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왔던 그대로 다시 하고 있을 뿐
기고 : 콴
우리는 왜 MVP(최소 기능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 때마다 뭔가를 넣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을까. 내 마음속의 MVP에는 왜 이런 것과 저런 것이 모두 포함되어야 했을까.
이것이 있으면 더 잘 될 것이고, 이것을 넣으면 더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며, 소비자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와 같다고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제 결론은 단 한 가지입니다.
“우리는 늘 일해왔던 그대로 일하기 때문”
과거 경험의 복제와 그 한계
우리는 이전 프로젝트나 회사, 경험에서 습득하고 만들어온 것을 이번에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하는지’ 고민하기 전에 기획을 세우고, 화면 정의서를 작성하며 스크린샷을 준비합니다. 화면 간의 화살표를 연결하며 다음 장으로 진행합니다.
2,000년 전후로 '로마인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시리즈가 대유행했습니다. 당시 재미로 읽었지만, 비평 외에 기억에 남는 점은 없었습니다. 단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로마가 중보병을 주력 부대로 운영하며 기병 중심의 적군에게 고전할 때 덧붙인 한 마디입니다.
우리가 경험을 쌓았다면 그것은 체화됩니다. 그러나 환경(제품, 시장, 프로젝트)은 계속 변화하며, 현재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만약 기존 경험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다음 단계에서 이를 그대로 반복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지의 문제에 직면할 때 기존 방식만 반복한다면, 이는 기능공 수준에 머물어 문제 해결을 주업으로 하는 PM들이 접근할 수 있는 산업이나 분야, 단계가 제한될 것입니다.
성공한 경험이 내재되어 있다면, 이는 개인에게 자산이 되지만 한계와 제약도 될 수 있습니다. 성공한 경험은 유연하게 확장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바꾸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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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 경험과 경직된 방법론의 문제
결과에만 집중하는 목적의식 아래, 특정 상황에서 효과적이었던 접근법이 있다면 이후에는 정해진 결론에 도달하는 ‘맵핵’ 케이스나, 예상치 못한 허들을 만나면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같은 방법을 재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한두 번 문제가 발생해도 대세에 영향은 없겠지만,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다른 옵션을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새로운 포지션을 채용하는 JD(직무 기술서)에는 ‘무엇무엇을 경험한 분’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기업의 포지션은 목적 대상을 위한 경우가 많으며, 내부에 해당 경험이 없거나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해와 경험으로 빠른 온보딩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JD의 요건은 때때로 인더스트리 경험은 있으나, 방법론 측면에서는 경직된 레거시를 따르게 합니다. 특정 부문에 경험은 있지만, 문제 해결에는 하나의 경직된 방법만을 경험해 내재화했다면, 동일 인더스트리에서도 다양한 문제에 직면할 때 문제 정의부터 유연하게 시작하기보다 내재된 “한 번 먹혔던” 방법론을 무비판적으로 반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인더스트리 경험을 구매해 시간을 단축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르게 고착된 방법론들이 축적되고, 덜 유연한 쪽으로 흡수되어 결국 구성원들이 최적화한 방법론이 남게 됩니다. 그 결과, MVP를 빠르게 배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의 MVP는 해온 대로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유연성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이전 편 '가장 싸게 실패하는 방법'를 1편으로, 후속 글에서 MVP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우리 PM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필자도 해온 대로, 성공했다고 경험한 방식대로 일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언젠가는, 혹은 이미 제 방식이 고착화된 구닥다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아직은 여러 기업 사례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역이라 생각하며, 전체 프로세스 도입 후 구성원들이 계속 변경·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프로덕트 프로세스를 코칭하고 있습니다.
혹시 제 코칭을 받으며 “야, 너도? 이미?”라는 생각이 든다면, 커피챗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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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 코치
대표파트너, PMF파트너스.
게임회사의 신사업기획에서부터 창업, 이후 삼성페이 Product Manager로 제품을 산출하면서 PM으로서 성장해왔습니다. 이후에도 뱅크샐러드, 야놀자에서 Product Owner / Project Management Office로 제품개발과정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Product Market Fit을 중심으로 보는 초기투자(PMF인베스트먼트 개인투자조합)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