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기반 학습 전략 및 응용
글쓰기를 활용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학습 기법들이 두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법들은 글쓰기의 장점을 시스템화하여 학습에 적용한 것이지요. 이번 편에서는 글쓰기 활용 학습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파인만 기법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름을 딴 이 기법은 어려운 개념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쉽게 글로 설명해보는 방법입니다. 복잡한 주제를 종이 위에 풀어서 설명하다 보면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나며, 그것을 다시 채워 넣는 과정을 거치며 학습을 이뤄가지요.
이는 생성 효과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 파인만 기법은 능동적 회상과 정보 생성을 통해 이해도를 높인다고 합니다. 어려운 이론을 친구에게 가르치듯 써 보는 과정에서 뇌는 지식을 재구성하고, 빈틈을 메우면서 학습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Generation Effect)).
SQ3R 기법
SQ3R 기법은 Survey-Question-Read-Recite-Review의 약자로, 읽기 학습에 글쓰기(요약과 암송)를 결합한 5단계 방법입니다. 먼저 훑어보고(Survey), 궁금한 점을 만들고(Question), 읽은 뒤(Read), 자신의 말로 요약하거나 써보고(Recite), 마지막으로 다시 점검(Review)합니다.
SQ3R은 단순히 읽고 넘어가는 것과 달리 각 단계마다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내용과 상호작용하도록 합니다. 특히 써보는(Recite) 단계에서 읽은 내용을 글로 적어보거나 말로 설명하면서 기억에 각인시키고, Review 단계에서 그 필기한 요점을 재확인함으로써 이해와 기억을 최적화합니다. 이 방법은 학습 자료를 다각도로 처리하게 하여, 수동적인 읽기보다 높은 이해도와 장기 기억 효과를 보입니다(3 Active Recall Techniques Everyone Should Know - Edumentors).
코넬 노트 필기법
코넬 노트 필기법은 코넬 대학에서 개발한 노트 정리 방법으로, 노트를 세 구역으로 나누어 왼쪽에는 키워드/질문, 오른쪽에는 상세 노트, 하단에는 요약을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화된 글쓰기 방법은 수업이나 책 내용을 듣고 즉각적으로 요약 정리하게 함으로써 내용을 능동적으로 처리하게 합니다.

Cornell 식 노트 필기법과 OneNote 활용법 (효율적인 노트 필기 노하우)
코넬 필기법의 효과를 실험한 연구에 따르면, 코넬 방식으로 노트 정리를 한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나중에 더 잘 기억하고 인출해냈다고 합니다. 동일한 내용을 듣더라도 구조화하여 필기함으로써 학습 내용의 조직화를 돕고, 학습 후 복습할 때도 핵심만 추려본 요약본이 있어 효율적입니다. 결과적으로 뇌의 작업기억 부담을 덜어주고 장기기억 저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외에도 중요한 내용을 직접 써보는 요약 노트나, 개념들을 연결지어 써보는 마인드 맵 작성 등 글쓰기 기반의 다양한 학습법이 활용됩니다. 공통적으로 이러한 기법들은 쓰면서 생각하는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학습 내용을 능동적으로 처리하게 하고, 뇌에 여러 감각과 인지영역을 동시에 자극하여 학습 효율을 높입니다.
학습 분야별 글쓰기 응용 : STEM vs 인문학
학습자의 전공 분야나 학습 유형에 따라 글쓰기를 활용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는 글쓰기를 통해 개념 이해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 때 답만 적는 것이 아니라 풀이 과정을 글로 논리적으로 서술하게 하면 학생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과학 수업에서도 실험 보고서나 과제 에세이를 쓰게 하면, 단순 공식 암기에 그칠 뻔한 내용을 글로 풀어내며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학습은 위한 글쓰기(Writing-to-Learn)” 전략을 도입한 과학 수업에서 학생들의 개념 이해와 참여도가 향상되었다는 근거들이 다수 있습니다. 쓰기를 통해 학생들이 과학을 단편적인 사실 암기 과목이 아니라 논리와 원리를 서술하는 과목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요컨대, STEM에서는 글쓰기가 지식을 구성적 이해로 변환시키는 도구인 셈이지요.
한편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글쓰기가 학습의 핵심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역사, 문학, 철학처럼 내용의 해석과 비판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글로 표현해보는 과정에서 비로소 학습 내용이 완성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 수업 후 에세이를 써보는 활동은 학생들이 배운 사실들을 종합하여 자신의 논지로 재구성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논증력이 향상되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그룹과 쓰지 않는 그룹의 사고력 변화를 비교한 한 실험에서는, 글쓰기 수행 이후 학생들의 분석력과 추론능력(critical thinking skills)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반면, 글쓰기를 하지 않은 그룹에서는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인문학적 글쓰기가 학생들로 하여금 단순 수용자가 아닌 적극적 의미 구성자가 되도록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문사회 분야의 글쓰기는 학습자에게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고 의견을 근거로 뒷받침하는 훈련을 제공하므로, 지식의 암기를 넘어 지혜의 활용 단계로 이끌어줍니다.
결국 분야를 막론하고 글쓰기는 학습 내용을 깊게 이해하고 연결짓는 역할을 하지만, STEM에서는 지식을 논리적 구조로 조직화하는 데, 인문학에서는 지식을 비판적 담론으로 발전시키는 데 그 강조점이 다를 뿐입니다.
AI와 협업하는 글쓰기 : ChatGPT 등의 활용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학습 파트너로 삼아 글쓰기 능력과 학습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대화형 AI 모델인 ChatGPT 등을 활용하면 글쓰기 과정에서 즉각적인 도움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려고 글로 정리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ChatGPT에게 질문하여 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과외 선생님에게 묻는 것처럼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여 학습의 공백을 메워줍니다.
또한 글을 쓰다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AI에게 관련 주제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요청하면 다양한 관점의 단서를 얻어 글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이 7주간 영어 작문 연습에 ChatGPT를 보조적으로 활용한 결과, 글쓰기 실습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도가 향상되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AI가 문법 교정이나 추가 예시 제공 등을 통해 학생들의 글쓰기 훈련을 도와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저의 경우, 이 글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연구 자료나 참고 문헌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찾았습니다. 그런 뒤 인공지능을 이용해 내용을 요약해 더 자세히 알아볼지 검토하였고, 그 덕분에 필요한 자료를 인용하거나 연결(link)하는 걸 빠르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참고할 논문이나 서적, 에세이, 연구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인공지능은 제가 기획한 자료를 토대로 필요한 자료를 몇 분 만에 제시해주었습니다.
다만, AI와 협업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AI가 쉽게 글을 완성해준다고 해서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오히려 학습에는 해로울 수 있습니다. 교육자들은 ChatGPT 같은 도구의 사용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관여를 감소시켜 학습을 저해할 것을 우려하며,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령, AI가 생성한 답변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은 학습 효과가 낮지만, AI를 피드백 도구로 사용해 자신의 글을 다듬거나 질문 생성 도구로 사용해 모르는 부분을 파악한다면 학습에 큰 도움이 됩니다. ChatGPT와 같은 AI는 첨삭 지도교사나 질의 응답 파트너처럼 활용하고, 결과물에 대한 최종 판단과 수정은 학습자 본인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글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