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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드레스 코드가 맞는 곳을 찾는 여정입니다

에세이
2024. 8. 4. PM 3:48:45
취업 준비나 도전 중인 신입 또는 저년차 주니어분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불안이 나 자신을 이력서에서 감추다

푸딩캠프 커피챗에서 이야기 나누는 주제는 여러 가지 있는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커리어 멘토링이 가장 빈번합니다. 제가 기고한 이력서포트폴리오 글을 보고 신청하시는 분이 많기도 하고,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인 탓도 커보입니다.
멘토링하며 받아본 이력서엔 대개 작성자가 잘 안 드러납니다. 다행인 점은 작성자들이 자신의 이력서에서 웬지 모를 위화감을 받았다는 점이예요. 쓸 건 다 쓴 것 같은데 허전해보이거나 뭔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끼는 거죠. 그런 분들은 이력서를 차별화하고 싶다며 커피챗을 신청합니다. 이력서를 차별화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제가 이력서에 대해 멘토링하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바로 이력서의 주제이자 주인공은 작성자 자기 자신이며, 주제에 관한 내용을 주제를 강하게 뒷받쳐주는 순으로 내용을 배치하는 거예요. 사람은 서로 다르니 자연스레 차별화 됩니다.
많은 이력서에서 작성자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해봤습니다. 처음엔 이력서 작성 경험이 적거나 세세하게 자기 인식을 해본 경험이 부족해서 이력서에 자신을 담지 못하는 거라 추측했어요. 그런데 이력서 주제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자신감과 자존감 저하지요. 거듭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다보니 위축되고, 위축될수록 이력서에 자신을 담지 못합니다. 자신이 사용할 줄 아는 기술스택, 프로젝트 경험을 앞세우고, 취약하다고 여기는 자기 자신은 감춥니다. 자신을 감추니 자신감이 줄고, 자신감이 줄어드니 자신을 감추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결국 나 자신을 이력서에 담지 않고 프로젝트 1~3개 만들어본 신입 개발자A를 소개하고 맙니다.

취업 시장 혹한기엔 환경 탓을 해도 괜찮아요

요즘처럼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에는 운이 크게 작용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큽니다. 채용할 가치가 높은 순으로 나열한 뒤 순서대로 채용하는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가치는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드레스 코드 같은 겁니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드레드 코드가 맞지 않으면 입장이 거부되는 것일 뿐입니다. 드레스 코드가 정장인 곳에 캐주얼한 운동복을 입고 가면 입장에서 거부되겠지만, 그렇다고 캐주얼한 운동복이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캐주얼한 운동복이 드레스 코드인 곳이 아닐 뿐이지요. 여러분이 채용 전형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여러분에게 채용할 가치가 없는 게 아닙니다.
'나만 취업이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취업이 안 되어 힘들어하는 사람이 내 시야에 안 보이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탈락했다고 세상에 널리 알리지 않듯이 다른 사람도 드러내지 않습니다. 시기 상 채용 시장에 수요자는 줄었고, 공급자인 입사지원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공급이 지속되는데, 앞서 채용 시장에 진출한 입사지원자는 채용이 되지 않은 채 적체되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입사지원자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갉아먹는 요소 대부분은 입사지원자에게서 기인하지 않습니다. 취업 시장 혹한기에 여러분이 탈락하는 많은 요인이 시장 자체에서 기인합니다. 내게서 기인하지 않는데 자책할 이유는 없습니다.

드레스 코드가 맞는 곳을 찾아서

요즘같은 취업 시장 혹한기에 채용될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한 많이 입사 지원해야 합니다. 한 번에 한 군데씩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여러 곳에 지원하세요. 면접 일정이나 과제 전형 일정이 겹칠 수 있습니다. 일정 조정을 요청하세요.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고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마세요. 설혹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는 입사지원자를 배려하지 않는 회사이며, 특별한 사정없이 일정 조정을 배려하지 않는 회사는 대체로 직원도 배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거르는 게 나을 겁니다. 특별한 사정은 대게 없지요.
많은 곳에 입사 지원하며 기회를 많이 만드는 시도하는 과정에서 장애물, 그것도 갈수록 높아져가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다치는 거지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탈락을 의연히 대하지 못합니다. 저라도 자신감이 줄거예요. 자존감에 금이 갈 거고요. 불안할 거예요. 자신감과 자존감이 꺾이지 않게,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자고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자신감과 자존감이 꺾이지 않게,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의연하게 취업 활동을 계속 해야 합니다. 의지가 꺾이면 기회도 꺾이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자신감과 자존감이 덜 다치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이력서의 주제이자 주인공으로 삼아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나를 선명하게 설명하는데도 서류 전형에서 탈락한다면 드레스 코드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세요. 탈락할 때마다 불안감에 휘둘려 이력서를 고치지 마세요. 캐주얼 운동복 바지에 구두를 신지 마세요. 혹한기에는 어떻게 입어도 춥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의 드레스 코드를 찾는 회사를 계속 찾으세요. 여러분은 찾아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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