합하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신의 지능이나 학습 능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호화 단계가 빠르게 이뤄지는 것과 달리 통합하는 과정엔 시간이 필요합니다. 몇 십 분, 몇 시간이 걸리는데, 설명하기 좋고 이해하기 좋게 하룻밤 자는 중에 통합 과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합니다. 휴식과 수면은 기억을 통합하는 데 기여하는 필수 활동입니다. 당연하게도 휴식과 수면이 부족하면 기억하는 데 좋지 않습니다. 특히 수면이 중요한데, 수면하는 동안 뇌는 뇌의 대사 폐기물을 뇌척수액과 함께 혈관 네트워크로 빼냅니다. 이런 혈관 네트워크를 글림프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글림프 시스템은 밤에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죠. 수면이 부족해 뇌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비정상적인 단백질 등 폐기물이 뇌에 쌓이면, 플라크를 형성해 신경세포의 기능을 저해합니다. 또한 보상을 주는 자극에 민감해져 감정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인슐린 민감도를 떨어뜨려 살이 찌게 됩니다.

인출 (Retrieve)

기억 인출은 장기 기억에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기능입니다. 기억 저장량은 사실상 무제한이지만, 기억 인출엔 한계가 있어서 우리는 기억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하지요.
단기 기억에 있는 정보는 해마를 거쳐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재부호화되고 통합되어 뇌 여러 부위에 자리잡습니다. 각 기억 조각엔 단서가 붙는데, 뇌는 이 단서로 기억을 떠올리는 거예요. 새로운 지식에 단서가 결합될 때, 새로운 지식과 기존 지식이 경합하고 살아남은 것에 단서가 결합됩니다.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연결될수록 지식에 접근하는 단서가 많아지는 것이니 빠르고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단서가 지식에서 연결 해제된다고 해서 지식이 바로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단어가 입 안에서 맴돌기만 할 뿐 떠오르지 않는 설단 현상이 일어나거나 마치 머리 속에서 지워진 것처럼 떠올리지 못하는 거죠. 또는 얼마 없는 약한 단서가 어떤 계기로 인식되어 다시 활성화되고요.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는 능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타면 초반엔 어색하거나 어리바리하게 타겠지만, 금방 적응해서 능숙하게 탑니다.
인출을 반복하면 더 빠르게 인출하도록 신경세포가 강화됩니다. 인출하기 어렵고 힘들수록 더 효과가 큽니다. 인출하기 어렵고 힘든 기억인데 반복까지 하면 마치 뇌가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하는 것처럼 신경 연결망이 강해지고 넓어지는 거지요.

기억의 세 가지 유형

다중기억이론에서 제안하는 기억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감각 기억, 단기 기억, 그리고 장기 기억이지요.

감각 기억

감각 기억은 이름 그대로 감각 자극을 기억합니다. 정보가 부호화되지 않은, 마치 날 것 같은 정보로 대부분 소실되지요. 우리는 의식적으로 거의 인지하지 못합니다.
감각에 따라 기억되는 시간이 다른데, 부호화가 많이 일어나는 시각과 청각을 놓고 보면, 시각은 약 1초, 청각은 약 4~5초 정도 기억하며, 통상 감각 기억의 지속 시간은 1초 미만이라 합니다. 감각 기억에서 주의를 기울인 기억은 단기 기억으로 넘어갑니다.

단기 기억

단기기억은 머릿속으로 느낄 수 있는 자각으로, 의식 속에 짧게 존재하는 기억입니다. 1분 미만 동안 기억하지요. 용량도 적어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4 ± 2개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Frontiers Media 제공 이미지
단기기억은 순간기억과 작업기억으로 더 세분화됩니다. 작업 기억은 정신을 집중하고, 정보를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비슷한 정보들을 한데 모아 전전두엽의 관제탑에 보내어 잠시 기억하는 기제입니다. 전전두엽은 계획, 의사 결정, 사회적 행동 조율 등 복잡한 인지를 담당하는데, 이 인지 과정 중에 일어나는 정보 조각인 셈이지요.

장기 기억

앞서 살펴본 통합과 인출 과정은 대부분 장기 기억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름 그대로 오래 기억되며, 기억 용량은 사실상 무한대입니다. 내용에 따라 여러 하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단기 기억은 해마에서 처리된 다음에 다양한 뇌 영역에 저장되는데, 신호 신호는 관자엽, 시각적 신호는 후두엽, 감각적 신호는 두정엽에서 담당합니다. 뇌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이하는 효율을 내기 위해 다양한 기억 전략을 사용하는데, 주의 집중, 조직화, 정교화(elaboration), 맥락 형성(context) 등이 있습니다. 주의 집중은 감각 기억을 단기 기억으로 전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한 정보를 기억하는 데 있어서는 모든 단계에서 중요합니다. 조직화는 정보를 유의미한 범주로 일관성 있게 묶는 방법입니다. 정교화는 새로운 지식에 기존 지식과 연결하여 의미를 부여하거나 부가적으로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인데, 이런 처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맥락 형성은 사건이나 정보와 관련된 외부 환경 또는 정서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감정입니다.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는 해마에 딱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해마도 덩달아 활성화되는 거죠. 좋은 감정을 유지하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데 도움을 받으며, 감정을 억제하면 소수의 신경세포만이 기억 과정에 참여하여 기억력이 저하된다고 합니다.
또다른 요인은 자기 인식, 즉 메타인지를 잘할수록 학습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쉽게 전이시키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메타인지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하는데요.
  • 메타인지적 지식 :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인지에 관한 선언적, 절차적, 조건적 지식
  • 메타인지적 규제 : 정보처리과정을 계획, 모니터링, 통제, 평가하는 활동
이러한 메타인지가 이뤄지면 자신이 학습하는 내용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써서 장기기억에 전이시킬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 인식을 하면 현재 자신의 상태와 학습 상태에 맞춰 학습 전략을 짜서 학습 효과와 효율이 좋다는 겁니다.

정보처리모델을 고려한 학습에 주요 시사점

집중력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강의를 볼 경우 녹취하듯이 노트를 작성하는 건 강의에 집중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열심히 학습한 기분이 듭니다. 정작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요. 학습하며 음악을 듣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덜 지루하게 하지만,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 감각기억과 작업기억 특성 상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교통에서 학습하는 것 역시 단기적 학습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학습 효과가 떨어집니다.
단기기억, 좀 더 정확히는 작업기억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 양이 제한적입니다.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 인지과부하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정보를 덩이짓기(청킹)하여 단위의 맥락 크기는 키우되 개수는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생전 모르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할 때, 예제 코드가 도통 읽히지 않는다면, 더 작은 단위로 쪼개어 각각을 학습하거나, 구문, 표현식, 변수, 문법 등으로 덩이지어 흐름을 이해하는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또는 반복문이라면 도표로 그려서 일부 정보는 종이를 보조기억장치로 활용하고, 작업기억을 활용한 사고는 반복 순환(iteration)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복과 연습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순 반복은 효과가 떨어집니다. 집중이 필요하고 인지에 부하가 실리는 강도로 반복하고 연습해야 신경 연결이 강화됩니다. 이를 위해 변화 학습, 교차 학습, 시험, 설명 등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전 지식이 있으면 학습 효과가 커집니다. 사고나 생각, 정보가 서로 관련지어 조직된 것을 스키마라고 하는데, 새롭게 학습한 정보가 스키마가 되어 기존 스키마와 잘 맞으면 장기기억에 저장됩니다. 학습할 때 기존 지식을 활용하는 거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데 너무 어렵다면 잠시 중단하고, 사전 지식을 먼저 학습하는 것이 이해될 때까지 매달리는 것보다 낫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처음 학습할 땐 무척 어렵지만, 해당 언어에 숙련된 이후에 같은 패러다임을 지향하는 새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하면 한결 쉽고 빠르게 학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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