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은 책상 앞에서 지식을 익히는 활동이고, 운동은 몸을 단련하는 과정이라 보는 이가 많습니다. 이 둘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뇌과학과 인지심리학, 운동학 분야 연구에 따르면 이 둘은 상호 보완 관계입니다. 운동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개선해 학습 능력을 높이고, 학습은 운동 기술을 더 빠르게 익히도록 돕지요.
특히 해마(hippocampus)와 같은 뇌 부위가 운동으로 인해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활발해지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상승합니다. 운동선수나 동호인은 운동학적 원리와 이론을 미리 학습하고 피드백을 분석할 때 효율적으로 기술을 익힐 수 있지요. 이렇듯 학습과 운동은 서로를 발전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운동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과 학습이 운동에 주는 영향을 살펴본 뒤, 두 활동을 일상에서 어떻게 결합하면 좋은지 알아보겠습니다.
운동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운동은 뇌 부위 중 해마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긍정적 자극을 줍니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전전두엽은 계획과 판단, 실행 같은 고차원적 인지를 담당하죠. 걷기나 달리기 같은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해마 부피가 늘고 시냅스 연결이 촘촘해져서정보를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서서히 좋아집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2011년 캘리포니아대학). 운동을 하면 전전두엽에 산소와 영양소가 더 공급되기도 해서 복잡한 과제를 처리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신경전달물질 분비도 운동으로 달라집니다. 예컨대 도파민이 늘면 학습을 지속하고 싶어지는 동기가 생기고, 세로토닌이 분비되면 정서가 안정되어 집중력이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의 증가는 뇌를 각성시켜 민첩하게 정보를 처리할 준비를 갖추게 합니다. 시간 압박하는 타이머가 각성 효과를 내는 바로 그 노르에피네프린이요. 그래서 운동 직후 학습에 몰입하면 이해력, 집중력, 암기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사례들이 보고됩니다.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뇌 산소 공급량이 늘어나면, 학습 효율에 중요한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원활해집니다. 단기적으로 집중력이 오르고, 창의적 사고가 필요할 때 사고 흐름이 트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뇌피질, 운동피질, 전전두엽이 상호 작용하면서 학습 내용이 다각도로 연결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학습이 운동에 미치는 영향
운동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는 여러 인지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정 동작을 타이밍에 맞춰 반복하고 피드백을 받아 자세를 고치는 과정을 절차적 학습(Procedural Learning)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테니스 서브나 골프 스윙 같은 기술은 이 과정을 거듭하면서 자동화 단계에 도달합니다. 이때 이론으로 동작 원리를 이해해 두거나, 코치의 피드백을 학습한 뒤 시도하면 기술을 더 효과적으로 익히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일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책 중 “테니스 이너 게임”이 있지요.
축구나 농구처럼 실전에서 순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종목도 무의식적 습득이 주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학습해두면 체득 과정이 빨라집니다. 이런 지식을 다른 운동에 옮겨 쓰는 전이(Transfer) 현상도 주목할 만합니다. 예컨대 골프 스윙에서 배운 체중 이동 원리가 야구나 테니스 스윙에도 적용되는 식이고, 이미 익힌 정보를 새로운 분야에 접목해 습득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경기를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고 프로 선수 폼을 연구해 자기 동작에 적용하는 과정도 학습과 운동을 결합한 대표적 예시입니다. 일명 상상 훈련(image training)이라고도 하는 멘탈 리허설(mental rehearsal)을 통해 뇌가 실전과 같은 신경 경로를 준비해두면서 습득 효율이 상승합니다. 농구에서 패스 동선을 미리 시나리오로 상상해두면 실제 경기에서 판단이 빨라진다는 사례도 같은 맥락입니다.
구체적 실천 전략
운동과 학습을 함께 적용하려면, 먼저 학습 전 15~20분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뇌를 각성 상태에 둡니다. 걸으며 주변 환경을 살피는 간단한 행동이지만, 막연한 멍함을 해소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대개는 준비 운동이 이 역할을 하지요. 시험을 앞둔 학생이라면 아침 조깅 뒤 주요 개념을 복습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고, IT업계 종사자라면 집중이 필요한 코딩이나 기획 작업 전 짧게 산책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운동 직후에는 뇌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상승해 집중력이 좋아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때 방금 학습한 내용을 복습하면 기억 형성에 유리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공부와 운동을 나눠 번갈아 배치하면, 지루함을 덜고 장기기억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어휘 암기나 개념 확인처럼 난이도가 낮은 학습은 실내 자전거나 러닝머신 위에서 오디오북을 듣는 방식으로 병행 가능하지만, 논문 작성 등 심도 있는 작업이라면 별도의 시간을 내는 편이 낫습니다. 운동 기술을 익힐 때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사전에 기초 이론을 읽거나 영상 분석으로 동작 원리를 파악하면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됩니다.
직군이나 상황별로 적용 방법은 다양합니다. IT업계 종사자는 점심에 가벼운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바로 핵심 업무를 구상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시험 준비 중인 학생은 아침 달리기 뒤 국어, 영어 지문을 복습한 다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동호인은 연습 전 프로 선수 경기 영상을 보고, 훈련 뒤 자기 영상을 촬영해 개선 포인트를 점검해보면 좋습니다.
이번에도 등장하는 슬램덩크 장면.
단, 운동과 학습을 무리하게 병행하면 피로가 쌓이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몸 상태가 이미 과로 상태라면 집중도 떨어지고 면역력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충분한 수면이 중요합니다. 수면 중 뇌가 기억을 통합하고, 근육과 신경 시스템을 회복하기에, 매일 고강도 운동을 하면서 밤낮으로 공부한다면 금방 한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운동 강도는 자신에게 맞게 조절하고, 피로가 누적될 때는 강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중등도로 운동할 것을 초반에 제안드린 것이기도 하지요.
마치며
학습과 운동은 서로 상반된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와 몸이 협력하는 한 묶음입니다. 적절한 운동이 뇌 신경망을 깨우면 학습 효율이 올라가고, 학습으로 쌓은 이론적 지식과 전략은 운동 기술 습득 속도를 높입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군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또는 스포츠를 취미로 즐기는 분이라면, 시간 간격 학습과 교차 학습, 학습 전 운동, 운동 직후 복습 같은 실천 방법을 조합해보시길 권합니다. 몸과 뇌가 함께 건강해지는 길이자, 성취감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