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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취약성은 서로를 연결하고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세상에 연결되어 살아갑니다. 우리는 물리적 세상에 추상적 개념과 기능을 부여하여 사회적 세상을 구축하고, 그 세상에서 다같이 합의한 사회적 현실을 공유합니다. 우리가 국가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합의하여 땅이라는 물리적 실체에는 존재하지 않는 국경을 긋는 것이 그 예이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사회적 현실을 사는 우리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그 안에서 부여하고, 그런 삶의 목적과 의미는 사회성을 띠고 모여 세상을 구성합니다.
사회적 현실은 추상적 개념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령, 진통 효과, 면역력 증강, 상처 치유력을 향상시키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인간 관계와 유대에 관여하는데, 부드러운 대화, 포옹, 안마나 마사지, 사랑하는 사람과 성행위 등을 할 때에 많이 분비됩니다. 또한, 신뢰감을 조성하는 의식적 행위도 옥시토신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정확히 반비례하여 저항력을 갖도록 합니다. 똑같은 초콜릿일지라도 사랑하는 이에게 받은 초콜릿은 도파민 분비를 더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뇌가 신체 예산(Allostasis)을 조절하도록 합니다. 심리학자 오스카 이바라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 생활이 활발한 사람이 전반적으로 더 좋은 인지 수행 능력을 보인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가 사회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우리의 능력과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연결을 단절시키는 것은 다양한데, 파고 또 파고 들어가면 수치심이 근원이라고 합니다.
“난 다른 사람과 연결될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왜냐하면 내겐 이러이러한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야”
이런 생각에 자신의 취약성이 남에게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지요. 그러한 마음은 다른 사람의 취약성에 적대적인 태도를 하도록 합니다. 타인이 내 취약성을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자신 역시 포용하지 않는 겁니다. 결국 자신의 취약성을 스스로 포용하지 못한 결과 타인의 취약성도 포용하지 못하고, 그렇게 우리는 단절됩니다.
자신에 대한 가치감이 적을수록 수치심을 느끼는 감정을 마비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특정 감정을 마비시킬 수는 없습니다. 수치심을 느끼는 감정을 마비시킨다는 것은 즐거움, 고마움, 행복감 등 다른 감정도 함께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서 가치를 인식하는 뇌 부위와 많이 겹칩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만약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가치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끝없이 비교와 계산만 하며 결정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자신의 취약성을 부정하고 두려워하며 수치심을 느끼는 감정을 억누를수록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취약성을 이겨내고 사회적 연결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수치심과 죄책감을 구분해야 합니다. 수치심은 자신에게 향한 감정이고, 죄책감은 행위에 맞춰진 감정입니다. 그리고 수치심, 즉 자신의 취약성을 온전히 포용해야 합니다. 취약성을 이겨내어야 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취약성도 내 일부로써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브레넨 브라운 박사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용기라고 말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온 마음을 다해 솔직하고 전력으로, 즉 전심전력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하고, 드러내고, 자신에 대해 “충분해”라고 말하며 자신에 대한 가치감을 갖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가치감을 갖고 취약성을 포용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바라볼 수 있으며 드러낼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고 드러내는 용기는 다른 사람의 취약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 뇌는 찰나에 지나가는 아주 미세한 타인의 감정을 감지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한 사람의 몸에 일어난 변화는 다른 사람의 몸에도 즉각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요. 호흡의 동기화가 한 예입니다. 화가 나있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우리 뇌에는 코르티솔이 분비되며 경계 태세를 취합니다. 꾸밈없는 환한 미소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기도 하죠. 자신의 취약성을 포용하는 데서 오는 감정을 알면, 타인의 취약성을 포용하는 데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연결되는 것입니다.
조직에서도,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포용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과 타인을 포용하는 진정성을 우리의 뇌는 예민하게 감지하며 공명합니다. 자신과 공명했던 상사를 회상하는 직원들은 긍정적인 감정과 사회적 연결에 관련된 뇌 부위의 활성화가 증가하고, 이는 신뢰로 작용하여 조직의 성과를 높입니다. 진정성과 취약성을 포용하는 한 예는 용서인데, 용서 문화는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을 가져와 조직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이직률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당신의 취약성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일부로 마주하고 포용하세요. 그리고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여러분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이뤄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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