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 동력, 인정욕구: 기록과 소통으로 드러내는 나의 이야기
멘토링 세션에서 만난 유남주(가명)님은 자신을 “기록과 소통을 중시하는 백엔드 개발자”로 소개했습니다. 얼핏 보면 무난한 자기소개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루뭉술하고 흔해서 자기 자신을 가리는 소개입니다. 그동안 푸딩캠프에서 진행한 이력서 멘토링에서 멘토링 신청자가 제시한 이력서 주제의 키워드 중 자주 등장하는 2위와 4위 키워드는 바로 소통, 그리고 문서화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구체성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가 소통을 논하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소통의 정의나 소통을 대하는 자세, 관점이 조금씩 다릅니다. “왜”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번 유남주님은 왜 기록과 소통을 중시하는지, 어떤 기록과 소통인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표면적 특성 너머의 모습
유남주님은 단순히 기록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정확한 맥락과 의도를 복원하기 위해 기록을 활용했습니다. 고객이 전달한 요구사항을 기록할 때도, 코드에 주석을 달 때도, 그의 목적은 나중에 그 순간의 맥락과 의도를 정확히 복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소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대화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팀 회의에서 누군가 불편해 보이면 사후에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객관적으로 옳은 의견이라면 불편한 상황에서도 그 사람의 편을 들어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하나의 핵심으로 모였습니다. 그것은
정확성에 대한 추구
였습니다. 상황과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정확히 전달하며, 정확한 상태로 보존하고자 하는 성향이 그의 모든 행동 방식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이력서의 진정한
주제
는 우리가 사용한 기술이나 참여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주제는 “나라는 사람이 일을 대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라(Jira) 사용 경험을 기술할 때도 단순히 "지라로 이슈를 관리했다"가 아니라, "지라를 활용해 프로젝트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높은 정확도의 일정 산정이 가능했다"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게 중요한 일이라면, 왜 다른 사람은 하지 않고 자신이 했는지” 등으로 자신이 드러나야 하지요.
인정 욕구
한참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 시점부터 대화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다소 맴돌았습니다. 아직 유남주님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무엇, 보통은 감정인 그 무엇에 이르지 못하고 헤매는 것 같습니다.
“단어의 뉘앙스나 감정은 무시하고, 건조하게 의미만 받아들여 주세요. 혹시
유남주님이 정확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인정 욕구 아니었을까요?
”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정하듯 물었습니다. 그가 정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을 제게 설명하면서 줄곧 뒤따르는 부연 설명이 팀장이나 동료의 피드백이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니 그는 정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나 성격으로 보이지 않았고, 문서화 자체도 순수하게(?) 좋아하거나 즐기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팀, 동료에게 기여했다는 것, 더 정확하게는 기여한 것에 대한 팀과 동료의 긍정 피드백에 동기부여 되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인데요.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아요”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곧 유남주님이 대답했습니다. 언짢아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은 없어 보였습니다. 오히려 신기해하는 표정에 가까웠습니다.

이에 대해 더 대화를 나누자 비로소 선명해졌습니다. 만 3년이 채 안 되는 주니어 개발자인 그는 회사에서 커리어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가졌습니다. 사수도 없는데다 문과를 나와서 자신이 제대로 길을 걷는지 확신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서화와 소통에서 정확성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긍정 피드백을 받자 자신도 모르게 더 열심히 하고, 그 과정에서 정확성을 추구하는 자신의 강점이자 무기를 발굴하며 점점 더 잘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 간만에 접하네요. 비전공자 출신. 이력서에서 불필요한 겸손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겸손이 아니라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표현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비전공자이지만..."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표현은 오히려 검토자의 시선을 그 점에 고정시켜 버립니다. 뜻하지 않게 유남주님을 구박 아닌 구박을 합니다.
자기 발견의 과정으로서의 이력서
이력서 멘토링에서 많은 유남주님이 놀라워하거나 신기해하거나 감동하곤 합니다. 세세한 이유는 각자 조금씩 다르지만, 큰 맥은 자기 설명과 진정한 자기 모습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유남주님은 처음에 자신을 “기록과 소통을 중시하는 백엔드 개발자”로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멘토링 후 우리는
“정확한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고 보존하고, 이에 대한 팀과 동료의 피드백을 지향하여 팀에 맞는 기여를 하는 개발자”
로 구체화했습니다. 그의 인정 욕구는 상황과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리하는 자신의 특성에 대한 인정을 원하는 것이었지요. 굳이 인정욕구라는 표현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피드백을 중시하고 추구한다고 다르게 표현하면 됩니다.
이력서 작성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시장이 어렵다고, 또는 불안하다고 해서 자신을 숨기지 마세요. 당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고, 그것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세요. 그것이 당신을 진정으로 빛나게 할 것입니다.
🚨 본 컨텐츠에 등장하는 인물 중 글쓴이를 제외한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이며, 지명, 시간, 단체나 기관, 사건은 각색하고 창작하였습니다. 일부라도 비슷하거나 겹치는 경우는 우연히 일치하는 것이니 이 점, 양지해주시길 바랍니다. 🚨