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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
2024년 9월 28일에 열린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를 주최하고 총괄한 저, 한날은 컨퍼런스를 열어본 적이 없습니다. 주최는 커녕 운영진으로 활동해본 적도 없지요. 그런 제가 주최한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엔 다음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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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자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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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1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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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티켓 50매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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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참가 3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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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사 6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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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컨텐츠(연사자 인터뷰) 조회수 약 20만 회.
기술적으로 도전하거나 시도한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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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웹페이지 자체 제작. (결제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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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생중계 자체 스트리밍
자잘한 실수와 사고(?)는 있었지만, 행사 참가자들에게 호평을 들었으며, 특히 운영진을 칭찬하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운영진 대부분도 저처럼 컨퍼런스를 치러본 적이 없었는데도요. 어떻게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열었던 걸까요?
행사장 대관
저는 컨퍼런스를 기획하려 했지만 막막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무엇부터 기획하고 정리해나갈지도 정하지 못했지요. 큰 방향만 잡았습니다. 참가자가 주인공인 행사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택한 행사 형식은 언컨퍼런스(UnConference)였습니다. 연사자가 주인공인 컨퍼런스와 달리 언컨퍼런스는 참가자가 발제하여 발표 세션이 열리는 형식입니다. 그래서 가제로 “컨퍼런스 언컨퍼런스”라 행사명을 지었고,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죠.
행사 방향을 정했지만 여전히 뭘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일단 소셜 매체에 컨퍼런스를 열겠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열 몇 명이 관심을 갖고 푸딩캠프 디스코드 서버인 푸딩까페에 와주셨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 멘티가 PyLadies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PyLadies는 매달 세미나를 연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자 장소부터 대관할 것을 조언해주었습니다. 장소를 대관할 곳으로 마루 180을 떠올렸고, 추석 연휴를 갓 지난 9월 28일에 대관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120석 홀을 대관하고 싶었지만, 그 정도 인원이 오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공간 두 개를 대관했지요.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120석 홀을 빌리지 않아 아쉽네요.
운영진 모집과 운영
장소를 대관하면서 자연스레 일시도 확정했습니다. 멘티의 조언대로 장소를 확정하자 해야할 일이 조금씩 보이면서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죠. 이제 본격적으로 계획할 차례. 청중도 참가한다는 큰 방향을 받쳐줄 세 가지 신조(모토)를 먼저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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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자를 최대한 밝게 빛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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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사를 최대한 집요하게 오래 자주 많이 노출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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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이 재밌고 즐겁우며 건강하게 운영하는 것보다 중요한 운영 활동은 없다.
장소와 일시를 정한 것밖에 없으면서 뜬금없이 웬 모토를 선언하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모토는 세부사항을 결정해야 할 때 방향을 제시하고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더욱이 운영진은 온라인 상에서 비동기로 소통하므로 제 의사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운영진이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효율이 좋은데, 그러려면 저르 대신해줄 기준이 필요합니다.
운영진은 온라인에서 모집했습니다. 제가 운영진으로 동원할 수 있는 지인은 운영진 모집이 도저히 안 될 때 접촉하기로 했고요. 서너 명 정도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운영자 지원자는 최종 16인이었고, 1주일로 계획한 모집 일정은 이틀만에 종료했습니다. 운영진 중에는 예상 못한 지인도 있었습니다. 지인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빠르게 제게 필요한 도움을 파악해 일 처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활약해주었습니다. 0부터 라포를 형성해야 하는 것과 라포가 이미 형성된 것엔 협업 속도와 질에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지인이 참여해주었던 거지요.
행사에 필요한 업무, 역할을 분류하고, 운영자 오리엔테이션에서 1차로 담당을 스스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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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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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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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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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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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발제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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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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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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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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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하지만, 역할을 정했다고 해서 일이 저절로 흘러가진 않습니다. 제가 총괄(director)이라는 직책을 맡았지만 제대로 총괄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또 운이 작용합니다. 사전 답사를 하려 마루측에 연락했습니다. 저는 행사 며칠 전에 사전 답사를 하려 했는데, 마루측 담당자는 딱히 시설을 둘러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게 아니므로 대관하듯이 시간과 공간을 빌려야 하고, 언제 시간이 빌지 모르니 최대한 빠른 날짜에 사전답사일을 잡으라는 핀잔을 들었던 거지요. 그래서 운영진 오리엔테이션한 다음 날에 사전 답사를 하였습니다. 이게 왜 운이 좋은 것이냐면 사전답사를 하자 최소한 무엇을 해야할지 파악했기 때문이지요. 공간과 동선, 마이크나 카메라 등 제약 사항과 가능한 사항을 파악했고, 파악한 것을 해결하는 것부터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게다가 오리엔테이션 직후여서 운영자 활동에 참가 의지가 높을 시기였어요.
사전답사한 운영자끼리 담당 역할을 기반으로 할 일을 정리했습니다.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땐 세 가지 모토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판단했고요. 예를 들어, 영상 촬영할 장비를 논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운영자의 지인은 공간이 작으므로 성능 좋은 웹캠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주었지만, 저는 모토 1항, “연사자를 최대한 밝게 빛내자”에 입각하여 4K 캠으로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의사 결정 순간에 저는 모토에 비추어 판단하고 결정했습니다.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자 하는 여러분. 장소 대관을 하면 사전 답사를 꼭, 기회와 여력이 된다면 여러 차례 하세요. 리허설도 꼭 하시고요.
웹사이트 제작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는 행사를 열고 신청 받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했습니다. 운영진 중 한 명이 행사 웹페이지를 만들고 싶어했는데, 결제 기능을 연동한 행사 웹사이트를 개발해 포트폴리오로 삼고 싶어했기 때문이죠. 여기에 백엔드 직군인 다른 운영자도 동참하여 웹사이트 제작팀이 결성되었습니다. 맛있는 돈까스를 먹으면서 말이죠.
굳이 바퀴를 재발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 질문엔 모토 3항인 “운영진이 재밌고 즐겁우며 건강하게 운영하는 것보다 중요한 운영 활동은 없다”로 의사결정했습니다. 여유있게 운영진을 모집했기 때문에, 행사 웹사이트를 제작한다는 계획 외 활동이 추가되어도 별 지장은 없었습니다. 운영진을 여유있게 모집한 이유는 운영진도 강연을 듣고 연사자와 네트워킹 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운영진에게 줄 수 있는 건, 뿌듯함, 성취감, 보람찬 기분, 즐겁고 재밌는 준비 과정, 강연 듣기, 연사자와 네트워킹하기, 좋은 추억 만드는 것이었고, 가능하면 모두 이루고 싶었습니다. 물론 계획보다 많은 현금 후원을 받으면 수고비를 주고 싶었지만, 후원은 제 통제 밖에 있는 불확실성인 것에 반해 제가 주고자 하는 건 비교적 현실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운영진을 여유롭게 모집하고, 운영진이 일을 재밌게 하는 방법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행사 웹사이트는 프론트엔드는 리액트를 사용하고, 백엔드는 익스프레스로 개발했습니다. 결제는 푸딩캠프 웹사이트에 있는 기능을 사용했는데, 푸딩캠프 웹사이트에 구현된 결제 기능은 로그인하지 않은 사람이 행사 티켓을 결제하는 상황을 고려하고 만든 게 아니라서 저는 결제 기능을 재구현하기로 했습니다. 결제자에게 E-mail과 SMS를 발송하는 기능은 한 발 늦게 웹사이트 제작팀에 참여한 운영자가 맡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웹사이트 디자인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운영진 중에 디자이너가 있어 웹사이트 제작을 위한 풀스택팀이 결성되었습니다.
목표 출시일이 다가오자 웹사이트 제작팀은 부담과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문제가 생겨서 감당할 수 없더라도 나 혼자 하루 이틀이면 만들 수 있으니 부담갖지 말라고 잘난 척 했습니다. 푸딩캠프를 만들며 구축해온 FastAPI 기반의 자체 웹프레임워크가 꽤 자리 잡았기 때문에 실제로 디자인만 있으면 행사 웹페이지는 하루 이틀이면 만들 수 있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 진심으로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웹사이트 제작팀은 개발 막판에 몰려있는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냈습니다. 개발 과정, 특히 결제 연동엔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예정보다 며칠 늦었지만 결국 출시했습니다. 제가 구현한 결제 기능에 자잘한 문제가 발견된 걸 제외하면 행사 웹사이트는 안정되게 운영되었습니다.
뱃지 제작
운영진 모집하기 직전에 저는 두 종류 뱃지를 제작 의뢰했습니다. 하나는 연사자에게 증정하고, 다른 하나는 운영진에게 증정하는 거죠.
컨퍼런스에서 몇 번 발표를 하고, 연사자에게 증정하는 증정품을 여러 가지 받아봤는데, 저는 색다른 증정품을 주고 싶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실제로 사용한는 그런 증정품을 고민했지요. 그래서 떠올린 것이 뱃지였습니다. 행사 당일에 한 번은 착용할 거라 기대한 거죠.
꽤 귀엽고 예쁠 거라 예상하며 결제하는데,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적자를 보게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지요. 그리고 생각보다 컸습니다. 엄지 손톱 크기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네 배는 컸습니다.
저는 만족합니다. 연사자 한 분 한 분에게 뱃지를 드리고, 운영자 한 분 한 분에게 손수 뱃지를 드렸습니다. 운영진 모두 뱃지를 착용했고, 연사자 중에서도 뱃지를 달고 발표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저 역시 운영자 뱃지를 달고 행사 현장을 돌아다녔고요. 처음엔 생각보다 커서 귀엽다는 생각이 덜 들었는데, 실제로 착용하자 귀여운 존재감이 확연했고, 뱃지가 탐난다는 덕담을 들어 뿌듯했습니다.
검정색은 연사자용, 흰색은 운영진용입니다. 아직 많이 남았고요. 앞으로 있을 행사를 하나 둘씩 소화하여 뱃지를 모두 소진하고 또 제작하면 좋겠습니다.
팀 결성
제가 행사 전체 총괄이라면 행사 준비와 운영을 총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전에 저와 제품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적이 있는 지인인데, 저는 극단적인 발산형 사고 방식이라면 그는 저와 정반대로 수렴형 사고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제가 일정 안에, 또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정 안에 프로젝트를 출시할 수 있었던 건, 생각을 발산하며 우주로 날아가려는 저를 붙들어 땅에 붙여세우고, 제 생각을 수렴하여 일을 진행시킨 그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반 농담조로 말하곤 합니다. 그는 그런 절 잘 알기에 제가 발산하고자 하는 방향과 도착지를 인터뷰해 파악한 후 조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바로 팀을 결성한 것이지요.
그는 현장지원팀, 현장준비팀, 웹사이트 제작팀, 방송팀을 결성하였습니다. 팀을 결성했다는 얘기는 팀의 리더가 있다는 뜻이지요. 점 조직같던 운영진을 조직하자 제가 원하던 모습, 즉 역할 담당자들이 역할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고민하고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팀은 리더가 뒤늦게 선출됐는데, 그동안 다른 팀과 비교해 확연히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각 팀은 알아서 일을 진행했고, 결제와 같은 일에 대해서는 제가 승인하거나 결재하였습니다. 웹사이트 제작팀은 준비 기간 초반부터 바빴고, 현장 준비팀과 지원팀은 행사일에 가까워지자 바빠졌습니다.
그렇게 잘 진행되는 듯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각 팀이 팀 별 역할에 충실해 일을 진행하는 건 좋았는데, 다른 팀에 의존성이 걸리는 일이 하나 둘 생기자 차질이 생겼습니다. 제가 연사자 인터뷰 컨텐츠 만들고 결제 기능 구현을 다듬고, 후원사 섭외하느라 잦은 밤샘과 철야로 바쁘게 보냈고, 그러다보니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챙기지 못한 탓입니다. 운영자 간 활동 시간대가 달라 일이 제대로 동기화되지 않기도 했지요.
아! 근데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런 상황이라는 걸 운영자들이 파악하자 팀 간 소통과 동기화를 자발적으로 해서 해소했기 때문이죠. 자발적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이유는 이들이 소통하고 동기화하는 시간대는 늦은 밤이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미안해서 시킬 엄두도 못내는 시간대에 말이에요.
연사자 섭외
연사자는 한 분을 제외하면 모두 지인입니다. 애초에 지인을 섭외하려 했다기보다는, 연사자 섭외 계획에 부합하는 이들이 지인이었어요. 가령, 김태희 (탐정토끼)님은 지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섭외 기간 중 초반에 연사자 참가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계획으로 연사진을 구성했을까요? 당연하게도 가장 큰 기준은 학습과 성장이라는 주제에 관한 경험담(스토리)을 갖고 계신가, 입니다. 연사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학습 방법, 성장 과정과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학습과 성장”은 건조한 인상과 달리 발화자의 사적인 영역에서부터 이야기가 나오는 주제이자 소재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꺼내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을 연사자로 섭외하려 했습니다. 자연스레 지인 위주로 섭외하게 된 거지요. 또한 그렇기 때문에 연사자 인터뷰 컨텐츠를 만들 수 있었고요.
또 다른 고려 사항은 성 비율입니다. 이번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 2024는 남성과 여성이 3:3입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섭외한 결과입니다. 아무래도 남성 지인이 많기 때문에 섭외 후보로 남성이 더 많았는데, 남성 연사자 3인을 섭외한 이후 더이상 섭외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냐 하면 부정하진 못합니다. 저 자신이 두 딸의 아버지이기에 정치적 중립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섭외한 여성 연서자들이 좋은 컨텐츠로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가졌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기도 했고요. 실제로 모든 연사자분들이 좋은 반응을 받았으니 설혹 정치적인 이유로 성비를 맞췄다고 하더라도 좋은 판단이라고 봅니다.
인터뷰 컨텐츠
꽤 주목 받았던 연사자를 인터뷰해 만드는 컨텐츠는 계획하지 않은 일입니다. 정확하게는 일정에 산정한 일은 아닙니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인데, 연사자들에게 자꾸 이것 저것 하자고 연락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서 일정에 넣지 않았지요.
연사자 인터뷰 컨텐츠를 만들려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우선 연사자를 빛내자는 모토 1항에 근거합니다. 연사자가 발표할 주제가 아니라 그 주제를 발표하는 연사자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컨텐츠로 다루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연사자가 자기 자랑하게끔 질문하고, 자랑하면 더 자랑하도록 질문을 설계했습니다.
누구나 자기 얘기를 할 때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걸 부담스러워 할 순 있지만, 자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건, 전문 지식이나 타인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보다는 대부분 편안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난 당신이 궁금해죽겠다. 내게 자랑거리 좀 들려다오”라는 마음가짐으로 인터뷰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발표에서 연사자가 발표 주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발표를 하다보면 내 주장이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발표자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발표에 담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이 꽤 깁니다. 5분에서 10여 분을 발표자 자신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 씁니다. 게다가 자기 소개는 발표 극초반에 하므로 온전히 들어가는 데 반해, 발표의 결론부라 할 수 있는 뒷부분은 시간에 쫓겨 흐지부지 마무리 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발표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인터뷰 컨텐츠가 필요했습니다. 소개만 하면 사람들이 흥미를 갖지 못하니 재미와 흥미를 끄는 컨텐츠를 기획했고, 연사자와 독자가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인터뷰 형식을 따랐습니다. 실제로 서지연(치즈) 연사자는 자신에 대한 소개는 인터뷰 컨텐츠를 참고해달라고 하고 빠르게 발표 내용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 생애 첫 인터뷰는 잘 마무리되었고, 도합 20여 만 회 조회수를 달성했습니다. 어떤 연사자의 인터뷰 컨텐츠는 컨퍼런스 참가 신청을 이끌었고, 어떤 연사자의 인터뷰 컨텐츠는 웹사이트 노출, 즉 조회수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꼭 해야할 행사 준비 활동인가 하면 그렇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우선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려서 1시간 인터뷰하면 10~14시간 동안 작성하고 편집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컨텐츠를 만들어서 호응이 좋으면 다행인데, 성과가 안좋으면 들인 노력 대비 얻는 것이 너무도 적습니다.
후원
어떻게 후원을 받았는지 궁금한 분이 계실텐데, 83%는 인맥입니다. 크라이치즈버거는 푸딩캠프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걸로 추정되는 분께서 연결해주신 경우이며, 나머지는 제가 인맥을 활용하여 연결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더욱 더 저는 모토 2항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신용의 빚을 졌고, 빨리 부채를 상환하여 더 큰 부채를 지고자 합니다. 😅
행사 중
방송 시행착오
방송 생중계는 디스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계획 원안이었습니다. 그러다 인원 수가 제한되어 적은 수만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걸 파악하여 유튜브로 선회했지요. 최종적으로 자체 송출로 결정했습니다. 다소 도전적인 결정, 특히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불을 끄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되긴 했지만, 방송팀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왜냐하면 모토 3항 때문이죠. Cloudflare의 솔루션을 활용해 자체 송출했는데, 기술 테스트에선 겪지 않은 여러 문제를 행사에서 겪어서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체 제작한 행사 웹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방송을 생중계한 점은 정말 멋지고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 일이지만, 참가자에게 쾌적한 강연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여 죄송스런 마음이 가득합니다.
음향 문제가 무엇보다 뼈저린데, 연사자가 발표에 몰입하다보니 마이크를 녹음하기 안좋게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고, 음향 녹음 자체에도 몇 몇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저 자신이 컨퍼런스에서 음향 문제를 여러 차례 겪었으면서도 음향 환경에 낙관하여 문제가 발생한 점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행사를 준비하면서 늘어가는 적자로 마음이 다소 위축되어 더 과감히 투자하지 못한 게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트닝 토크
청중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헤매지 않도록 앞에서는 진행 담당 운영자가 진행으로 안내하고, 현장지원 운영자가 돌아다니면서 청중을 지원하였습니다. 진행자의 경우 행사 당일 새벽까지도 진행 카드를 다듬고 숙지하였으며, 연사자 인터뷰 컨텐츠를 읽으며 만나본 적 없는 연사자와 내적 친밀도를 높이려 노력하기도 했지요.
다른 운영 활동은 무난했고 큰 걱정을 하지 않은 것에 반해, 라이트닝 토크 세션에 대해서는 행사 전부터 우려가 많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언컨퍼런스 형식이지만, 많은 이에게 생소한 형식인데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청자가 20~30명 앞에서 발표 장표도 없이 발표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수렴하여 언컨퍼런스 계획은 취소했습니다. 대신 현장에서 발제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이야기를 나누는 라이트닝 토크 형식을 채택했지요. 운영진 중 일부는 라이트닝 토크도 비중을 줄이자는 의견을 냈지만, 이번 행사의 시작점엔 청중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으므로 라이트닝 토크를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의지가 충만하다고 현실적인 우려가 저절로 사라지진 않지요. 책상 배치를 바꿔야 한다는 점, 청중이 발제하지 않을 가능성, 공간이 협소한 탓에 너무 시끄러워 진행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점 등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예상 문제가 산적해 있었습니다. 행사장 천장이 높지 않다는 걸 뒤늦게 파악하고서는 탄식을 했었지요.
결과적으로 라이트닝 토크는 잘 치렀습니다. 행사 시간 관리에 차질이 생겨 라이트닝 토크 세션을 하나만 운영한 점이 아쉬울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라이트닝 토크를 처음 경험해본 지인 몇 명은 라이트닝 토크를 마친 후 발그레 상기된 표정으로 내년에도 컨퍼런스를 꼭 열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컨퍼런스를 또 열려면 다른 컨퍼런스에 연사자 지원이 탈락해야 한다는 덕담과 함께 말이지요. 시간을 넘겼는데도 세션을 마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집중해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며 무심코 내년 컨퍼런스에서도 라이트닝 토크 같이 해요! 라고 외칠 뻔 했습니다.
후원품
후원품인 현물은 입장할 때 증정하고, 책 32권은 연사자 당 2권씩 질문자에게 증정하도록 하고, 라이트닝 토크 발제자에게도 한 권씩 증정하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참가자 상황에 맞춰 책을 선별해 후원해주신 덕에 골고루 청중에게 증정되었습니다. 또한, 크라이치즈버거에서 후원해준 핫도그는 출출한 시간대인 16시 경에 지급되어 청중에게서 호평을 받았고요. 크라이치즈버거에서 케이터링을 해준 덕에 뒷마무리까지 해주었습니다.
책 구성과 핫도그 등 후원 물품에 대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연사자와 네트워킹
컨퍼런스에서 본전을 뽑으려면 강연을 듣는 것보다는 연사자와 네트워킹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비공개 세션이 열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행사 후에 다시보기로 제공되고, 다시보기로 보는 편이 학습 편의성이 좋지요. 하지만 컨퍼런스 현장이 아니면 대개는 연사자와 네트워킹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다들 바쁘니까요. 그 바쁜 연사자들을 한 날 한 시에 모아놓았으니 저렴한 참가비로 네트워킹하는 좋은 기회지요. 그래서 저는 멘토링하는 멘티에게 컨퍼런스에 가거든 강연을 듣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반드시 연사자와 인사라도 하라고 강력히 권합니다.
연사자라고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에요. 자신의 강연을 집중해서 들은 청자가 인사를 건네면 좋은 인상이 남습니다. 좀처럼 사람 기억 못하는 저조차도 2년 전 컨퍼런스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눈 청자를 만나자 기억을 해낼 정도지요. 이는 뇌과학 측면에서 당연한 현상인데,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데 관여하는 해마는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체에 딱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 그것도 좋은 감정이 일어나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강연을 집중해서 듣고, 발표가 끝나면 가장 먼저 다가가 감사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소개하고 미리 준비한 좋은 질문을 해보세요. 그렇게 연사자의 기억에 나를 각인시키는 것으로 컨퍼런스 참가비는 뽑고도 남는 거예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잘 실천하지 못해요. 공식적인 네트워킹 시간을 배정한 우리 컨퍼런스에서도 연사자들은 대체로 한가했습니다. 무척 아쉬웠어요. 저는 연사자가 떠나지 않게 조금이라도 붙들려고 말 걸고 다니고 네트워킹 세션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달라 했는데, 정작 연사자와 인연을 맺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 말이죠.
발표 현장
발표 세션을 두 개 트랙으로 진행한 건 저의 과욕이었습니다. 학습과 성장 컨퍼런스는 두 개 홀에서 동시에 진행됐는데, 이 말은 운영진도, 장비도 두 배라는 걸 뜻하며, 복잡도는 두 배 이상입니다.
먼저 장비 대여비가 두 배가 되었습니다. 모토 1항에 의거하여 4K 장비를 두 배씩 대여했고 적자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예외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두 배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한 쪽 홀에선 문제 없는데, 다른 한 쪽 홀에선 음향 문제가 발생한다든가, 한 쪽 홀의 생중계는 문제 없는데, 다른 쪽 생중계는 오류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지요. 조금씩 시간차가 발생하는 세션 시간도 까다로운 변수였습니다. 어느 한 쪽에서 시간 지연이 일어나면 다른 쪽 홀은 그에 맞춰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이는 혼잡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밀리다 라이트닝 토크 세션 하나를 취소한 거거든요.
또한 운영진도 두 배가 필요했는데, 홀마다 끝나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운영진이 움직이는 시간대도 서로 어긋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운영진에겐 좋은 상황이었는데, 한 번에 몰려서 모두가 정신 없는 게 아니라 마치 각개격파 하듯 대응하면 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여유로웠습니다. 뜻하지 않게 모토 3항을 지킨 셈이지요. 운영진에게 눈치껏, 하지만 적극적으로 강연도 듣고 연사자와 네트워킹을 하라고 했는데, 실제로 강연을 들으며 여유롭게 운영 업무를 봤다는 운영진의 이야기를 들어서 무척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행사 후
행사를 무사히 마쳤고, 즐겁게 뒷풀이를 했습니다. 행사일에 처음 만난 운영진도 있었고, 현장 답사 등으로 몇 차례 만나본 운영진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이번 행사로 처음 만난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컨퍼런스 운영이라는 실행안과 목표로 함께 움직여서 그런지 친근하고 익숙한 사이 같았어요. 뒷풀이를 끝으로 행사를 공식 종료했고, 운영진은 해산했습니다. 비공식 일정으로 원하는 사람만 모이는 회고 자리를 가질 거고요.
한날이 뭔가 하니 재밌어 보여서, 한날이 뭔가 하는데 아무도 운영자 지원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웬지 재밌어 보여서, 컨퍼런스 운영진 해보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운영진이 모였습니다. 각자 작은 무리를 짓더니 목표점을 향해 방향을 조정했고, 마침내 한 점에 모여 행사를 치렀습니다. 저는 판을 열고 어떻게 그 판 위에서 움직일지 정하고, 판을 옮겨다 놓을 곳을 가리켰습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저와 함께 판을 옮겼고 그 판 위에서 여러 사람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점이 가슴 벅찹니다.
아직 판을 걷지 않습니다. 저는 그 판에 남아 새로운 놀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사자 발표로 두어 가지 컨텐츠를 기획하고, 이 글처럼 행사와 관련된 컨텐츠를 더 만들 거고요. 모두가 만든 이 판을 더 아끼고 소중히, 알뜰살뜰하게 활용하려 합니다. 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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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자를 최대한 밝게 빛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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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사를 최대한 집요하게 오래 자주 많이 노출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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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이 재밌고 즐겁우며 건강하게 운영하는 것보다 중요한 운영 활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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