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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주님은 몇 차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주니어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회사 근무 환경은 만족스럽지만, 일에 치여 사는 업무량, 고민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업무, 동료가 부족한 환경 등으로 자신의 커리어와 성장에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이 나날이 커져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컨텐츠는 분량이 많아 2회로 나눠 다루겠습니다.
1부. 문제 정의하기
주니어에겐 가혹한 평온한 일상
한날 : 안녕하세요.
🧑🦰 유남주 :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
한날 : 네에~ 잘 들립니다. 어디보자. 주니어로서 커리어를 어떻게 계획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계시군요. A/B 테스트 작업 위주로 업무를 보셔서 숙련도가 늘지 않는다고 보시는 건가요?
🧑🦰 유남주 :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지간한 복잡한 일도 고객지원(C/S)로 넘기고, 개발팀은 딱 이만큼만 한다는 식으로 넘어가다 보니 업무가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반복되는 게 더 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날 : C/S가 굉장히 유능해서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업무를 잘 처리하나 보네요.
🧑🦰 유남주 : 드문 사례(edge case) 정도만 넘기고 있는데, 사실 개발하다보면 드문 사례야 말로 고려해야 할 게 많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고려를 안 하고 C/S로 넘겨서 해결하다보니 고민 없이 개발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 유남주 : 그런 느낌일 것 같네요. 읽어보겠습니다.
한날 : 사수분이 계신가요?
🧑🦰 유남주 : 네
한날 : 사수분하고는 하시는 고민에 대해 얘기 나눠보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 유남주 : 얘기를 나눠봤고 이해가 안 가는 결정이 아니긴 해요. 너무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가 공수를 들여서 해결하기 보다는 예외 경우로 C/S 대응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거든요. 저도 동의하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의문이 생겼고, 이 부분은 얘기해보지 못했어요.
한날 : 합리적인 판단이군요. 사수분은 하드 스킬이나 소프트 스킬 측면에서 배울만한 좋은 분이세요?
🧑🦰 유남주 : 처음에는 그런 분이라 느꼈는데, 뭘 배우면 좋을까, 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날 : 그럼 팀이나 타 팀에서 배울만한 다른 분은 없어요? 꼭 사수가 아니더라도요.
🧑🦰 유남주 : 저희가 스쿼드 조직으로 일을 하는데, 너무 분리되어 있다보니까 제가 속한 그룹엔 저와 사수님만 계시고, 다른 동료가 없어요. 또 타 팀하고도 소통을 해보진 않았고요.
한날 : 큰 회사인데 스쿼드를 너무 작게 운영하는 게 좀 의아하긴 하네요. 다른 팀도 비슷한 상황일테고요.
🧑🦰 유남주 : 그렇죠.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하고, 기술적으로 다소 다른 게 있긴 하지만 상황과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날 : 그럼 하던 일 안에서 기술적으로 R&D를 한다거나 시도해볼 분위기는 아니에요?
🧑🦰 유남주 : 여러 논의를 나누고나서 내린 결론은 “할 수 있으면 해. 근데 일정은 지켜야해” 이런 분위기예요. 근데 일정이 늘 빡빡하거든요.
한날 :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리겠네요.
🧑🦰 유남주 : 그렇죠. 그러다보니 회사와 제품 측면에선 맞는 방향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제 성장 측면에선 맞는 방향인가, 하는 고민을 요즘 많이 해요.
한날 : 이런 건, 사수나 시니어분이 총대 메고 “일정은 내가 지켜낼테니 한 번 시도해보자”라고 말하며 나서주는 분위기면 좋을텐데, 그 부분이 아쉬우실 것 같아요. 사수분이 회사에 오래 다니셨어요?
🧑🦰 유남주 : 네, 팀에서 가장 오래 다닌 사람 중에 한 분이세요.
한날 : 그럼 사수님이 뭐랄까, 고인물처럼 느껴지세요? 아니면 긴 시간 안정되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데에서 오는 합리적인 판단을 주로 하시는 분처럼 느껴지세요? 오래 다니면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해서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판단을 내리실 수 있는 분이냐는 거예요.
🧑🦰 유남주 : 후자라고 생각하는데, 이 분이 독특한 게 아니라 회사 전체 분위기가 그래요.
한날 : 제 우려와 달리 다행이네요.
코치이자 사수, 아버지
한날 : 유남주님은 현 회사에 입사하기 전엔 어떤 식으로 학습하셨어요? 어떤 분야, 주제이든 상관 없이요. 학습 체계가 어떠한지 궁금하네요.
🧑🦰 유남주 : 원리부터 알아가느냐, 써보면서 알아가느냐, 라고 구분했을 때 저는 딱 중도파인 것 같아요. 웹 프레임워크를 학습한다고 예를 들면, 처음엔 API를 어떻게 만드는지 이런 걸 들여다보고 구현해보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원리를 파고 들어요.
한날 : 학습 목표는 어떤 식으로 세우시나요?
🧑🦰 유남주 : 방금 든 프레임워크를 예를 이어가자면, 무조건 앱을 만들어서 내보내겠다, 사람들 모아서 해보자, 이런 식으로 세우고요. 간단한 건 스터디 정도 만들어서 완주를 목표로 해요.
한날 : 그럼 학습에 대해 만족하신다면 어떠 기준으로 만족하세요?
🧑🦰 유남주 : 제가 학습하고나면 결과물이 있어요. 다 읽은 책 같은 거요.
한날 : 그럼 만족하지 못하는 건 책을 다 보지 못하는 경우인가요? 아니면 만족감을 떨어뜨리는 다른 요소가 있는 건가요?
🧑🦰 유남주 : 보통은 그런 경우 같아요. 다 못 읽어서 완성이 안 됐다는 느낌이 들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한날 : 그렇군요. 그럼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을 하면서 만족하는 경우는 얼마나 돼요?
🧑🦰 유남주 : 회사 다니기 전엔 거의 다 이뤘어요. 근데 회사 다니면서는 일이 많아 바빠서 많이 이루지 못했어요.
한날 : 일이 많아 바쁜 게, 회사 안에서 다른 동료들하고 스터디 같은 활동을 함께 하기 버거운 정도예요? 입사할 때부터?
🧑🦰 유남주 : 네, 거의 입사할 때쯤부터 였던 것 같아요. 온보딩을 많이 못했어요. 원래 온보딩 기간을 한 달이 주어지는데, 그 마저도 스쿼드 안에서 일주일이면 된다고 줄여서 일주일 만에 업무를 받기 시작했어요.
한날 : 안타깝네요. 아까 취업 준비할 땐 대부분 목표를 달성해서 만족하셨다는 게 놀라운데, 유남주님만의 비법이 있어요?
🧑🦰 유남주 : 뭔가 목표를 세울 때 동기 같은 게 있잖아요. 내가 이걸 왜 시작하는지, 뭘 이루고 싶은지. 저는 그걸 어딘가에 적어두는 편이에요.
한날 : 왜 그렇게 하시게 된 거예요?
🧑🦰 유남주 : 왜냐하면 써두지 않으면 자꾸 희석되어 놓치더라고요. 끝까지 하지 못하는 건 “이거 왜 해야 되지?”로 시작되는 질문에 결론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방지하기 위해 적게 됐어요.
한날 : 언제부터 그렇게 행동하신 거예요?
🧑🦰 유남주 :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아요. 거의 작년 말?
한날 : 그럼 어디서 접하신 거예요?
🧑🦰 유남주 :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알고는 있었는데, 시도해본 걱 작년 말이 처음이었어요.
한날 : 아버님 조언의 실 효과를 보신 거군요.
🧑🦰 유남주 : 제겐 다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한날 : 아버님하고는 그런 얘기도 자주 나누고, 아버님께서 사수같은 역할도 해주세요?
🧑🦰 유남주 : 뭐랄까, 사수 이상으로, 큰 그림을 그려주시는 시니어 느낌?
한날 : 아하, 좋으시겠어요. 근데 회사 일이 왜 그렇게 쳐내기 바쁠 정도로 바쁜 거예요? 개발팀 인력이 부족한 거예요?
🧑🦰 유남주 : 그게 진짜 이유 같아요.
한날 : 아니, 회사가 돈도 잘 벌 것 같은데, 사람을 채용 안 해요?
🧑🦰 유남주 : 채용 기준이 높아요. 그래서 수습 단계에서 탈락하는 수가 생각보다 많아요. 개발팀 내부에서 밀도를 높게 가져가려 해요.
한날 : 그런 점에서 채용이 안 되고 있는 거군요. 유남주님 대단하다! 근데 그렇게 가려면 일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야 성립되는 건데, 현실은 쳐내기 바쁜 거면 고민이 많이 필요해보이네요. DX(Developer eXperience)에 투자한다든가.
🧑🦰 유남주 : 그러네요.
상황적 고립
한날 : 유남주님의 마음, 입장 상태는 정확히 어떠한가요?
🧑🦰 유남주 : 저는 그... 확신을 얻고 싶어요.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 좋게 봐줄까? 라는 것에 의문이 있어요. 요즘 개발자들의 커리어를 보면 되게 기술적으로 깊어진 것 같아요. MSA(Micro Service Architecture)나 DDD(Data-Driven Development) 같은 걸 한다든자. 그에 비해 저는 회사에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니 이게 제게 경쟁력이 있는 게 맞나? 라는 의문이 너무 들고, 그래서 제 고민과 의문에 확신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요.
한날 : 사수님이나 CTO 같은 개발 리더분들과 정기적으로 혹은 공식적으로 만나 얘기 나누는 자리가 있나요?
🧑🦰 유남주 : 개인 면담은 항상 있는데, CTO님과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사수님하고만 했던 것 같아요.
한날 : CTO님은 왜 못 보는 거예요? 너무 바빠서? 유남주님 회사 정도 규모라면 CTO님이 엔지니어보다는 관리자일 것 같긴 한데.
🧑🦰 유남주 :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아마 조만간 사수님과 가졌던 자리도 없어질 것 같아요.
한날 : 어? 그럼 안 되는데? 근무한 지 얼마나 됐어요?
🧑🦰 유남주 : 9개월 돼가네요.
한날 : 방금 말씀으로는 확신이 필요하다 정도의 입장이지만, 사수님과 자리 마저 없어지면 급진적인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아직 근무 기간 짧으니 그런 생각 마세요?
🧑🦰 유남주 : 하하, 네. 급진적인 생각... 하하.
한날 : 우선 사수님하고 개인 면담을 비롯해서 지금보다 더 자주 얘기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원하는 바를 명확히 얘기해야 해요. 가령, 확신이 필요하다는 표현은 되게 막연하고 모호해요. 해석 여지가 많아요. 제가 봤을 때 유남주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어떤 주제이든 유남주님에게 맞춰진, 유남주님을 향한 피드백이에요.
한날 :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유남주님 아버님이 좋은 시니어이자 코치 역할을 해주셔서 그래요. 아버님에게서 배우고, 효과를 보는 경험이 쌓여서 좋은 사수에 대한 심성모형이 있고, 내 사수와 맺어진 신뢰관계에 목말라 하실 것 같아요.
한날 : 애초에 그런 경험이 없었으면 모를텐데, 공교롭게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경험을 했잖아요. 좀 이상한 상황을 가정해서 예를 들자면, 유남주님 입장에서 현재 회사에서 경험하는 상황은 마치 아버님이 부재한 상황처럼 느끼실 것 같아요.
한날 : 아까 MSA를 말씀하셨는데, 유남주님은 남들이 다 MSA를 쓰니까 나도 MSA를 써보고 싶어, 그런 욕구가 아니라 우리가 MSA를 안 쓰면 왜 안 쓰는지에 대한 엔지니어로서 기술적인 얘기를 나누거나 피드백을 듣고 싶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 유남주 : 아...
한날 : 그런데 유남주님이 처한 환경은 그런 동료도 없고, 사수와도 그런 구체적인 얘기를 나눈 것 같진 않으니 회사에서 누구도 고립시키지 않는데 혼자 고립된 상태에 처한 거지요. 맞나요?
🧑🦰 유남주 :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맞아요.
한날 : 근데 취업 전엔 목표를 달성하며 성취하던 경험들이, 기대하며 입사한 회사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그나마 이룬 성취도 내가 성취한 게 맞을까? 하며 확신이 들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씩, 하지만 계속 불안감이 커진 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 유남주 : 네, 그렇게 생각해요. 맞아요.
2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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